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포스코케미칼이 양극재 확장에 힘써 2차전지 소재를 주력사업으로 키워냈다.

민경준 포스코케미칼 대표이사 사장은 음극재 사업도 강화해 2차전지 소재 전문회사로서 입지를 더욱 넓혀갈 것으로 전망된다.
 
포스코케미칼 양극재 이어 음극재도 육성, 민경준 배터리소재 톱티어 간다

민경준 포스코케미칼 대표이사 사장은 음극재 사업으로 제품 포트폴리오를 강화해 2차전지 전문회사로서 입지를 넓힐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민경준 포스코케미칼 대표이사 사장.


5일 포스코케미칼은 LG에너지솔루션과 제너럴모터스(GM)의 미국 배터리 합작사 얼티엄셀즈와 9393억 원 규모의 음극재 공급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6년 동안 포항공장에서 생산한 인조흑연 음극재를 얼티엄셀즈에 공급한다.

2019년 1월 포스코케미칼 대표이사에 오른 민 사장은 양극재를 중심으로 2차전지 소재사업을 주력사업으로 키워왔는데 음극재 사업도 본격적으로 확대할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케미칼은 올해 3분기 매출 1조533억 원, 영업이익 818억 원을 거두며 사상 처음 분기 매출 1조 원을 넘어섰다. 그 가운데 배터리 사업 매출이 7267억 원으로 전체 매출에서 70% 가량을 책임졌다.

포스코케미칼 전체 매출에서 2차전지 소재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34%, 지난해 43%로 높아졌다. 

올해 들어 3분기까지 2차전지 소재 매출 비중은 60%로 급증하면서 처음으로 기존 내화물 사업과 라임케미칼 사업 합계 매출액을 넘어섰다.

다만 3분기 기준 양극재 매출은 6583억 원, 음극재는 684억 원으로 2차전지 소재 분야에서 양극재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민 사장은 앞으로 포스코케미칼이 원료부터 소재 생산에 이르기까지 확보한 가치사슬 경쟁력을 바탕으로 음극재 생산능력 확대와 공격적 음극재 수주 전략을 펼쳐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포스코케미칼은 지난해 12월 경북 포항에 연산 8천 톤 규모의 국내 최초 인조흑연 음극재 공장을 준공해 주로 중국에서 수입해오던 인조흑연 음극재의 국산화를 달성한 바 있다.

포스코케미칼이 2011년 음극재 세종공장을 준공하며 국내 최초로 천연흑연계 음극재 양산에 성공한 점을 고려하면 인조흑연계 음극재 사업 진출에 10년 넘게 걸린 셈이다.

음극재는 배터리를 충전할 때 리튬이온을 저장하는 역할을 하며 2차전지의 충전 속도와 수명을 결정한다. 

음극재는 원료에 따라 천연흑연계와 인조흑연계로 나뉜다. 천연흑연계는 입자 구조 사이 공간이 많아 에너지 저장 용량에 강점이 있다. 인조흑연계는 소재 팽창이 적어 안정성이 높고 고속 충전에 유리해 전기차 배터리에 많이 쓰인다.

포스코케미칼은 현재 연산 8만2천 톤의 음극재 생산능력을 2025년 17만톤, 2030년 32만톤까지 늘릴 계획을 세워 뒀다. 그런 만큼 전기차 성장에 맞춰 인조흑연계 음극재 생산 능력 확대에도 본격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포스코케미칼은 애초 2177억 원을 투입해 8천 톤의 인조흑연 음극재 포항 공장 생산능력을 2024년까지 1만6천 톤으로 늘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 뒤 투자금액을 3458억 원로 늘려 2025년까지 1만8천 톤으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최근 공시했다.

포항공장 외에 인조흑연 음극재 생산과 관련한 신규 투자는 북미에서 진행될 공산이 클 것으로 보인다.

민 사장은 11월1일 서울 서초구 JW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2022 배터리 산업의 날' 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 자동차 3사와 음극재 증설과 관련해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 사장은 "합작사(JV) 형태를 검토하고 있는데 구체적 업체를 밝히긴 어렵지만 음극재 사업의 괄목할 만한 성장이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포스코케미칼은 미국 현지 음극재 공장 설립 방안을 최종 조율하는 단계"라고 바라봤다.

포스코케미칼은 북미뿐 아니라 유럽에서도 음극재 생산시설 건립을 검토하고 있다.

민 사장이 음극재 생산능력을 양극재에 필적하는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고삐를 죄고 있는 만큼 음극재 사업은 포스코케미칼의 배터리소재 사업의 양대 축으로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포스코케미칼은 인조흑연의 원료인 침상코크스를 2012년 설립한 자회사 피엠씨텍을 통해 자체적으로 생산하고 있어 음극재 원료부터 최종 소재 생산까지 전체 가치사슬 내재화를 이룬 바 있다.

이번 얼티엄셀즈와의 공급 계약에도 내재화와 제품 포트폴리오 확대로 키운 사업경쟁력이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유럽 원자재법 등으로 인해 안정적 광물 조달능력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어 포스코그룹 차원의 안정적 자원 공급망이 음극재 사업 신규 수주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는 지난해 아프리카 탄자니아 흑연광산을 보유한 호주 광산업체의 지분을 인수하는 등 음극재 원료 확보에 본격 나섰다. 

양극재 원료에서도 포스코그룹 차원의 내재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포스코홀딩스가 올해 3월 아르헨티나에서 염수 리튬 공장을 착공하고 계열사 포스코리튬솔루션 광석리튬 공장에서도 연 4만3천 톤의 리튬을 생산하기로 하며 2024년 모두 연 9만3000톤의 리튬 생산능력을 갖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포스코케미칼은 2024년에는 양극재 생산에 필요한 리튬을 모두 자급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사업경쟁력을 바탕으로 포스코케미칼은 최근 양극재 사업 대규모 수주를 잇달아 따낸 바 있다.

포스코케미칼은 얼티엄셀즈로부터 모두 21조 원 규모에 이르는 양극재 수주를 따냈다. 민 사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독자적 기술과 원료 경쟁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고객사 확대를 적극 추진하고 양·음극재 사업을 균형있게 성장시켜 '글로벌 톱티어' 배터리 소재회사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