'D램 1위' 오른 SK하이닉스, 곽노정 올해 설비투자 21조서 27조로 늘려 격차 벌린다

▲ SK하이닉스가 2025년 설비투자(CAPEX) 규모를 당초 21조 원에서 27조 원으로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SK하이닉스의 청주 M15X 공장 건설 조감도.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D램 1위’에 오른 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메모리(HBM) 선두를 지키기 위해 올해 설비투자(CAPEX) 규모를 당초 21조 원에서 27조 원 가량으로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은 올해 2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에 들어갔으며, 하반기에는 청주 M15X 공장을 완공해 늘어난 HBM 수요에 적극 대응한다.

14일 반도체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2025년 1분기 삼성전자를 제치고 세계 D램 시장점유율(매출 기준) 1위에 오른 SK하이닉스가 올해 설비투자를 더 확대해 경쟁사와 격차 벌리기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SK하이닉스는 당초 올해 21조 원 가량의 설비투자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생산설비 투자액 17조9560억 원에서 증액하는 것이다.

하지만 엔비디아 등 주요 고객사의 HBM 수요가 예상보다 늘어나면서, 투자를 더 확대해야 할 필요성이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SK하이닉스는 2024년 4분기부터 5세대 HBM인 HBM3E 12단을 엔비디아에 독점 공급하고 있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연간 설비투자 규모를 기존 21조 원에서 27조 원으로 상향 조정한다”며 “1a, 1b 나노 전환 투자와 HBM 등 D램 중심 투자가 집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게다가 올해는 브로드컴 등 맞춤형 반도체(ASIC) 기업들의 HBM 수요도 본격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곽노정 사장은 올해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이 지속 하향되는 등 불확실성이 높지만 인공지능(AI) 시장 주도권 확보를 위한 빅테크 기업 투자는 확대 중”이라며 “그래픽처리장치(GPU), ASIC 등의 증가로 HBM의 폭발적 수요 증가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주요 설비투자는 청주 M15X 공장에 집중한다.

약 20조 원을 투자해 짓고 있는 M15X 공장은 올해 하반기 완공을 앞두고 있다. M15X 공장이 완공되면 HBM 생산량은 지난해 월 10만 장(웨이퍼 기준)에서 16만 장 이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SK하이닉스는 올해 2월 총 122조 원을 투자하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내 1기 공장 착공에 들어갔으며, 미국 인디애나주에 38억7천만 달러(약 5조7300억 원)를 투자하는 반도체 패키징 공장도 부지 용도변경을 위한 작업을 시작했다.
 
'D램 1위' 오른 SK하이닉스, 곽노정 올해 설비투자 21조서 27조로 늘려 격차 벌린다

▲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이 2025년 3월27일 경기도 이천 SK하이닉스 본사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SK하이닉스 >

SK하이닉스는 창사 이래 최대 호황기를 누리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올해 1분기 매출 기준 D램 시장점유율 36%를 차지하며 1위에 올랐다.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의 점유율은 각각 34%, 25%로 집계됐다.

삼성전자가 D램 시장점유율 1위에서 밀려난 것은 1993년 이후 처음이다. 이는 고부가가치 D램인 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가 약 70% 압도적인 점유율을 확보하며 삼성전자와 격차를 벌렸기 때문이다.

곽 사장은 생산량 확대에 속도를 내 HBM 시장에서 선두지위를 확실히 굳히려 하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는 올해 반도체(DS)부문 투자를 2024년과 비슷한 46조 원 수준으로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HBM3E 12단을 아직 엔비디아에 공급하지 못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평택캠퍼스 4라인(P4), P5 건설도 당초 계획보다 늦추고 있다.

하지만 미국 관세가 반도체 수요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SK하이닉스의 설비투자 계획은 향후 유동적으로 조정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 현지시각 12일 반도체에 관한 품목별 관세와 관련한 질문에 “월요일(14일)에 구체적인 대답을 주겠다”고 밝혔다.

대만 경제일보는 “반도체 제조업체들은 다양한 시니리오를 검토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가장 심각한 시나리오는 100%가 넘는 관세가 부과되는 것”이라며 “글로벌 반도체 생산량과 미국에서 제조하는 생산량 차이를 반영해 관세가 부과된다면 세율은 극도로 충격적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