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호 기자 leegh@businesspost.co.kr2023-06-19 11: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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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최근 미국 증시에서 엔비디아와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등 인공지능(AI) 관련주의 주가 상승 속도가 ‘닷컴버블’ 사태 직전과 견줄 만한 수준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2000년대 초반과 같이 기술주 급락으로 증시가 붕괴했던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전망에는 주요 투자은행 의견이 엇갈린다.
▲ 인공지능 주식 열풍이 2000년대 초반 '닷컴버블' 당시와 유사하다는 투자업계 견해가 제시됐다. 당시와 달리 기업이 수익을 실현해 주가 붕괴 위험은 낮다는 반대 의견도 함께 나왔다. 사진은 지난 5월24일 미국 뉴욕 주식장에 한 트레이더의 모습이 거울에 비친 화면. <연합뉴스>
18일(현지시각) 증권전문지 마켓인사이더에 따르면 2023년 인공지능 기술주 급등이 2000년 전후 벌어졌던 인터넷 관련주 호황과 닮았다는 견해가 제시된다.
경제학자 데이비드 로젠버그 로젠버그리서치 대표는 마켓인사이더를 통해 “인공지능 기술을 다루는 기업 주가가 급등한 2023년은 20세기 말 인터넷 주식들이 각광받던 ‘닷컴버블’ 시기와 비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닷컴버블은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인터넷 벤처기업들의 주가가 단기적 호황을 겪은 뒤 급격히 내려앉은 사건을 말한다.
1997년 1300포인트대에 머물던 기술주 중심 나스닥지수는 2000년 3월에 5천 포인트를 넘는 수준까지 치솟았다. 이후 거품이 꺼지면서 1천 포인트대로 폭락했다.
2023년에도 인공지능 기술주에 과도한 투자가 집중되며 주가가 단기간에 오른 만큼 주식시장이 급격히 붕괴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마켓인사이더에 따르면 엔비디아와 알파벳(구글 모기업), 마이크로소프트(MS)와 같은 인공지능 기술 기업이 속한 나스닥100 지수는 올해 초부터 현재까지 약 39% 상승했다.
엔비디아는 특히 인공지능 연산에 탁월한 성능을 보이는 그래픽처리장치(GPU) 호황을 맞으며 같은 기간 주가가 192% 치솟았다.
일부 투자 전문가들은 인공지능 관련 주가가 닷컴버블 때와 같이 고평가돼 있으며 곧 붕괴 위험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글로벌 리서치 부문 최고투자책임자(CIO) 마이클 하트넷은 비즈니스인사이더를 통해 “2023년 인공지능 주가 폭등은 ‘베이비 버블’ 상태에 있다”며 “인터넷 기술처럼 인류에 유익한 기술이라 해도 자산 거품이 형성되면 꺼질 수 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영국 런던에 위치한 자산운용사 탬(TAM)의 최고투자잭임자 제임스 페니 또한 “기업이 인공지능 관련 매출을 낸다고 언급하기만 해도 주가가 오른다”며 “현재 인공지능 시장은 미성숙한 상태이며 관련주들 주가가 떨어질 확률이 높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반면 인공지능 열풍이 닷컴버블처럼 단기간에 붕괴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낙관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투자은행 웨드부시의 분석가 댄 아이브스는 “인공지능 기술은 기업에 대규모 비용 절감효과를 가져온 혁신적 기술”이라며 “인터넷 등장 초기인 1995년과 비슷해 큰 성장이 예고된다”고 전했다.
여러 기업이 인터넷을 활용해 당장 돈을 벌어들이지 못했던 닷컴버블 때와는 달리 다수의 인공지능 기업이 수익화에 성공하고 있어 주가 하락 가능성이 낮다는 주장도 나왔다.
핀테크업체 트레디어의 댄 라주 최고경영자(CEO)는 마켓인사이더와 이메일 인터뷰에서 “1990년대 후반과는 달리 2023년 인공지능 기업들은 즉각적으로 수익을 실현하고 있다”며 “현재 주요 기업의 주가수익률(P/E) 추세는 합리적”이라는 의견을 냈다.
16일 기준으로 미국증시 나스닥100 지수 주가수익률은 18.97배를 기록하고 있다.
닷컴버블 당시 나스닥100 지수의 주가수익률은 92배에 이르렀으며 버블 이후에는 3분의 1 수준까지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