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설계 인력 확보를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기존에는 메모리반도체와 시스템(로직)반도체가 별도로 설계, 양산돼 이를 결합하는 방식이었지만 점차 메모리와 시스템반도체가 융합하는 맞춤형 칩으로 진화하고 있는 추세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메모리반도체는 단순히 저장 기능을 담당하던 것에서 연산을 포함한 두뇌 역할까지 일부 담당해 향후 반도체 설계·생산 지형에 큰 변화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14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20일까지 경력 사원 채용을 위한 서류접수를 받는데 D램과 HBM(고대역폭메모리) 설계 인력을 대거 채용한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D램과 HBM 분야에서 시스템온칩(SoC) 설계 인력을 뽑는다는 점이다.
시스템온칩이란 그래픽, 오디오, 비디오, 모뎀 등 각종 멀티미디어용 칩과 D램 등을 단일 반도체로 제조한 제품이다. 스마트폰에서 두뇌 역할을 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가 대표적인 시스템온칩이다.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와 달리 AP를 설계, 생산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스템 아키텍처’ 설계 경험이 있는 경력자를 뽑는 것은 엔비디아와 같은 반도체설계 기업과의 협력 때문이다.
HBM 선두주자로 떠오른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와 손잡고 6세대 HBM인 ‘HBM4’부터는 메모리반도체와 시스템반도체를 동일한 다이(Die·반도체를 작은 사각형으로 나눈 조각)에 구현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그래픽처리장치(GPU)와 같은 시스템반도체와 메모리반도체인 HBM을 따로 제조해 첨단패키징으로 연결하는 방식으로 제조하고 있다. 예를 들면 엔비디아의 인공지능 반도체 A100은 시스템반도체는 TSMC가 제조하고 HBM은 SK하이닉스가 제조해 이를 결합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방식은 데이터 처리 속도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중앙처리장치(CPU)나 GPU 같은 시스템반도체는 저장 기능을 담당하는 메모리반도체와 계속 데이터를 주고받아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병목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하지만 메모리반도체인 HBM을 GPU 위에 올리는 방식으로 동일한 다이에서 작동시킨다면 데이터가 HBM과 GPU 사이에서 이동하는 거리는 대폭 줄어들게 된다. 이에 따라 더 많은 데이터를 더 빠르게 전달할 수 있다.
즉 그동안 다른 공간에서 서로 작업을 하며 정보를 주고받던 메모리반도체와 시스템반도체가 한 장소에서 구동하게 되는 셈이다.
SK하이닉스 뿐만 아니라 삼성전자도 이와 같은 방식을 연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업계의 한 관계자는 “HBM의 효율성과 속도를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고 있는데 GPU 위에 HBM을 쌓는 방식도 이 가운데 하나”라며 “이제 막 검토를 시작하고 있는 초기 단계”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도 올해 미국 텍사스주에 있는 삼성 오스틴 연구개발센터(SARC)에서 GPU와 시스템온칩 설계 채용을 늘리고 있다.
이는 삼성전자에 AP, 이미지센서 등 반도체 설계 인력이 필요하기도 하지만 메모리반도체 분야에도 점차 CPU, GPU와 같은 시스템반도체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인력들이 요구되고 있기 때문이다. HBM은 이미 범용 제품에서 고객사의 요구에 따라 차별화된 맞춤형 반도체로 변화하고 있어 고객사의 반도체 설계 방식을 이해하는 시스템반도체 인력이 필요하다.
HBM과 GPU의 결합이 검토되는 것처럼 앞으로는 메모리반도체와 시스템반도체의 구분이 점점 모호해질 가능성도 나온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은 올해 10월10일 창립 40주년 특별대담에서 “범용 제품으로 인식돼 왔던 메모리반도체가 고객별 맞춤형 반도체로 바뀔 것”이라며 “메모리와 CPU, 시스템반도체 간 경계가 없어지고 기술적인 융합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개발하고 있는 지능형 반도체(PIM)도 기존 메모리의 저장기능에 연산기능까지 더한 맞춤형 반도체다.
PIM은 연산 기능을 시스템반도체인 CPU나 GPU가 담당한다는 일반적인 인식을 완전히 깨버린 메모리반도체로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처리 등에서 뛰어난 성능을 발휘할 것이란 기대를 모으고 있다. 기존 GPU나 CPU를 완전히 대체하는 것은 아니지만 연산기능을 일부 보조함으로써 데이터 처리 속도를 극대화하는 방식이다.
최진혁 삼성전자 미주법인 메모리연구소장 올해 3월 인공지능(AI) 반도체학회인 ‘멤콘’에서 “챗GPT와 같은 대규모 인공지능 모델의 경우 메모리 병목현상으로 지연되는 부분이 80%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HBM에 PIM 기술을 적용할 경우 기존 HBM이 탑재된 GPU 가속기에 비해 AI 모델의 생성 성능이 3.4배가량 개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AMD의 인공지능 GPU 'MI-100'에 'HBM3-PIM' 공급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PIM 개발은 아직 기술적으로 해결해야 할 부분이 많다는 진단도 나온다.
