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첫 전기 PBV 2025년 양산, 사용자 편의성 무기로 시장선점 노린다

▲ 기아가 목적기반차량 선점을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서울 서초구에 있는 UX스튜디오에 공개된 공항 픽업용 목적기반차량 '엔지니어링 벅' 모습. <현대자동차그룹>

[비즈니스포스트] 기아가 현대자동차그룹의 든든한 지원 아래 PBV(목적기반차량)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고객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사용자경험(UX)과 관련한 경쟁력을 가다듬어 개화하는 PBV 시장에서 앞서 나가기 위한 무기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18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기아는 새 전기차 전용 플랫폼 ‘eS’를 적용한 첫 전기 PBV를 2025년부터 양산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eS는 EGMP에 이은 현대차그룹의 새로운 전기차 플랫폼이다. 스케이트보드 형태의 유연한 구조로 개발돼 배달·배송과 차량호출 등 B2B(기업 간 거래)용 PBV 차량에 주로 쓰일 예정이다.

PBV는 사용 목적에 초점을 둔 간결한 구조의 이동 수단을 말한다. 전용 플랫폼 위에 올라가는 차량 상부 설계에 따라 다양하게 용도를 바꿀 수 있다. 물류뿐 아니라 카페, 식당, 병원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기아는 현대차그룹 내에서 PBV 사업을 책임지면서 2030년 세계 1위에 올라섰다는 목표를 세웠다. PBV 전용 생산 공장도 경기 화성에 짓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기아의 세계 1위 등극을 위해 PBV 사용자 편의와 관련한 전문 조직을 두고 이를 통해 PBV의 주요 고객인 기업고객들의 니즈를 적극 반영하면서 사업 경쟁력을 키워가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16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연 '현대차그룹 UX 테크 2022' 행사에서 PBV 개발 과정에 콘셉트를 잡기 위한 테스트 벅들을 공개했다. 

테스트 벅은 차량이나 부품 등의 개발 과정에서 사용성 검증 등을 목적으로 사전에 제작하는 모형을 말한다. 이번 행사에선 나무로 PBV 모양을 뜬  '스터디 벅'뿐 아니라 기술이 실제로 구현된 '엔지니어링 벅'이 소개됐다.
 
기아 첫 전기 PBV 2025년 양산, 사용자 편의성 무기로 시장선점 노린다

▲ 양희원 현대차그룹 제품통합개발담당 부사장이 16일 서울 예술에전당에서 열린 '현대차그룹 UX 테크 2022' 기자간담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이번에 공개된 엔지니어링 벅은 2025년을 목표로 개발중인 PBV 전용 전기차 플랫폼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공항을 오가는 여행객을 실어 나르는 '공항 픽업용 PBV'를 콘셉트로 개발됐다.

현대차그룹은 엔지니어링 벅 제작단계에서부터 사용자 요구를 적극 반영하기 위해 그룹 내 별도 UX조직을 꾸려 운영하면서 사업 파트너들뿐 아니라 소비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다.

이를 통해 차량을 먼저 개발하기 앞서 문의 위치나 지상고 높이 등 차량의 세세한 부분부터 차종까지 사전에 고객 요구를 반영한 최적화된 차량을 양산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춰 나가고 있다.

현대차그룹에선 사용자 편의성을 2025년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PBV 시장에서 강력한 경쟁력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과거 내연기관차에서는 남들보다 늦게 시작했고 차량 콘셉트나 이런 것들은 경쟁사들을 추격하는 입장이었다”며 “하지만 앞으로 PBV에서는 독특함을 가지고 우리만의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하는데 사용자 편의성은 중요한 수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고객을 대상으로 다양한 사업모델을 갖춘다는 계획도 세워뒀다. 

이전까지는 단순히 기업고객에게 차량을 판매하는데 그쳤다면 앞으로는 PBV 구독서비스 모델 등을 운영하면서 협력관계를 더욱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구독 서비스 등과 관련한 전문 조직도 이미 갖춰두고 있다. 

아울러 고객사들의 요구 등을 확인하기 위한 행사도 활발하게 진행하기로 했다. 기아는 우선 9월 넷째 주에 PBV 관련 협력기업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기로 했다. 

기아는 첫 전용 PBV 모델로 2025년 15만 대를 판매하고 2030년에는 세계 PBV시장에서 시장점유율 1위에 올라서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다만 기아의 PBV 협력 파트너사가 현재까지 국내에 한정돼 있다는 점에서는 상대적으로 불리하다는 시선도 나온다.

기아는 현재 레이나 니로 등 기존 모델을 활용한 파생 PBV로 사용자경험을 쌓으면서 쿠팡과 CJ대한통운 등 국내 기업들을 중심으로 개별 고객 전용 PBV 개발 등에서 협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주요 시장으로 여겨지는 유럽과 미국에서 아직까지 이렇다할 대형 파트너를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달리 이제 막 개화하는 초기 PBV 시장에서 앞서가는 것으로 여겨지는 제너럴모터스(GM)는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을 포함해 페덱스(FedEx), 월마트 등과 활발하게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GM은 상용차 전문 자회사인 브라이트드롭을 통해 배송용 전기 PBV ‘EV600’과 소형모델 ‘EV410’을 출시했다. EV600은 이미 페덱스에 공급을 시작했고 EV410은 월마트에 5천 대를 공급하기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이외에도 미국 전기차스타트업인 리비안이 2021년 성공적으로 미국에서 기업공개를 마무리하면서 PBV 시장으로 발을 넓혀가고 있다. 리비안은 아마존과 10만 대 규모의 전기밴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유럽과 미국 등 모든 지역에서 파트너가 될 만한 업체들과 소통을 통해 PBV와 관련한 기본적 요구사항을 담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국가별로 법규나 규제가 다르다 보니 현재까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면서도 “전담 조직을 통해 해외 파트너들과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