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커버그 ‘메타버스 중심’ VR 전략 통했다, 애플 비전프로 출시가 촉매제 역할 

▲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가 1월31일 미국 워싱턴 DC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상원 법사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메타가 메타버스 사업부 매출을 50% 가까이 증가시키며 성장 잠재력을 입증하는 데 성공했다. 

메타가 사용자들 사이 상호작용에 초점을 맞춘 제품과 콘텐츠를 앞세워 향후에도 높은 판매고를 이어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경쟁 제품인 애플 비전프로가 출시돼 메타의 가상현실(VR) 헤드셋 퀘스트도 덩달아 호재를 맞았다는 시각도 있다. 

5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은 “퀘스트의 판매 호조에 힘입어 리얼리티랩스의 4분기 매출은 크게 증가해 처음으로 10억 달러를 돌파했다”고 분석했다. 

메타버스 사업 부서인 리얼리티랩스는 2023년 4분기 처음으로 매출 10억 달러(약 1조3333억 원)를 돌파했다. 이는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47.3% 증가한 수치다. 

분기별 매출이 절반 가까이 증가하면서 메타버스 사업의 잠재력을 입증해내는 데 어느 정도 성공한 것이다. 

마크 저커버그는 4분기 콘퍼런스콜을 통해 “메타버스를 통해 회사를 강력한 기술 회사로 만들 장기비전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발언은 메타버스 콘텐츠를 구현하는 핵심 폼팩터인 헤드셋 ‘퀘스트’를 비전프로와 차별화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상호작용에 초점을 맞춘 퀘스트 시리즈와 달리 비전프로는 개인 경험에 집중한 상품이라 판매 대수에서는 메타가 유리할 수 있다. 

저커버그 또한 2023년 6월에 열렸던 전사 회의에서 “메타 퀘스트는 착용자가 역동적으로 움직이며 사람들이 메타버스에서 함께 활동하게끔 만든 제품”이라며 '상호작용'이라는 차별성을 강조했다. 

실제 메타버스 관련 매출이 4분기에 크게 증가할 수 있었던 이유로 여러 명이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콘텐츠들을 제공했다는 점이 지목됐다. 
 
경제전문매체 쿼츠의 2일자 보도에 따르면 2023년 크리스마스에 애플 앱스토어에서 가장 많이 다운된 앱은 메타 퀘스트에서 게임을 구매할 수 있는 ‘퀘스트 앱’이다. 연말 쇼핑 성수기에 퀘스트가 선물용 등으로 인기를 끌었다는 의미로 해석이 가능하다.
 
저커버그 ‘메타버스 중심’ VR 전략 통했다, 애플 비전프로 출시가 촉매제 역할 

▲ YG엔터테인먼트 소속 아티스트인 블랙핑크가 2023년 12월26일 메타의 호라이즌 월드 속에서 아바타들과 함께 콘서트를 펼치고 있다.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9월에 열렸던 공연을 VR로 연출했다. < Meta >


메타 앱 가운데에서도 상호작용을 촉진하는 메타버스 콘텐츠는 사용자 인기를 끌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가 확인한 메타의 4분기 콘퍼런스콜 자료에 따르면 메타버스 콘텐츠인 ‘호라이즌 월드’는 메타의 앱 순위에서 10위 안에 들었다. 호라이즌 월드는 사용자들이 아바타를 만들어 다른 사용자들과 교류하는 데 초점을 맞춘 콘텐츠다. 

2월2일 비전프로 출시가 역설적으로 메타 퀘스트에 대한 소비자 관심을 높이는 촉매제가 됐다는 분석도 나왔다.

IT전문지 톰스가이드는 5일 “애플의 비전프로가 엄청난 화제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면서 “퀘스트3는 더 적은 비용으로 비전프로와 동일한 기능을 제공한다”는 내용의 논평을 내놓았다. 

퀘스트가 한화로 500만 원을 호가하는 비전프로보다 가격이 10분의 1로 저렴하고 게임 등 다수의 전용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어 소비자들이 손쉽게 구매할 수 있다는 의미다. 

애플은 비전프로가 AR(증강현실)이나 VR기기가 아니라 혼합현실(MR) 기기라고 강조하지만 폼팩터는 메타 퀘스트처럼 헤드셋을 쓴다.

이런 상황에서 비전프로와 퀘스트의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소비자들의 관심은 관련 제품들 전체로 퍼지게 된다. 소비자는 VR이든, MR이든 상관 없이 어떤 헤드셋이 더 가성비 좋은 체험을 주는가를 보기 때문이다.  

메타는 2021년 사명을 기존 페이스북에서 메타로 변경하고 퀘스트 개발과 메타버스 콘텐츠 사업에 공격적으로 투자했지만 확실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메타버스 관련 연간 자본지출(CAPEX) 예산을 기존보다 80% 가까이 늘리며 수백억 달러를 쏟아 부어 큰 손실을 입기도 했다. 

2023년 11월 챗GPT가 출시되고 인공지능(AI)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저커버그가 메타버스 대신 인공지능에 관심을 보이자 그의 리더십을 향한 불신마저 나오기까지 했다.

사명을 바꿀 정도로 메타버스를 주요 사업으로 밀었음에도 몇 년 되지 않아 이를 변경했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저커버그가 콘퍼런스콜을 통해 메타버스 관련 확실한 비전을 제시한 만큼 이후 비전프로와의 차별화에 성공한다면 메타버스 부문이 기업 실적을 견인할 가능성이 충분해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메타버스를 회사의 장기 비전으로 꼽은 저커버그의 콘퍼런스콜 발언을 두고 “이번에 미국 증권가는 걱정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