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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임기 후반을 함께할 계열사 대표 선임을 고심하고 있다.
금융업계에서는 신한금융 핵심계열사인 은행·카드·라이프가 올해 호실적을 이어가는 가운데 진 회장이 지난해 연말 인사와 마찬가지로 책임경영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재계 인사태풍] 진옥동 신한금융 장수 신뢰 기조 이어갈까, 책임경영 막판 변수는 내부통제](https://www.businesspost.co.kr/news/photo/202406/20240620164714_18266.jpg)
▲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
다만 3분기 신한투자증권에서 갑작스럽게 1300억 원대 금융사고가 벌어지면서 진 회장이 이번 인사를 통해 쇄신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5일 신한금융에 따르면 자회사 12곳의 대표가 올해말부터 내년초까지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신한은행과 신한카드, 신한라이프, 신한캐피탈, 제주은행, 신한저축은행, 신한자산신탁, 신한DS, 신한벤처투자, 신한리츠운용, 신한펀드파트너스, 신한EZ손해보험 등이다.
이번 인사는 진옥동 회장이 임기 후반부를 함께할 경영진을 꾸린다는 점에서 무게감이 다른 것으로 평가된다. 진 회장은 지난해 3월 취임해 임기가 2026년 3월23일까지다.
특히 올해 인사는 신한금융 핵심계열사인 신한은행과 신한카드, 신한라이프 대표가 모두 포함돼 주목도를 높이고 있다.
정상혁 신한은행장은 지난해 초 전임 행장의 갑작스런 공백 속에 자리에 오른 뒤 신한은행을 안정적으로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신한은행은 올해 들어 9월 말까지 은행 가운데 가장 많은 순이익을 거뒀다. 이 같은 흐름이 연말까지 이어지면 신한은행은 2018년 이후 6년 만에 은행권 순이익 1위에 오른다.
문동권 신한카드 대표는 지주나 은행이 아닌 첫 내부출신 인사로 호실적을 이끌며 카드업계 순이익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 신한금융 비은행 계열사 가운데서도 가장 많은 순이익을 내며 그룹 내 입지도 단단히 다지고 있다.
이영종 신한라이프 대표는 지주 전략 전문가로 과거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 통합을 이끈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해 신한라이프 대표에 선임됐다. 신한라이프는 이 사장 체제에서 호실적을 이어가며 생보업계 빅3(삼성·한화·교보생명)을 턱밑까지 추격하고 있다.
핵심계열사 수장 셋 모두 올해 호실적을 내고 있고 통상적으로 주어지는 2+1년 가운데 첫 2년을 보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연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진 회장이 그동안 ‘책임경영’을 강조한 만큼 호실적으로 그룹을 지탱하는 계열사 수장을 교체할 이유도 적다.
![[재계 인사태풍] 진옥동 신한금융 장수 신뢰 기조 이어갈까, 책임경영 막판 변수는 내부통제](https://www.businesspost.co.kr/news/photo/202409/20240911144858_273548.jpg)
▲ 서울 중구 신한금융그룹 본사 앞.
다만 신한투자증권에서 최근 발생한 금융사고에 진 회장이 인사로 분위기를 뒤바꿀 수 있다는 점은 변수로 여겨진다.
신한투자증권 상장지수펀드(ETF) 유동성공급(LP) 운용 부서는 8월 코스피200 선물 거래에서 1357억 원 가량의 손실을 냈다. 금융감독원도 ‘강력한 처벌’을 언급하며 중징계를 예고했다.
다만 진 회장이 금감원 검사가 진행 중인 만큼 먼저 칼을 빼들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책임 소재가 명확히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지난해 강한 믿음을 보낸 김상태 신한투자증권 대표를 교체하는 일은 진 회장에게도 부담일 수 있다.
진 회장은 지난해 말 인사에서 '전쟁 중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며 모든 자회사 CEO를 연임시키는 결정을 했는데 특히 김상태 대표에게는 다른 CEO와 달리 1년이 아닌 2년 임기를 줬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사고 액수가 큰 데다 금감원이 신한투자증권 금융사고를 놓고 '조직의 문제도 크다'고 언급한 만큼 김 대표가 교체될 가능성도 나온다. 2018년 삼성증권의 경우 ‘유령 주식 배당 사고’에 따라 신임 대표가 취임 4달 만에 물러난 사례도 있다.
일각에서는 신한금융이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내놓은 뒤 주주신뢰 확보와 소통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점을 볼 때 진 회장의 쇄신 강도가 신한투자증권을 넘어 예상보다 강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진 회장은 사고 뒤 주주서한을 통해 직접 주주들에게 사과하며 신뢰 회복에 힘썼다.
진 회장은 서한에서 “이사회와 경영진 모두 정확한 사실 파악과 더불어 대응책 마련에 온 힘을 다하고 있다”며 “대응 방향이 준비 되는대로 주주들에 공유할 것이다”고 말했다.
진 회장은 지난해 말 인사에서는 모든 자회사 CEO를 재신임하며 책임경영을 강조했다.
진 회장은 당시 “최고경영자(CEO)가 단기 성과에 연연치 않고 중장기 관점에서 과감히 혁신을 추진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며 “위기 속에서 ‘전쟁 중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격언처럼 CEO 교체보다는 연임으로 책임경영에 대한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