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은행장의 단명 관행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우리은행장이 다시 임기 2년을 넘기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검찰이
조병규 우리은행장을 전임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건과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적시하면서 우리금융그룹을 향한 압박을 높이면서다.
우리금융은 2019년 지주체제로 재출범한 뒤 이번에 부당대출 의혹 중심에 선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을 제외하면 2년 이상 우리은행을 이끈 행장이 없다.
조병규 행장 역시 아직 거취가 알려지지 않았지만 검찰의 수사선상에 피의자로 오른 점 등을 종합해 볼 때 '단명'하는 시나리오가 눈앞에 놓인 것으로 평가된다.
19일 금융권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조병규 행장의 연임이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검찰이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발부한 압수수색 영장에
조병규 우리은행장을 ‘피의자’로 적시했기 때문이다.
과거 채용비리 등으로 국내 주요 시중은행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된 뒤에도 자리를 계속 이어간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은 채용비리처럼 은행권 전반의 사고가 아닌 우리은행에만 일어난 금융사고라는 점, 검찰 출신 금융감독원장이 검찰과 공조해 우리금융 사안을 들여다보고 있다는 점 등을 놓고 볼 때 조 행장의 연임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조 행장 연임 가능성은 올해 여러 번 벌어진 금융사고에도 열려 있는 것으로 여겨졌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이 조직문화 쇄신을 위해 지난해 취임 뒤 도입한 ‘오디션’으로 조 행장을 발탁했기 때문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부당대출은 전직 경영진이 연루된 만큼 현 경영진에 책임을 묻는 것은 가혹하다는 여론도 존재했다.
하지만 조 행장이 금감원에 이어 '피의자 전환'이라는 검찰의 압박 아래 놓이면서 연임 가능성이 크게 낮아진 것으로 평가된다.
금융당국은 주요 금융사 CEO의 투명성 등 도덕적 문제도 중점사안으로 바라보고 있는데 피의자로 검찰의 수사선상에 오른 인물을 연임시키는 것은 이사회로서 부담일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우리은행장 단명의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나온다.
우리금융 핵심계열사인 우리은행에서는 2019년 지주 재출범 이후
손태승 전 회장을 제외하면 행장 자리를 2년 이상 지킨 인물이 없다.
다른 시중은행장이 통상 경영의 연속성 등을 고려해 2+1년의 3년 임기를 부여받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우리은행장이 모두 ‘단명’했던 셈이다.
조 행장 전임인
이원덕 전 행장은 2022년 3월부터 2023년 3월까지 임기를 보냈다. 은행장에 선임될 때 2년 임기를 부여받고 지난해에는 우리금융지주 회장 후보군에도 올랐지만 3월 자진사임했다.
권광석 전 행장은 2020년 3월부터 2022년 3월까지 우리은행을 이끌었다. 다만 처음부터 임기 1년만을 받고 그 뒤 1년 임기를 더 받아 우리은행장으로는 2년 일하는 데 그쳤다.
우리금융지주가 재출범한 뒤 우리은행장으로 2년을 넘긴 것은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이 유일하다.
다만 손 전 회장은 전임 행장이 채용비리에 물러나 2017년 12월 우리은행장 대행으로 임기를 시작했다. 그 뒤 정식 선임을 거쳐 우리은행장을 2020년 3월까지 겸직했다.
은행장이 자주 바뀌면 조직 경쟁력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 경영 연속성을 담보하기 어렵고 조직 내부 피로도도 키울 수 있어서다.
은행장 단명은 금융그룹 전반의 지배구조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은행이 금융그룹 핵심 계열사인 만큼 행장은 유력 차기 회장 후보군으로 거론되는데 은행장이 자주 바뀌면서 지주 승계구도 등 안정성도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시장은 우리금융지주가 22일 여는 이사회에 관심을 두고 있다. 세부 안건은 대외적으로 공개되지 않지만 우리금융이 기로에 선 만큼 우리은행장 관련 안건을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금융의 인사시계가 다른 금융그룹보다 빨라질 가능성도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28일 주요 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을 만나는데 이날 나오는 메시지에 따라 이사회 의장이 행장 인사 방향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이사회 의장은 인사에서 결정적 역할을 하는데 감독당국이 이들을 연말 인사시즌 중간에 불러 모으는 것”이라며 “우리금융을 비롯한 전 금융권이 이 때 나올
이복현 원장의 말에 촉각을 곤두세울 것이다”고 말했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