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충격은 증권가의 예상을 크게 뛰어넘었다. 향후 여파도 가늠할 수 없는 지경이 됐다. 

7일 코스피지수는 직전거래일보다 5.57%(137.22포인트) 급락한 2328.20으로 장을 마감했다.
 
코스피에 관세 안전지대 없었다, 연속 급락에 증권가 '하단' 전망 '일단 보류'

▲ 7일 코스피지수가 직전거래일보다 5.57%(137.22)포인트 급락한 2328.20으로 장을 마감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연합뉴스>


이날 코스피 시가 총액은 하루 만에 12조3050억 원이 사라지며 1906조1428억 원을 기록했다. 코스피 시총이 2천조 원 아래로 주저앉은 것은 1월3일 이후 약 3개월 만이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지난 주말 뉴욕증시의 폭락 소식에 장 초반부터 크게 내려 직전거래일보다 4.31%(106.17포인트) 내린 2359.25로 출발했다.

장중 오전 9시12분에는 코스피200선물지수가 1분 넘게 5% 이상 하락하면서 프로그램매매 매도 호가의 효력이 정지되는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코스피에서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것은 지난해 8월5일 이후 약 8개월 만이다.

4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증시에서는 다우(-5.50%) S&P500(-5.97%) 나스닥(-5.82%) 등 3대 지수가 모두 크게 하락했다.

뉴욕증시는 2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호관세를 발표한 뒤 2거래일 연속 급락하며 시가총액 6조6천억 달러(약 1경 원)이 증발했다.

닷컴버블과 9·11테러 당시 보다 큰 낙폭으로, 코로나19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했다.

미국에서는 중국 등 주요국이 보복관세를 언급하자 경기 침체 우려가 나왔다. 

여기에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관세의 영향이 예상보다 클 수 있다는 경고성 발언을 더하며 패닉셀(공황 매도)이 나타났다.

파월 의장은 4일(현지시각)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고 관세 인상의 정도가 예상보다 훨씬 더 클 것이라는 점은 분명해졌다”며 “관세가 경제에 미칠 영향도 마찬가지일 것이고 이는 인플레이션 상승과 경제 성장 둔화를 포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국내증시의 시가총액 상위 100개 종목은 대표적 경기방어주인 한국전력(2.27%)을 제외하고 모두 내렸다.

반도체, 조선, 자동차 등 관세의 영향 많이 받을 것으로 예상됐던 종목뿐 아니라 관세 영향을 덜 받을 것으로 전망됐던 엔터주와 경기방어주, 방산주 등도 함께 내린 것이다.

4일 관세 발표 직후 국내 증권가에서는 코스피지수 하단을 2350선으로 예상했다.

관세 영향이 단기적으로 충격을 주겠지만 관세 발표 전 일부 선반영이 이루어졌던 점과 추가 협상 여지가 남았다는 점이 고려됐기 때문이었다.

증권가가 기존 2350선을 코스피지수 하방으로 제시했던 이유는 코스피의 주가순자산비율(PBR)과 연관이 있다.

코로나19 같은 극단적 위기를 제외할 경우 코스피지수는 주가순자산배율(PBR) 0.77~0.78배 수준에서 저점을 기록했는데, 이 지점이 2350~2400포인트 선이기 때문이다.
 
코스피에 관세 안전지대 없었다, 연속 급락에 증권가 '하단' 전망 '일단 보류'

▲ 7일 코스피가 큰 폭으로 폭락하자 딜러들이 머리를 감싸쥐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기존 예측이 하루 만에 무너지면서 증권가도 지수 하단이 더 내려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연구원은 비즈니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2350선이 가치(밸류에이션) 하단은 맞지만 이는 실적(어닝)이 유지되는 것을 전제로 한 기준”이라며 “관세로 어닝이 3%정도 감소할 경우 밸류에이션 하단도 아래로 더 내려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관세 도입이 연기되거나 베트남 등 1~2개 시범국의 협상 진행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트럼프의 대처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시장은 하방 압력을 계속 받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관세정책이 예상을 뛰어넘는 과격한 수준”이라며 “미국 실물경기도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미국 내 인플레이션 우려가 경기침체를 가속화 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파월이 시장이 원하는 만큼 강력한 금리인하를 할 수 있을지도 의심스럽다”며 “관세가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시장은 연준이 기준금리를 1% 포인트 내리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파월이 인플레이션을 경계하는 만큼 큰 폭의 금리 인상은 없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환율은 점차 안정세를 보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조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은 1430원~1400원 경로로 하락 우위 흐름을 예상한다”며 “원화 가치는 점진적으로 회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 3시30분 기준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직전 거래일보다 33.7원 오른 1467.8원에 거래됐다. 박재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