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현대자동차 그룹이 '태동기' 인도 전기차·고급차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현지화 전략을 바탕으로 인도 자동차 시장 점유율 2위를 줄곧 유지하며 인도에서 입지를 굳힌 현대차그룹이 초기 전기차·고급차 시장 선점을 통해 앞으로 장차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으로 떠오를 인도 시장을 장악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현대차그룹 '태동기' 인도 전기차·고급차 공략, 미래 세계 최대 시장 선점 포석

▲ 현대자동차그룹이 '태동기' 인도 전기차·고급차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21일 인도 자동차전문매체 팀-BHP(Team-BHP)에 따르면 올해 1~4월 현대차그룹은 인도에서 현대차 21만518대, 기아차 8만5337대 등 모두 29만5855대를 판매했다. 같은 기간 61만7744대를 판매해 시장 점유율 약 41.9%를 차지한 일본 마루티스즈키에 이어 점유율 약 21%로 판매 2위를 달리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1996년 현대차 인도 법인을 설립하며 인도 시장에 진출한 뒤 연간 판매량이 꾸준히 늘렸다. 최근 10년 동안은 내리 연간 판매량 2위를 기록하며 인도 시장 입지를 단단히 했다.

인도 타밀나두주에 첸나이 공장 등 생산 체제를 구축하고 쌍트로, 크레타와 같은 인도 전략 모델을 출시하는 등 현지화 전략이 주효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가운데 인도 자동차 시장에도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인도는 2022년에 일본을 제치고 판매량 기준 세계 3위 자동차 시장으로 성장했다. 또 저가 소형차 중심의 자동차 구매 양상도 소득 증가와 함께 다양화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인도 전기차 시장은 아직 규모가 크지 않지만 최근 급격한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인도 정부 웹사이트 바한에 따르면 2023년 인도 전기차 판매량은 7만9388대로 2022년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보스턴컨설팅 그룹은 현재 전체 자동차 판매량의 2%에 불과한 인도 전기차 판매 비중이 2030년에는 35%까지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인도 자동차 시장의 전기차 전환은 앞으로 더욱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인도 정부가 전기차 전환에 힘을 싣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 정부는 2030년까지 전기차 판매 비중을 전체 자동차 판매량의 30%까지 확대할 계획을 세웠다. 올해부터는 최소 5억 달러를 인도에 투자하고, 3년 안에 전기차를 생산하는 업체에 최대 100%인 수입 전기차 관세를 15%로 대폭 인하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인도 고급차 시장 또한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인도의 2023년 고급차 판매량은 4만2731대다. 인도 자동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약 2%에 불과하지만, 2022년과 비교해 판매량이 약 20% 증가하는 등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인도 재무부에 따르면 인도는 2021년부터 2023년까지 3년 연속으로 경제성장률 7% 이상을 기록했다. 올해도 7%이상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모간스탠리는 인도가 2027년 무렵 일본과 독일을 제치고 세계 3위 경제 대국에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는 2027년 인도 인구 1억 명이 연간 1만 달러(약 1363만 원) 이상 소득 수준인 중산층에 진입할 것으로 예측했다. 

인도 고급차 시장 또한 인도 소득 수준 성장세에 따라 점차 확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차그룹은 이같은 인도 시장 변화에 발맞춰 전기차·고급차 시장을 선점하는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5월 인도 타밀나두주와 업무협약을 맺고 2032년까지 약 3조2280억 원을 투자해 전기차 생산설비를 증설하고 관련 인프라를 늘리기로 했다. 올해 4월엔 인도 현지 배터리업체와 전기차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음으로써 원가 경쟁력도 확보했다. 

현재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코나EV, 아이오닉5, EV6를 선보인 상태인데 현대차는 2032년까지 엑스터EV와 캐스퍼EV 등 3개의 전기차 모델을 더 투입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기아도 2025년부터 현지에 최적화된 소형 전기차를 생산하고 다양한 전기차 모델을 순차적으로 공급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또 코로나로 인해 무산됐던 고급차 시장 진출에도 다시 공을 들이고 있다. 

오토카인디아 등 인도 현지 매체에 따르면 현대차 인도법인은 2025년에 제네시스를 출시하기 위한 팀을 꾸리고 인도 고급차 시장 진입에 착수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인도 고급차 시장은 메르세데스-벤츠(41%), BMW(31%), 아우디(19%), 재규어 랜드로버(8%) 순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제네시스가 인도에 진출한다면 출시 모델은 GV70, GV80 등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가 될 것이며 벤츠 GLC·GLE, 아우디 Q5, BMW X5 등과 경쟁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이 모델들보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제네시스가 인도 고급차 시장에서 경쟁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전망도 함께 나오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1인당 GDP가 2500달러에서 1만 달러에 이를 때까지 자동차 구매가 급속도로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에 따라 2023년 1인당 GDP가 2600달러 수준인 인도는 앞으로 경제성장과 함께 자동차 구매량이 빠르게 증가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사무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