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윤석열 대통령이 현행 91개에 이르는 법정부담금 제도의 전면 개편을 지시했다.

영화상영관 입장권 부과금, 출국납부금 등 목적 타당성이 적은 부담금이 많고 부담금의 징수 규모가 매우 커졌다는 점에서 정비 자체는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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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월16일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정치권에서는 사회적 논의, 줄어든 재정 확보 대책 등이 빠진 점을 놓고 부담금 제도 개편에 넘어야할 과제가 많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이 부담금 제도의 전면 개편을 지시함에 따라 개편 규모와 방안, 재정 확보 대책과 관련해 이목이 끌리고 있다.

윤 대통령은 전날(16일)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재원 조달이 용이하다는 이유로 부담금을 남발해서는 안 된다”며 “국민과 기업의 부담을 실제로 덜어주려면 91개에 이르는 현행 법정부담금을 전수조사해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담금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등이 특정한 공익사업 수행을 위해 세금과는 별도로 부과하는 금액이다.

1961년에 도로 사업에 따른 원인자 부담금, 도로사업에 따른 원인자부담금, 부대공사비용부담금, 손괴자 부담금, 산림사업에 따른 보안림수익자부담금 등 4개 항목을 시작으로 처음 도입됐다. 그 이후로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며 91개까지 늘었다.

부담금 징수 규모도 크게 증가했다. 기획재정부에서 발표한 부담금운용종합보고서 등을 확인해보니 2001년 6조2905억 원이던 부담금 징수액은 2022년 22조4천억 원으로 2001년보다 3배 넘게 걷혔다. 올해 부담금 징수 계획은 91개 항목에 걸쳐 24조6157억 원이다.

소비자가 지출해야하는 대표적인 부담금에는 영화상영관 입장권 부과금, 출국납부금 같은 것이 포함된다. 

영화상영관 입장권 부과금은 영화산업 진흥을 목적으로 문화체육관광부가 2007년부터 거두고 있는 부담금으로 입장권 값의 3%를 징수하고 있다. 영화표가 1만4천 원이라고 한다면 420원을 떼어가는 것이다. 출국납부금은 공항에서 출국하는 사람에게 1만1천 원을 거둬가는 부담금 제도다.

15인의 민간 전문가들로 구성된 기획재정부 기금부담금운용평가단은 1월14일 발표한 2023년도 부담금평가 보고서에서 영화상영관 입장권 부과금과 출국납부금 제도의 부과타당성과 부과기준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들은 영화상영관 입장권 부과금과 관련해서는 “부담자와 부담금 수혜자간 직접 연계성이 낮으므로 부담금 부과의 타당성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출국납부금을 놓고는 “이 부담금이 (원래 목적인) 더 이상 출국의 억제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는다”며 “현재 출국납부금이 단거리 출국자나 장거리 출국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는 것은 합당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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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완섭 기획재정부 차관이 2023년 8월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부담금운용심의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경제단체들도 부담금 제도와 관련해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쳐왔다.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는 2023년 8월 ‘법정부담금 제도의 문제점 및 개선방안’ 보고서를 발표하며 시대에 뒤떨어지고 국민 부담만 큰 부담금 제도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상의는 정부가 2002년부터 부담금 관리 기본법을 바탕으로 부담금 관리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여전히 문제가 많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보고서에서 정부가 부담금 제도 개선에 소극적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소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로는 납부 저항과 국회 통제를 적게 받는다는 점, 일반회계 대신 기금 또는 특별회계로 관리돼 정부부처의 사업비 확보가 용이하다는 점 등이 꼽혔다.

대한상의 목적 타당성이 부족한 대표적인 부담금 제도도 소개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영화상영관 입장권 부과금 △국제교류기여금 △출국납부금 △광물 수입부과금 및 판매부과금 △재건축부담금 등이 있다.

정치권에서는 윤석열 정부의 부담금 개편 정책에 재정확보 대책이 빠진 것을 들며 줄어든 재원이 일반 국민의 세금 부담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준일 뉴스톱 수석에디터는 16일 CPBC라디오 김혜영의 뉴스공감에 출연해 "부담금을 없애면 내 세금이 더 나가는 것"이라며 "수익자 부담의 기본적인 원칙은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야당은 사회적 공론화, 합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부담금 개편을 하겠다고 발표한 것을 ‘총선용 선심성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한민수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16일 국회 소통관에서 논평을 발표하며 “부담금은 특정한 공익적 목적을 위해 부과한 것으로 그 조정에 있어서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며 “사회적 효용을 증진하는 부담금을 악으로 폐지해놓고 그에 따른 사회적 혼란은 나 몰라라 할 셈인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총선에서 표를 얻겠다는 심산으로 제대로 숙고하지도 않은 즉흥적 정책 발표를 이어가는 대통령의 무책임한 모습이 한심하기 짝이 없다”며 “총선용 포퓰리즘 공약을 남발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무책임함이 국정과 민생을 망가뜨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홍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