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SK하이닉스가 반도체 불황 탈출에 따라 낸드플래시의 수익성을 회복하고 있지만, 여전히 보수적 투자기조를 유지하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은 당분간 낸드플래시 사업에서 공급 확대보다는 수익성을 높이는 방안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 낸드플래시 업황회복에도 안심 어려워, 곽노정 수익성 확보 주력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이 낸드플래시 사업의 수익성을 높이고 업황변동에도 실적을 안정화하는 전략을 강화해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 SK하이닉스 >


30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오름세를 이어간 낸드플래시 가격이 올해도 상승세를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공급업체가 신중하게 생산량을 통제한다면 올해 낸드플래시 가격은 매 분기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SK하이닉스는 낸드플래시 가격이 높아지면서 수익이 늘어나고 있다. 회사의 2023년 4분기 낸드플래시 평균판매단가(ASP)는 전 분기 대비 40% 증가했다. 

다만 곽 사장은 낸드플래시 생산설비 투자규모를 보수적으로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SK하이닉스는 2023년 4분기 실적발표 뒤 진행된 콘퍼런스콜(전화회의)에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보수적 투자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곽 사장이 낸드플래시 투자에 신중한 태도를 취하는 것은 D램과 비교해 공급측의 가격결정권이 약해 업황 변동에 취약하다는 점이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D램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세 기업이  과점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반면 낸드플래시는 상대적으로 기술적 장벽이 낮아 이들 외에도 키옥시아, 웨스턴디지털, YMTC 등 다수 기업들이 시장에 참여하고 있어 경쟁이 치열하다. 개별 반도체 기업이 가격협상에 나서기 어려운 구조인 것이다.

게다가 D램은 인공지능(AI) 서버에 들어가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첨단 제품의 수요가 커지면서 가격 결정력이 수요 측에 기울어 있던 구도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 

특히 곽 사장이 힘을 싣고 있는 HBM은 개발 단계부터 고객사와 긴밀한 협상을 통해 공급량과 가격이 결정되는 구조인 만큼 공급확대에 따른 가격 하락 우려가 적은 편이다. HBM이 D램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빠르게 커지고 있다.

반면 낸드플래시는 HBM처럼 수요가 높은 고부가 제품이 발굴되지 않은 만큼 앞으로 공급이 늘어나면 가격이 재차 떨어질 위험이 있다. 
 
SK하이닉스 낸드플래시 업황회복에도 안심 어려워, 곽노정 수익성 확보 주력

▲ SK하이닉스의 ‘321단 4D 낸드’. < SK하이닉스 >


곽 사장에겐 낸드플래시 수익성을 담보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인 것이다. 

곽 사장도 이 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곽 사장은  eSSD(기업용SSD)와 모바일용 제품 등 고부가 낸드플래시를 중심으로 라인업을 개선하고 있다.

최근에는 SK하이닉스의 미주법인인 ‘SK하이닉스 아메리카’ 산하 낸드플래시 개발 조직 SK HNA를 출범하고 고부가 제품 개발에 나섰다.

곽 사장은 또 낸드플래시를 솔루션 사업화해 수익성을 개선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낸드플래시를 빅테크 고객사에 특화한 맞춤형 솔루션으로 제공한다는 것이다.

회사는 지난달 낸드플래시와 솔루션 사업이 서로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N-S 커미티’ 조직을 신설했다. 이 조직은  두 사업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맡아 수익성을 높이는 역할을 담당한다.

회사 관계자는 “낸드플래시 사업과 관련해 업황이 변동하더라도 꾸준한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로 바뀔 수 있도록 체질을 개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바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