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가 경쟁사 TSMC와 손잡고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 개발에 나서며 SK하이닉스를 추격할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가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 개발을 위해 경쟁사인 TSMC와 협력키로 했다.
삼성전자가 3나노 이하 파운드리(위탁생산) 기술력 보완을 위해 TSMC와 협력하는 '적과의 동침'을 선택하면서 HBM에서 SK하이닉스를 빠르게 추격할 것으로 보인다.
댄 코흐파차린 TSMC 에코시스템와 얼라이언스 관리 책임자는 지난 5일 대만 반도체 포럼 ‘세미콘 2024’에서 “삼성전자와 TSMC가 HBM4를 공동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TSMC와 손잡은 것은 이례적이다. 파운드리, 패키징, 메모리 등 전 반도체 공정을 아우르는 종합반도체 기업으로서 역량을 강조해온 삼성전자가 HBM 파운드리를 경쟁사에 맡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TSMC와 협력키로 한 것은 자사 파운드리의 3나노 이하 공정의 수율과 발열 문제 등 기술적 난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는 최근 3나노 파운드리 공정을 적용한 자체 모바일 프로세서(AP) ‘엑시노스2500’ 출시를 수율 문제로 연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내년 하반기부터 양산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HBM4는 기존처럼 메모리 생산라인에서 찍어내면 되는 게 아니라, 칩 밑단의 로직다이에 복잡한 파운드리 공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다시 말해 파운드리 역량이 HBM4의 성능 차이를 만드는 것이다.
이 때문에 앞서 SK하이닉스가 차기 HBM4 생산을 위해 TSMC와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었다.
▲ 고도의 파운드리 공정이 필요한 HBM4에서 삼성전자는 부족한 자체 파운드리를 이용하기보다 TSMC 파운드리 기술을 이용하고, 보다 HBM 기술개발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HBM 홍보용 이미지. <삼성전자> |
당초 삼성전자는 HBM4 로직 다이를 위해 자체 파운드리를 이용하려 했다. 지난 7월에는 삼성전자가 4나노 파운드리 공정을 이용해 HBM4를 제작한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다만 자체 파운드리를 이용하기엔 TSMC와 기술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에서 4나노 HBM4 로직다이를 생산한다 해도, 고도화된 3나노 공정의 TSMC와 협력하는 SK하이닉스와 경쟁에서 불리해진다.
TSMC는 파운드리 기술력을 앞세워 엔비디아 등 미 빅테크 고객사들 잇달아 확보하며, 올해 1분기 세계 파운드리 시장점유율 61.7%로 압도적 1위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11%를 점유하는 데 그쳤다.
이정배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은 지난 3일 대만 세미콘 최고경영자(CEO) 서밋에서 “다른 파운드리 기업과 협업해 20여 개의 맞춤형 솔루션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TSMC와 협력으로 파운드리 걱정을 덜어낸 삼성전자는 본격적으로 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 추격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큰 폭의 성능 향상이 이뤄진 맞춤형 HBM4 수요가 이전 세대보다 더 많아질 전망이어서, HBM 기술 개발에 투자를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귀욱 SK하이닉스 HBM첨단 기술팀장은 올해 5월13일 국제메모리워크숍(IMW) 2024에서 “HBM4 전력 효율은 전작 HBM3E와 비교해 30% 개선될 것”이라며 “대역폭은 1.4배, 집적도는 1.3배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HBM4 수요도 급격히 증가할 전망이다. HBM 시장은 지난 2022년부터 오는 2025년까지 연평균 109%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출발이 늦은 만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HBM 기술력 차이는 존재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HBM4 양산을 내년 하반기로 고려하고 있지만, SK하이닉스는 내년 상반기 양산에 들어갈 정이다. 김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