윤종혁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전기전자컴퓨터공학과 교수는 SK하이닉스 뉴스룸에 올린 칼럼에서 “PIM 연산 가속기의 등장으로 기존에 데이터 저장만을 담당하던 메모리가 이제는 연산을 포함한 두뇌의 역할에 다가서고 있다”며 “하지만 연산 분해능(수행할 수 있는 연산의 수), 저장 용량, 지연 시간, 전력 소모 등 회로의 특성이 명확하지 않아 갈 길이 멀다”고 바라봤다. 나병현 기자
기존에는 메모리반도체와 시스템(로직)반도체가 별도로 설계, 양산돼 이를 결합하는 방식이었지만 점차 메모리와 시스템반도체가 융합하는 맞춤형 칩으로 진화하고 있는 추세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 대표이사 사장과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메모리반도체는 단순히 저장 기능을 담당하던 것에서 연산을 포함한 두뇌 역할까지 일부 담당해 향후 반도체 설계·생산 지형에 큰 변화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14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20일까지 경력 사원 채용을 위한 서류접수를 받는데 D램과 HBM(고대역폭메모리) 설계 인력을 대거 채용한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D램과 HBM 분야에서 시스템온칩(SoC) 설계 인력을 뽑는다는 점이다.
시스템온칩이란 그래픽, 오디오, 비디오, 모뎀 등 각종 멀티미디어용 칩과 D램 등을 단일 반도체로 제조한 제품이다. 스마트폰에서 두뇌 역할을 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가 대표적인 시스템온칩이다.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와 달리 AP를 설계, 생산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스템 아키텍처’ 설계 경험이 있는 경력자를 뽑는 것은 엔비디아와 같은 반도체설계 기업과의 협력 때문이다.
HBM 선두주자로 떠오른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와 손잡고 6세대 HBM인 ‘HBM4’부터는 메모리반도체와 시스템반도체를 동일한 다이(Die·반도체를 작은 사각형으로 나눈 조각)에 구현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그래픽처리장치(GPU)와 같은 시스템반도체와 메모리반도체인 HBM을 따로 제조해 첨단패키징으로 연결하는 방식으로 제조하고 있다. 예를 들면 엔비디아의 인공지능 반도체 A100은 시스템반도체는 TSMC가 제조하고 HBM은 SK하이닉스가 제조해 이를 결합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방식은 데이터 처리 속도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중앙처리장치(CPU)나 GPU 같은 시스템반도체는 저장 기능을 담당하는 메모리반도체와 계속 데이터를 주고받아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병목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하지만 메모리반도체인 HBM을 GPU 위에 올리는 방식으로 동일한 다이에서 작동시킨다면 데이터가 HBM과 GPU 사이에서 이동하는 거리는 대폭 줄어들게 된다. 이에 따라 더 많은 데이터를 더 빠르게 전달할 수 있다.
즉 그동안 다른 공간에서 서로 작업을 하며 정보를 주고받던 메모리반도체와 시스템반도체가 한 장소에서 구동하게 되는 셈이다.
SK하이닉스 뿐만 아니라 삼성전자도 이와 같은 방식을 연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업계의 한 관계자는 “HBM의 효율성과 속도를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고 있는데 GPU 위에 HBM을 쌓는 방식도 이 가운데 하나”라며 “이제 막 검토를 시작하고 있는 초기 단계”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도 올해 미국 텍사스주에 있는 삼성 오스틴 연구개발센터(SARC)에서 GPU와 시스템온칩 설계 채용을 늘리고 있다.
이는 삼성전자에 AP, 이미지센서 등 반도체 설계 인력이 필요하기도 하지만 메모리반도체 분야에도 점차 CPU, GPU와 같은 시스템반도체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인력들이 요구되고 있기 때문이다. HBM은 이미 범용 제품에서 고객사의 요구에 따라 차별화된 맞춤형 반도체로 변화하고 있어 고객사의 반도체 설계 방식을 이해하는 시스템반도체 인력이 필요하다.
▲ 현재 HBM 구조.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은 올해 10월10일 창립 40주년 특별대담에서 “범용 제품으로 인식돼 왔던 메모리반도체가 고객별 맞춤형 반도체로 바뀔 것”이라며 “메모리와 CPU, 시스템반도체 간 경계가 없어지고 기술적인 융합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개발하고 있는 지능형 반도체(PIM)도 기존 메모리의 저장기능에 연산기능까지 더한 맞춤형 반도체다.
PIM은 연산 기능을 시스템반도체인 CPU나 GPU가 담당한다는 일반적인 인식을 완전히 깨버린 메모리반도체로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처리 등에서 뛰어난 성능을 발휘할 것이란 기대를 모으고 있다. 기존 GPU나 CPU를 완전히 대체하는 것은 아니지만 연산기능을 일부 보조함으로써 데이터 처리 속도를 극대화하는 방식이다.
최진혁 삼성전자 미주법인 메모리연구소장 올해 3월 인공지능(AI) 반도체학회인 ‘멤콘’에서 “챗GPT와 같은 대규모 인공지능 모델의 경우 메모리 병목현상으로 지연되는 부분이 80%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HBM에 PIM 기술을 적용할 경우 기존 HBM이 탑재된 GPU 가속기에 비해 AI 모델의 생성 성능이 3.4배가량 개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AMD의 인공지능 GPU 'MI-100'에 'HBM3-PIM' 공급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PIM 개발은 아직 기술적으로 해결해야 할 부분이 많다는 진단도 나온다.
윤종혁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전기전자컴퓨터공학과 교수는 SK하이닉스 뉴스룸에 올린 칼럼에서 “PIM 연산 가속기의 등장으로 기존에 데이터 저장만을 담당하던 메모리가 이제는 연산을 포함한 두뇌의 역할에 다가서고 있다”며 “하지만 연산 분해능(수행할 수 있는 연산의 수), 저장 용량, 지연 시간, 전력 소모 등 회로의 특성이 명확하지 않아 갈 길이 멀다”고 바라봤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