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최근 미국 전기차 판매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으로 1천만 원 가까운 보조금을 못 받는 상황에서 현지 딜러에게 지급하는 인센티브(판매장려금)을 늘려 전기차에 대규모 할인을 실시한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것이다.
 
현대차그룹 미국 전기차 '인센티브' 통했다, 보조금 받기까지 버틸 힘 충분

▲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으로 1천만 원 가까운 보조금을 못 받는 상황에서 인센티브(판매장려금)를 늘려 전기차에 대규모 할인을 실시한 덕을 톡톡히 보며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 사진은 현대차 아이오닉5와 기아 EV6.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현대차그룹은 최근 내연기관차 판매를 통해 확보한 탄탄한 이익체력을 바탕으로 탄력적 전기차 인센티브 정책을 펼쳐 북미 전기차 생산체제가 갖춰지는 1년여 동안 전기차 점유율을 방어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3일 현대차와 기아 미국판매법인에 따르면 미국 IRA의 영향을 받아 올해 들어 전기차 판매량이 뒷걸음치다가 올해 5월부터 판매실적을 점차 회복하고 있다.

지난해 8월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에 한해 보조금(세액공제)를 지급하는 IRA가 시행되면서 대부분의 전기차를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모델들은 모두 최대 7500달러 규모의 미국 전기차 구매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됐다.

현대차 미국법인(HMA)은 6월 미국에서 전기차 미국에서 전기차 아이오닉5를 3136대, 아이오닉6을 1162대 판매했다. 아이오닉5는 전년 동월보다 판매량이 10% 늘며 월간 최대 판매량을 기록했고 올 3월 현지 판매를 시작한 아이오닉6 역시 지난달 처음으로 월간 판매 1천 대를 넘어섰다. 

다만 기아 EV6는 6월 미국에서 1458대가 팔려 지난해 6월보다 판매량이 43.2% 줄었다. 하지만 올해 판매를 시작한 아이오닉6가 6월 1162대 팔리며 현대차그룹 전체 미국 전기차 판매량을 벌충했다.

내연기관차와 전기차가 함께 판매되는 코나는 6월 모델별 판매량이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전기차 코나 일렉트릭은 1년 전보다 판매량이 239% 늘어 월간 최다 판매기록을 세운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따라 6월 현대차와 기아의 전체 합산 미국 전기차 판매량은 구체적 집계가 이뤄지기 전이나 전년 동기와 비교해서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5월 현대차와 기아는 합산 전기차 8105대를 팔아 전년 동기와 비교해 판매량이 48.5%나 증가한 바 있다.

현대차 아이오닉5와 아이오닉6, 기아 EV6 등 전기차전용플랫폼 E-GMP기반 대표 전기차의 판매량을 보면 1~4월 미국 누적 판매량(1만3804대)에서 전년 동기와 비교해 3030대 차이가 나던 격차를 1~6월 누적 판매량(2만5214대)에서는 1046대로 크게 줄이며 회복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이오닉6와 아이오닉6, EV6 이들 3개 차종은 5월과 6월 단 2달 동안 1만1410대가 팔려 1~4월 누적 판매량의 82% 이상의 판매실적을 올렸다.

현대차와 기아의 최근 전기차 판매량 회복은 IRA에 대응하기 위해 5월부터 대규모 할인을 실시한 데 힘입은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차는 5월 미국에서 2023년형 아이오닉5와 아이오닉6를 구매하는 고객에게 캐시백 방식으로 3750달러를 지급했다.

그 뒤 6월 초부터는 아이오닉5 일부 트림 구매고객에 5천 달러의 보너스 현금 리베이트를 제공해 혜택 규모를 키웠고 같은 달 14일부터는 아이오닉6에도 비슷한 프로모션을 시작했다. 

6월28일부터는 2023년형 아이오닉5와 아이오닉6 모든 트림에 기존 현대차 소유주를 대상으로 2500달러 '로열티' 할인을 실시하고 있다.

이에 미국에서 아이오닉5와 아이오닉6를 구매하는 고객은 IRA 보조금과 동일한 최대 7500달러의 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다.

