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려내야 새 살이 돋는다' 현대면세점 첫 외부 출신 대표 박장서, 매출 비중 23% 날린 이유

▲ 박장서 현대디에프 대표이사(사진)가 현대면세점을 수술대에 올린다. 현대디에프는 2018년 11월 면세업 진출 이후 내리 영업손실을 내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현대디에프(현대면세점 운영사)가 창사 이후 사실상 처음으로 수술대에 오른다.

현대디에프 역사상 첫 외부 출신 수장인 박장서 대표이사의 결단에 따라 시내면세점인 동대문점의 문을 닫는다. 곧 희망퇴직도 예고한 상태다.

박장서 대표의 전략에 따라 창사 이후 6년 동안 단 한 차례만 분기 흑자를 낸 현대디에프가 ‘돈을 버는 기업’으로 거듭날지에 주목된다. 

2일 현대백화점그룹에 따르면 7월까지만 영업하는 시내면세점 동대문점이 현대디에프의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적지 않다.

현대디에프가 지난해 거둔 매출은 8721억 원이다. 이 가운데 동대문점의 몫은 2238억 원으로 매출의 23%를 차지한다. 이를 단번에 포기하겠다는 것은 회사 입장에서 큰 위험을 지는 것과 다름없다.

특히 면세점 역시 ‘규모의 경제’가 작동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동대문점 폐점 결정은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다. 현대백화점은 그동안 시내면세점 2곳, 공항면세점 2곳 등 모두 4곳에서 면세점을 운영했는데 이 가운데 하나를 포기하면 더 좋은 조건으로 거래처의 상품을 확보하기 힘들어질 수 있다고 면세업계 관계자들은 전언한다.

동대문점 폐점은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검토 대상이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해 11월 동대문점의 면세 특허권을 5년 연장한 것은 계속 사업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로 읽혀진다.

동대문점의 임차 기간도 많이 남아 있다. 현대디에프는 2020년 동대문점에 진출하면서 해당 공간을 10년 임차했는데 8월부터는 영업을 하지 않더라도 계약에 따라 임차료를 지불해야 한다. 현대면세점은 동대문점 임차료로 연간 100억 원가량을 지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사정에도 동대문점의 문을 닫겠다고 결정한 것은 효율이 없다고 평가받는 시내면세점의 철수가 현대디에프의 흑자전환에 반드시 필요한 수순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대디에프는 공항면세점에서 흑자를 내고 있지만 시내면세점에서 손실을 봐 흑자전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디에프의 이번 조치는 현대백화점그룹이 11월 면세업에 진출한 이후 꾸준히 이어가던 사세 확장 기조를 끊고 내실 경영으로 선회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현대디에프는 2018년 11월 1호점인 서울 무역센터점을 시작으로 2020년 2월 동대문점의 문을 열었다. 이후 인천국제공항에서도 제1터미널과 제2터미널에 모두 면세점을 열었다.

과거 현대디에프는 시내점과 공항점의 성공을 발판으로 삼아 해외에서도 면세점 사업에 진출하겠다는 의욕을 보이기도 했다.

이 기간 현대디에프의 매출도 올랐다. 2019년 3688억 원이었던 매출은 2020년 6224억 원, 2021년 1조5912억 원, 2022년 2조2571억 원으로 수직 상승했다.

현대면세점이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 신세계면세점과 함께 ‘면세업계 빅4’로 분류된 것은 그만한 사세 확장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항상 수익성이 발목을 잡았다. 2023년 3분기에 흑자 10억 원을 냈던 것을 제외하면 현대디에프는 6년 넘는 기간 매번 분기 영업손실을 봤다. 현대면세점이 2019~2024년 낸 영업손실은 모두 3067억 원이다.

박 대표로서는 현대디에프의 수익성 개선이 가장 절실한 상황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는 지난해 말 현대백화점그룹 출신이 아닌 인물 가운데 처음으로 현대면세점의 지휘봉을 잡았다. 1992년 신라면세점에 입사해 HDC신라면세점, 두타면세점 등을 거쳐 2020년 현대면세점에 자리를 잡았다.
 
'도려내야 새 살이 돋는다' 현대면세점 첫 외부 출신 대표 박장서, 매출 비중 23% 날린 이유

▲ 현대면세점은 앞으로 시내면세점인 무역센터점의 운영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전경.


박장서 대표 이전에 현대디에프를 이끌었던 황해연 전 대표, 이재실 전 대표 등은 모두 현대백화점그룹 출신이다.

외부인의 입장에서 수익성 개선이라는 과제는 더욱 무겁게 느껴졌을 수밖에 없는데 박 대표는 우선 시내면세점의 축소 운영이라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매번 면세점을 늘리던 기조를 깨는 결정은 쉽지 않았을 것으로 여겨진다.

박 대표가 외부 출신이기 때문에 이런 결정이 가능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현대백화점그룹 입장에서 보면 어렵게 얻은 시내면세점의 특허권을 반납하고 매출 감소를 감소하는 것은 쉽지 않은 선택일 수 있다. 하지만 박 대표가 비교적 이런 시선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결단을 내리기 보다 수월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앞으로 ‘선택과 집중’ 전략을 고도화하겠다고 밝혔다. 

현대디에프는 동대문점 폐점으로 앞으로 무역센터점 단 1곳의 시내면세점만 운영한다. 기존에 수입화장품과 럭셔리패션, 라이프스타일, 시계·주얼리로 구성된 MD 구성에 K뷰티와 국산 화장품, 액세서리·패션 등을 추가해 고효율 MD를 갖춘 시내면세점으로 탈바꿈하겠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현대디에프는 이와 관련해 “무역센터점의 저효율 MD를 축소하고 동대문점의 고효율 MD를 이전해 수익성을 개선하겠다”며 “최근 럭셔리 카테고리가 고신장하는 추세로 럭셔리 중심의 무역센터점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현대디에프를 올해 하반기 이후 흑자로 돌려놓고 2026년부터는 수익 사업으로 본격 전환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