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영 기자 eesoar@businesspost.co.kr2023-06-05 15:3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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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매출 기준 국내 1위 백화점인 신세계 강남점에 대한 손영식 대표이사 사장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백화점 공간에 대한 고객 요구가 바뀌면서 쇼핑과 여가를 함께 즐기는 '몰링' 기반의 초대형 백화점이 늘고 있어 국내 1위의 위상을 지키기 위해서는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 신세계 강남점은 리뉴얼을 거듭하며 '지역 1번점' 위상을 굳혀오고 있다.
손 사장은 몰링형 백화점 대신 고급화로 방향을 잡았지만 신설 못지 않게 드는 투자비가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백화점 공간에 대한 고객들의 요구가 바뀌고 있다. 쇼핑뿐 아니라 여가도 즐기는 '몰링형 백화점'을 원하는 것이다. 더현대 서울의 성공이 이를 잘 말해준다.
몰링형 백화점을 대표하는 더현대 서울은 백화점 공간의 최신 트렌드를 잘 보여준다.
'몰링'은 대형 복합쇼핑몰에서 쇼핑뿐 아니라 식사, 영화 감상 등 여가 활동까지 해결하는 소비 행태를 말한다.
MZ세대를 주요 고객으로 잡은 더현대 서울은 개점 3년차인 올해 명품 없이 매출 1조원을 바라본다. 쇼핑하며 힐링하는 '리테일 테라피'를 내세워 매장 절반을 고객에게 내준 덕분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더현대의 성공을 바라보면서 20년 이상 된 백화점들은 점포별 상황에 따른 전략을 고심하는 모습이다.
국내 매출 1위 백화점인 신세계 강남점도 그런 트렌드에 대응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강남점 고객은 트렌드에 민감하고 백화점 공간의 트렌디함을 그 공간을 방문하는 자신의 취향과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이어 "백화점이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는 최대의 가치는 공간"이라며 "신세계백화점도 공간에 대한 고민을 지속하고 있다. 신세계가 리뉴얼을 계속해온 이유"라고 했다.
하지만 신세계 강남점은 몰링형 전략을 추구하기가 어려운 환경이다. 더현대는 매장 동선 너비만 최대 8m일 정도로 백화점 내부가 넓고 여유 공간이 많다. 기존 백화점과 다른 '미래형 백화점'으로서 고객이 오래 머물고 즐기는 공간을 강조한 것이다.
이와 달리 2000년 10월 문을 연 신세계 강남점은 매장 동선이 좁다. 특히 고속버스터미널 센트럴시티에 입점해 있는데, 인근 상가 점포들까지 몰려 있어 복잡하다.
손영식 사장은 신세계 강남점의 특성을 고려해 몰링형 백화점으로의 탈바꿈 대신 고급화를 선택했다. 고객층이 더현대 서울과 다르다는 점도 손 사장의 전략적 판단에 크게 작용했다.
한마디로 강남점은 유동 인구가 많은 부촌이 입지다. 이 지역 고객층 특성으로 강남점에서는 때때로 수 억~수십 억 원대 한정판 보석이나 시계도 팔려나갈 정도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강남점은 서울 강남 핵심 지역에 위치해 높은 구매력을 지닌 배후 상권을 확보하고 있다"며 "반포 신흥 부유층이 많이 찾는다"고 했다.
그런 이유로 손 사장은 트렌디한 넓은 매장 대신 '고급화'를 목표로 노후화한 인테리어를 개선하고 있다. 무엇보다 전문관을 조성하며 트렌디한 콘텐츠에 힘을 싣고 있다. 콘텐츠와 매장 구성 변화로 트렌디함을 표현하겠다는 것이다. 신세계 강남점은 지난 4월 매장 재구성을 통한 남성 전문관 개점에 이어 7월엔 영패션 전문관을 리뉴얼해 열 예정이다.
남성 전문관의 경우 '성공한 남자의 펜트 하우스'를 콘셉트로 잡았다. 무채색 대리석 등 세부 인테리어를 통해 브랜드 고유 개성도 살렸다. MZ세대 향의 브랜드까지 아우르며 컨템포러리 브랜드로 트렌디함을 강화했다. 온라인 비중이 높거나 저가 이미지가 강한 브랜드는 정리했다.
전략 방향성이 정해진 만큼 손 사장의 고민은 비용 문제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백화점 핵심 점포인 경우 고급화를 지향하다 보니 새로 짓는 게 낫다고 할 정도로 비용이 많이 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센트럴시티 상가 점포의 리모델링에 드는 비용도 부담 요인이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에 따르면 고객이 주변 상가까지 강남점으로 인지하는 경향이 있어 상가 매장까지 인테리어를 개선해오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상가 입점 점포 수만 2500여개다.
▲ 최근 업황과 맞물려 손영식 대표의 고민은 리뉴얼 비용 문제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손 사장은 2023년 한 해에만 점포 개선 등 전 사업부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7722억 원을 투자할 계획을 세워뒀다. 백화점 사업만 보면 핵심 상권 내 신세계 점포의 환경 개선 등에 5733억 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는 대전과 광주, 동대구를 제외한 9개 점포에 들어가는 전체 투자비다. 2022년에도 9개 점포 개선에 5761억 원을 썼다. 강남점 포함 신세계백화점 개별 점포 당 평균 투자 계획 금액으로 치면 한 해 약 500~600억 원선이다.
그런 상황을 염두에 둔 듯 손 대표는 올해 초 "힘든 경영 환경이 예상되는 만큼 수익 확보에 힘쓰되 쓰임새를 되돌아보겠다"며 "자금 조달과 투자 우선 순위 결정 등 캐시플로우 개선 활동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1분기 기준 9조5천 억원대 백화점 시장에서 신세계 점유율은 27% 가량이다. 신세계백화점은 전국에 12개 백화점을 두고 있다.
이 가운데 강남점은 2019년부터 매출 2조 원을 넘어서며 국내 백화점 1위로 올라섰다. 2021년 연매출은 약 2조5천 억원으로 세계 백화점 매출 1위 수준이다. 2022년 연매출은 2조8398억 원이다. 이호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