기아는 지난 5월15일(현지시각)부터 EV6을 리스로 구매하는 고객들에게 최대 7500달러의 인센티브(판매장려금)를 제공하고 있다. 또 신형 EV6 구매자에 대해서는 기아 파이낸스 아메리카가 3750달러의 보너스 현금을 제공한다.

현대차 로열티 할인과 기아 EV6 할인 등 일부 할인은 7월5일부로 종료되지만 이달 이후에도 현대차와 기아의 전기차 할인 규모는 더욱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전기차 전문매체 인사이드EV는 "아이오닉5와 아이오닉6는 현재 가장 큰 할인을 받게 됐다"며 "불과 한 달 사이 많은 변화가 있었기에 7월4일 연휴(독립기념일)을 앞두고 현대차가 차량 구매자들을 위해 무엇을 준비했는지 기대된다"고 전했다.

현대차와 기아는 내연기관차를 포함한 전체 미국 자동차 판매실적에서는 그야말로 '질주'를 이어가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는 올해 상반기 미국에서 전년 동기보다 16.5% 증가한 합산 78만8964대의 자동차를 팔았다. 특히 기아는 11개월 연속으로 전년 동월과 비교해 판매량이 늘며 올해 상반기 역대 상반기 최대 실적을 새로 썼다.

현대차그룹은 가장 많은 차를 판매하고 있는 북미시장에서 판매 호조를 바탕으로 2분기 이익체력을 더욱 키울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정보회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현대차의 2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 시장기대치(컨센서스)는 2022년 2분기보다 21% 증가한 3조6081억 원이다. 같은 기간 기아의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34% 증가한 2조9937억 원으로 나타났다.

올해 1분기 현대차는 3조5937억 원, 기아는 2조8740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역대 분기 기준 최대 영업이익 기록을 새로 썼는데 두 회사가 2분기 시장기대치에 부합하는 영업이익을 내면 2022년 4분기부터 3분기 연속 최대 영업이익 신기록 행진을 이어가게 된다.
 
현대차그룹 미국 전기차 '인센티브' 통했다, 보조금 받기까지 버틸 힘 충분

▲ 기아 EV9. <기아>


개화기를 거치고 있는 미국 전기차시장에서 전기차 브랜드로서 입지를 다지기 위해서는 해당 전기차 플랫폼에 대한 단단한 수요층을 확보하기 위한 전기차 점유율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한 것으로 여겨진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내연기관차를 중심으로 키운 단단한 이익체력을 바탕으로 수익성을 일부 내주더라도 현지 전기차 생산체제를 구축하는 시점까지 직접 전기차 판매 인센티브를 확대해 현지 전기차 점유율을 지키는 전략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전기차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전체 신차 판매에서 전기차 판매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기준 5.8%에 그친다. 현대차그룹이 올해 1분기 미국에서 판매한 전체 자동차 판매량 가운데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도 3.8% 수준이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조지아주 전용전기차 공장이 완공되는 2024년 하반기부터 미국 전기차 구매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전기차 모델이 차츰 늘기 시작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는 올해 미국에서 전기차 13만1천 대를 판매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올해 1년치 미국 전기차 판매에 모두 IRA에 따른 최대 대당 보조금 7500달러에 해당하는 인센티브를 지급한다고 가정하더라도 총 소요 비용은 9억8250만 달러(약 1조2900억 원) 수준이다. 이는 2022년 기준 현대차·기아 미국법인 합산 순이익 5조749억 원의 25.4% 수준에 그친다. 

올해 하반기에는 기아 플래그십 전기차 EV9이 미국에 출시가 예고돼 있어 현대차그룹 전기차 점유율 확대에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에릭 왓슨 기아 미국판매법인 영업담당 부사장은 "혁신적 전기차 등 기아의 강화된 라인업에 관한 소비자들의 반응이 매우 긍정적으로 나타나며 기아 미국 판매 실적 확대에 속도가 붙고 있다"며 "하반기에는 3열 전기 SUV EV9 미국 출로 판매 모멘텀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