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빅매치] 보수세 강한 서울 양천갑, ‘이재명 저격수’ 구자룡 vs ‘일꾼’ 황희

▲ 구자룡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왼쪽)과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오른쪽). <페이스북 갈무리>

[비즈니스포스트] 4월 총선 서울 양천갑 선거구에서 ‘이재명 저격수’ 구자룡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과 ‘비명(비이재명)계’로 분류되는 재선의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맞대결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구자룡 비대위원은 각종 방송에서 ‘보수 패널’로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판해 얻은 유명세를 바탕으로 황 의원 당선 이전까지 보수적 정치세가 강했던 양천갑 탈환을 노리고 있다.

황 의원은 지역 토박이와 도시계획 전문가를 내세워 재건축 같은 지역 현안 해결의 적임자임을 내세워 3선 고지를 노릴 것으로 보인다.

4일 정치권 분석을 종합하면 서울 양천갑 국민의힘 경선에서 구자룡 국민의힘 비대위원이 조수진 의원과 정미경 전 의원을 꺾고 경선에 승리한 것은 이변으로 평가된다. 

정치신인인 젊은 변호사가 최고위원 경력을 가진 현역 의원과 재선 경력의 정치인을 꺾었기 때문이다. 특히 조 의원은 양천갑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었다.

구 비대위원은 1978년생으로 서울 출신이다. 서울 양천구 목동에 위치한 양정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홍익대학교 법학과 학사학위를 받았다. 

제50회 사법고시에 합격한 뒤 사법연수원 40기를 수료했다. 이후 학교법인 우일학원 교원징계위원회 위원과 학교법인 아리학원 이사를 역임했고 현재 법무법인 한별에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구 비대위원은 지난해 12월 국민의힘 인재영입위원회에서 1차 국민인재로 영입됐고 비대위원으로도 임명됐다.  

구 비대위원은 2021년 이 대표의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사건을 법리적으로 비판하며 일부 보수층으로부터 ‘이재명 저격수’라는 별명도 얻었다. 

그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겨냥해 “(대장동 사건 관련) ‘1원 한 푼 받은 게 없다’ 주장하는데 완전히 엉뚱한 얘기”라며 “이 대표의 잘못은 특가법상 배임이다. 뇌물이 아니란 이 대표의 말은 강도가 문제가 되는 상황에서 ‘저는 강간 문제는 없다’고 하는 격이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2020년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지역기반이 전혀 없던 송한섭 후보를 공천했다가 패배의 쓴맛을 겪었다. 이런 점이 목동에서 고등학교까지 졸업한 구 비대위원이 경선에서 승리한 배경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총선빅매치] 보수세 강한 서울 양천갑, ‘이재명 저격수’ 구자룡 vs ‘일꾼’ 황희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구자룡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이 12월29일 국회 당대표 회의실에서 열린 인재영입식에서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더불어민주당에서는 황희 의원과 ‘친명계’ 이나영 더민주전국혁신회의 상임운영위원과 2인 경선이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이 위원이 허용되지 않은 예비홍보물 사용으로 주의 및 시정명령 제재를 받고도 이를 반복하며 경고 제재를 받아 자격이 상실되면서 황 의원이 단독 후보가 됐다. 

민주당에서는 황 의원과 다른 후보와 경선을 다시 추진할 가능성도 없지 않지만 선거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황 후보를 단수공천할 공산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구 비대위원이 젊은 나이와 입담을 바탕으로 많은 보수 지지층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양천갑에서 두 번 내리 당선된 황희 의원의 벽을 넘기가 쉽지만을 않다는 시각이 많다. 

황 의원은 1967년생으로 전남 목포 출신이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서울 양천구로 이주해 서울 강서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숭실대학교 경제학과 학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연세대학교 도시공학과에서 석·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황 의원은 1997년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총재 비서로 정계에 입문했다. 2002년엔 제16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획조정분과 행정관을 지냈고 참여정부에서는 대통령비서실 정무·홍보수석실 행정관으로 일했다. 

