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으름장에 납작 엎드린 은행권, 가계대출 총량규제 사실상 부활에 실수요자 '혼란'

▲ 가계대출 총량규제가 사실상 부활하면서 실수요자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총량 규제 의사를 내보이면서 부동산 실수요자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가계대출 총량 규제는 해마다 금융사별로 대출 성장률에 제한을 두는 것으로 문재인정부에서 도입됐다. 다만 당시 일부 은행에서는 총량을 다 채워 신규 대출을 중단하기도 했고 결국 부동산 실수요자 대출만 막는다는 비판을 받았다.
 
윤석열정부는 그뒤 관련 규제를 폐기했지만 최근 가계대출 급증세와 맞물려 다시금 총량 규제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사실상 가계대출 총량 규제책을 내놓으면서 실수요자 혼란이 불가피해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감독원은 전날 가계대출 증가액이 연초 계획을 넘어선 은행에는 평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낮추도록 지도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이복현 으름장에 납작 엎드린 은행권, 가계대출 총량규제 사실상 부활에 실수요자 '혼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업계에서는 평균DSR이 낮아지려면 대출이 줄어야 하는 만큼 사실상의 대출총량 규제로 여기고 있다.

이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5일 은행권의 가계대출 관리에 적극 개입하겠다고 밝힌 지 이틀 만에 나온 규제다.

시중은행도 이에 맞춰 발빠르게 움직여 부동산 실수요자의 혼란이 불가피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KB국민은행이 29일부터 수도권 소재 주택담보대출 최장대출기간을 40~50년에서 30년으로 줄인 것이 대표적이다. 

DSR 규제가 9월부터 확대적용된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대출자의 한도는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KB국민은행 고객이 다른 곳을 찾는 이른바 ‘쏠림’ 현상도 일어날 수 있는 만큼 다른 시중은행이 비슷한 방안을 내놓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장 부동산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온라인상에서는 한도가 줄어 집을 사기로 한 계약이 파기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 섞인 글도 올라오고 있다. 

부동산 실수요자는 이번 규제로 대출금리 상승에 이어 한도축소란 연타를 맞게 됐다는 평가다.

주요 시중은행은 가계대출 증가세를 경계하며 7월부터 이미 20번 가량 주택담보대출금리를 높였다.

금융당국의 정책 불확실성도 실수요자의 불안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금융당국은 6월 말 DSR 확대적용을 일주일 가량 앞두 상황에서 돌연 적용 시기를 두 달 미뤘기 때문이다. 

김주현 전 금융위원장은 ‘부동산 가격 떠받치기’가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결과적으로 6월말부터 현재까지 DSR 확대적용 전 ‘막차’를 타려는 수요가 폭발해 가계대출 증가에 불이 붙은 상황이다.

시장 일각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폐기한 가계대출 총량 관리 정책의 효과를 두고도 의구심을 내보이고 있다.
 
이복현 으름장에 납작 엎드린 은행권, 가계대출 총량규제 사실상 부활에 실수요자 '혼란'

윤석헌 전 금감원장은 가계대출 총량관리가 필요하다는 뜻을 계속 내보였다. 윤 전 원장은 문재인정부 시절 유일히 3년 임기를 모두 채우며 금융감독을 총괄했다.


과거 문재인 정부에서도 가계대출 증가를 억제하기 위해 총량 관리 정책을 도입했지만 일부 은행은 연중에 규제 총량을 넘겨 신규 대출을 제한해 실수요자 피해도 이어졌다.

대출금리 인상과 한도 축소, DSR확대가 적용된 9월 가계대출 지표가 앞으로 정책 방향의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복현 금감원장의 가계대출 억제를 위한 의지는 확고한 것으로 여겨진다. ‘관치금융’이란 지적에도 은행권에 날을 세우며 적극 개입하겠다는 뜻을 내보였다.

이 원장은 25일 KBS일요진단에 출연해 “은행의 최근 가계대출 금리 인상은 당국이 바란게 아니다”며 “은행이 자율성을 지니고 있다는 측면에서 개입을 적게 했지만 앞으로는 부동산 시장 상황 등에 비춰 더 세게 개입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가계부채가 과도할 경우 금융시스템 불안을 초래할 수 있어 금융당국의 일정 수준 규율은 필요하다”며 “실수요자 불편을 최소화하면서 여신심사를 강화하되 실수요자 대출절벽이 발생하지 않도록 세심하게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