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NH농협금융지주 회장에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이 내정됐다.
NH농협금융지주는 농축업인을 위한 정책금융의 실행창구 역할을 맡고 있는 만큼 예산과 금융 분야의 주요 공직을 두루 거친 이 후보자가 차기 회장으로 낙점을 받을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 NH농협금융지주 회장에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사진)이 내정됐다. <연합뉴스> |
NH농협금융지주는 12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열어 이 전 국무조정실장을 차기 NH농협금융지주 회장 후보자로 단독 추천했다.
이 후보자는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거쳐 내년 1월부터 2년 임기를 시작한다.
NH농협금융지주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11월14일부터 한 달간 내·외부의 후보군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 끝에 이 후보자를 최종 선택했다고 밝혔다.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이 후보자가 다양한 분야에서 정책 경험을 한 만큼 실물경제에 대한 높은 이해와 정확한 정책 판단능력을 갖췄고 금융업 전반에 대한 전문성과 통찰력을 보유해 금융지주회사 최고경영자로서 필요한 역량을 두루 겸비했다고 평가했다.
임원추천위원회는 이 후보자가 현재 복합적 요인으로 금융환경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대내외 금융·경제 상황에 대한 명확한 판단을 통해 농협금융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농협금융의 새로운 10년을 설계할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NH농협금융지주 회장에 이 후보자와 같은 관료 출신이 임명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초대 신충식 전 회장과 내부출신인 손병환 현 회장을 제외하고 신동규, 임종룡, 김용환, 김광수 전 회장 모두 재정경제부나 금융위원회 등을 거친 경제관료 출신들이었다.
금융업계는 특히 이 후보자가
윤석열 대통령과 친밀한 사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이 후보자는 윤 대통령과 대학 시절부터 인연을 맺은 최측근 인사로 윤 대통령이 대통령선거 캠프 때 첫 번째로 영입한 인물이다.
NH농협금융지주는 민간 금융사이지만 농축산업인을 대상으로 한 각종 정책금융의 실행창구를 맡고 있어 정부와 교감이 필요한데 친정부 인사로 분류되는 이 후보자가 이러한 역할을 맡기에 적합할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여기에 농협중앙회장의 연임을 허용하는 농업협동조합법 개정안의 원만한 국회 통과를 위해서라도 NH농협금융지주의 지분 100%를 들고 있는 농협중앙회는 정부나 정치권과 교감할 수 있는 인사를 회장에 앉힐 필요도 있어 보인다.
국회에서 농업협동조합법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2024년 임기가 끝나는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이 연임을 노려볼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 후보자의 회장 선임으로 금융권에서 불고 있는 '관치금융'에 대한 우려는 한층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정부에서 임기만료를 앞둔 민간 금융회사 수장에 관료 출신을 앉히려 한다고 비판하고 있는데 윤 대통령과 친분이 깊은 관료 출신인 이 후보자의 회장 선임은 금융노조의 이러한 우려를 현실화한 셈이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차기 BNK금융지주 회장과 IBK기업은행장에도 정부가 관료 출신이나 친정부 인사를 앉힐 수 있다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이 후보자는 예산과 금융 분야의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다.
1959년 부산에서 태어나 부산 동아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중앙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학위를, 미국 메사추세츠공과대학교 대학원에서 MBA를 각각 받았다.
1983년 26회 행정고시로 공직에 입문한 뒤 기획재정부 정책조정국장, 금융위원회 상임위원, 기획재정부 예산실장 등을 거쳐 기획재정부 제2차관과 미래창조과학부 제1차관, 국무조정실장을 역임했다. 올해 4월부터 서울장학재단 이사장을 맡아 왔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