2009년부터 2011년까지 민주당 중앙당 상근 부대변인을 지냈고 2011년 하반기 재보궐선거에서 박원순 서울시장 선거대책위원회 정책특보를 맡았다. 

2012년 19대 총선에서 경기 안산시 단원을 경선에서 부좌현 후보에게 밀려 탈락했다. 

18대 대선에서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대선캠프에서 기획조정팀장을 맡았고 2015년에는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부의장을 맡았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 서울 양천갑에 출마해 이기재 새누리당 후보를 꺾고 당선됐다. 당시 황 의원은 정치 신인임에도 1988년 이후 보수계 후보만 배출했던 지역에서 처음으로 민주당의 깃발을 꽂아 화제가 됐다. 

황 의원은 자신이 양천 토박이와 도시공학 박사 출신이라는 점을 내세워 재건축 문제 해결의 적임자임을 어필했고 이 전략이 지역구 주민들에게 통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황 의원은 2017년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뒤 대미 특사단에 홍석현 전 주미대사와 함께 포함되기도 했다. 

그는 21대 총선에서는 송한섭 미래통합당 후보를 꺾고 재선에 성공했다. 양천지역의 유권자들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만이 많았지만 지역 연고가 없었던 의사·검사 출신보다 지역 현안 해결을 위해 노력한 황 의원의 손을 들어줬다. 

2021년 1월에는 문재인 정부에서 제52대 문화체육부 장관으로 임명됐다. 

황 의원 역시 의정활동을 하면서 크고 작은 논란들이 있었다. 문재인 정부의 자사고 폐지 정책을 두둔하며 자사고에 비판적인 발언을 했지만 정작 자신의 자녀는 자사고에 입학한 것으로 드러나 입길에 올랐다. 
 
[총선빅매치] 보수세 강한 서울 양천갑, ‘이재명 저격수’ 구자룡 vs ‘일꾼’ 황희

▲ 황희 의원이 2월27일 지하철에서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황희 페이스북 갈무리>


또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한복이 중국의 소수민족의 옷으로 등장한 것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고 “한복 관련 문제로 중국과 싸워 무엇을 얻나”고 발언해 보수층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앞서 황 의원이 2016년 20대 총선에서 당선됐던 것이 화제가 됐던 것처럼 양천구는 본래 보수의 텃밭이었다.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16·17·18대 국회에서 내리 당선되기도 했다.

양천갑은 목동, 신정1·2·6·7동으로 구성돼 있다. 이 지역은 아파트가 많은 주거 단지로 ‘재건축’이 핵심 이슈로 꼽힌다. 특히 목동 신시가지아파트가 노후화되고 있어 가장 시급한 현안으로 여겨진다.

주거 아파트 단지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중산층 이상의 유권자들이 많아 보수세가 강하다고도 볼 수 있으나 이전 선거들을 봤을 때 ‘인물 경쟁력’에서 밀리게 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곳이기도 하다. 

원 전 장관이 3선을 내리 당선될 수 있었던 것도 당시 보수정당내 소장파로 개인의 젊고 유능한 이미지가 크게 어필한 측면이 있었다는 평가도 있다. 또 황 의원이 당선된 배경에도 그의 경쟁력이 다른 후보들에 비해 뛰어났다는 시각이 많았다.

다만 최근 치러진 제20대 대선과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결과를 봤을 땐 다시 보수세가 강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대 대선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7만9002표(54.29%)를 득표해 6만756표(41.75%)를 받은 이재명 민주당 후보에 12.54%포인트 차이로 승리했다. 

바로 뒤이어 치러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양천구청장 선거에서는 이기재 국민의힘 후보가 5만9168표(58.9%)를 얻어 3만9188표(39.01%)를 득표한 김수영 민주당 후보에 19.89%포인트 차이로 더 크게 이겼다. 이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