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정부 출범에 미국 반도체 지원법 분수령, 삼성전자 TSMC 인텔에 변수

▲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며 바이든 정부의 핵심 정책 가운데 하나인 반도체 지원 법안에도 큰 폭의 변화를 추진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비즈니스포스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직후부터 자동차와 에너지, 가상화폐 등 산업에 바이든 정부의 흔적을 지우려 공격적 수준의 정책 변화를 예고했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의 핵심 성과로 꼽히는 반도체 지원 법안도 도마 위에 오르며 삼성전자와 TSMC, 인텔과 SK하이닉스 등 여러 기업이 영향권에 놓일 수 있다.

폭스뉴스는 21일 “트럼프 행정부 아래 반도체법의 미래도 예측할 수 없게 됐다”며 이와 관련한 정치권과 전문가들의 의견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에 반도체 공장이나 연구센터를 신설하는 기업에 대규모 보조금 및 세제혜택을 제공하는 지원 법안을 시행하며 상당한 투자 유치 성과를 거뒀다.

임기 만료를 앞두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TSMC와 인텔과 마이크론 등 대형 반도체 기업의 투자 프로젝트에 지원금 지급 계획이 확정되면서 속도가 붙었다.

미국 정부가 이처럼 막판까지 속도를 낸 이유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해당 정책을 거세게 비판하며 관련 법안의 폐지 가능성을 시사해 왔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금 여력이 우수한 반도체 기업들에 정부 예산을 지원하는 것은 잘못되었다며 반도체에 수입 관세를 부과하는 등 방식으로 투자를 유도하겠다고 전했다.

여당인 공화당의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해당 발언과 관련해 트럼프 정부 출범 뒤 의회에서 반도체법 폐지를 추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장 이런 계획이 검토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단서를 달았다.

다만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 지명자는 최근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과 만나 반도체 산업에 정부 지원 프로그램을 지속하겠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씽크탱크 아메리칸엔터프라이즈는 반도체법과 관련한 트럼프 대통령의 반감이 어느 정도인지 알기 어려워 실제로 폐지가 추진될지 예측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분석했다.

다만 반도체 지원 법안의 경우 바이든 정부의 다른 정책과 달리 민주당과 공화당에서 모두 전폭적 지지를 받아 통과되었다는 점은 철회 가능성이 크지 않은 이유로 지목됐다.
 
트럼프 정부 출범에 미국 반도체 지원법 분수령, 삼성전자 TSMC 인텔에 변수

▲ 인텔 미국 애리조나주 반도체공장 건설 현장.

트럼프 대통령이 반도체법을 두고 어떤 선택지를 고려할지에 정치권 내부와 전문가들도 확실한 방향성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으로 해석할 수 있다.

미국에 가장 먼저 대형 반도체 생산공장 건설을 시작한 TSMC는 트럼프 정부 출범 뒤에도 이런 변수에서 상대적으로 위협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TSMC가 엔비디아와 애플, 테슬라 등 미국 대형 빅테크 기업에 가장 중요한 반도체 협력사로 자리잡아 대체 불가능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씽크탱크 카토인스티튜트는 폭스뉴스에 “트럼프 대통령은 TSMC가 2020년 미국 공장 건설을 발표했을 때부터 이를 적극 지지하고 지원해 왔다”고 전했다.

결국 바이든 정부가 반도체법에 포함한 노동자 지원 정책을 비롯한 일부 조항만 폐지될 뿐 대부분의 인센티브는 현행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는 예측이 이어졌다.

이런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인텔과 마이크론 등 기업도 미국 정부에서 약속한 지원금과 세제혜택 등을 받아 향후 투자에 불확실성을 덜어낼 수 있다.

애리조나 상공회의소는 현재 반도체 지원 법안에 포함된 ‘독소조항’이 트럼프 정부에서 삭제되면서 관련 기업들이 오히려 수혜를 볼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을 제시했다.

트럼프 정부가 기업 친화 정책을 앞세운 만큼 미국 공장에서 발생하는 이익의 일부를 환수한다는 내용의 계약조건 등이 면제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는 여전히 모두 예측의 영역에 불과한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로 어떤 정책을 추진해 나갈지는 단언하기 어렵다.

반도체 지원 법안을 폐지하거나 수정하는 일은 트럼프 정부에서 추진할 만한 여러 과제 가운데 우선순위도 그리 높지 않다.

TSMC를 제외한 대부분의 반도체 제조사 공장 가동 시기는 적어도 수 년 이후로 계획돼 있고 일부는 트럼프 대통령 임기가 끝날 때까지도 투자가 끝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폭스뉴스는 “현재 반도체 생산 설비가 건설되고 있는 지역은 정치적 요충지에 해당한다”며 트럼프 정부에서 극단적 변화가 추진될 가능성은 낮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