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채널Who] 현대차는 현재 우리나라 기업들 가운데 UAM(Urban Air Mobility, 도심 항공 모빌리티)과 관련해서 가장 앞서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현대차는 이 시장의 어떤 곳에서 기회를 잡을 수 있을까? 이 시장에서 현대차의 경쟁력은 어디서 나올까?
UAM 시장에서 현대차에게 기회가 될 수 있는 분야는 크게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다. 바로 수소전지와 인공지능이다.
UAM을 사업화하는데 굉장히 중요한 관문 가운데 하나는 바로 인재 확보다.
실제로 한국항공대학교 비행교육원 등 우리나라의 항공 관련 교육기관에서는 UAM 전문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전문 교육과정을 개설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앞으로 약 10년 동안 UAM 시장이 6만 명 정도의 UAM 조종사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UAM 파일럿의 희소성이 높아진다면 UAM 사업의 수익성에도 영향을 준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들로서는 오토파일럿 기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인공지능 기술이 중요한 이유는 수익성 말고도 하나가 더 있다. 바로 안전 문제다.
실제로 비행기 추락사고는 높은 확률로 대규모 인명사고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 UAM은 비행기처럼 높은 고도에서 비행하는 것은 아니지만 도심 위를 운행한다는 특성상 사고가 난다면 피해가 상당히 클 가능성이 높다.
인공지능 자율비행은 안전 문제를 해결하는 획기적인 해답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윤주열 세종대학교 항공우주학과 교수는 ‘도심항공 모빌리티(UAM) 적용에 필요한 효율, 신뢰성, 안전성, 소음, 배기가스, 성능 및 인증의 요구도 분석’ 이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현재, 자율주행 자동차가 자동차 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를 줄일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고, eVTOL(전기 수직이착륙 자동차)의 자율 비행 성능은 인간 조종사보다 더 큰 안전성을 제공한다는 통계적 데이터가 있다”며 “자율비행 성능이 인간 조종사보다 높은 안전성을 나타낼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자동차업체들 가운데서도 자율주행 기술 측면에서 상당히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기업이다.
현대차는 올해 연말에 출시되는 제네시스라인의 G90에 3등급(레벨3)의 자율주행 기술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레벨3 자율주행을 적용할 수 있는 자동차 회사는 세계에서 몇 곳 되지 않는다.
현재 도로를 달리고 있는 레벨3 자율주행차는 일본의 혼다가 유일하다. 메르세데스 벤츠, BMW 등은 현대차처럼 올해 레벨3 자율주행을 적용한 신차를 내놓을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가이드하우스의 자율주행차기업 평가 리포트인 ‘내비건트 리서치’에서는 현대차와 앱티브 연합은 자율주행차 경쟁력 순위에서 세계 6위에 오르기도 했다.
내비건트 리서치는 자율주행차 경쟁력과 관련해서 기업을 리더(Leaders), 경쟁자(Contenders), 도전자(Challengers), 추격자(Followers) 등 네 개로 나누는데 현대차-앱티브 연합은 리더그룹에는 들지 못했지만 경쟁자 그룹에서는 인텔-모빌아이연합과 함께 최상위권으로 평가됐다.
물론 현대차가 자율주행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위치에 있지는 않다. 하지만 오히려 현대차가 자율비행 기술 선점을 시도한다면 이 분야에서는 기술 리더의 자리를 차지할 가능성도 낮지 않다.
허공에는 장애물이 일반 도로보다 없다는 특성 때문에 자율비행 기술의 난도가 자율주행 기술보다 오히려 낮기 때문이다.
도로 위를 달리는 자동차에 차선유지기능이 탑재된 것은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비행기에 자동항법장치가 탑재된 것은 이미 오래전 일이기도 하다.
현대차의 두 번째 경쟁력은 바로 수소다.
현재 UAM 상용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는 바로 항속거리를 늘리는 것이다.
폼팩터에 따라서 상당한 차이가 있긴 하지만, 현재 UAM 기체개발 기업 가운데 유의미한 인원을 싣고 1회 충전으로 200km이상 운행할 수 있는 기업은 미국의 ‘조비에비에이션’ 정도로 평가된다.
특히 로터형 기체 개발을 주로 하고 있는 중국 이항의 UAM 기체 항속거리는 30~40km 수준으로 알려졌다.
사실 30~40km 정도의 항속거리도 도심 내에서 운행하는데는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문제는 현대차를 포함해 UAM에 투자하고 있는 많은 기업들이 궁극적으로는 RAM(Regional Air Mobility, 지역항공모빌리티)까지 나아가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RAM은 도심의 거점을 연결하는 것이 아니라, 도시와 도시를 연결하는 광역운송수단으로서의 플라잉카를 말한다. 짧게는 150~200km, 길게는 400km이상 운항할 수 있어야 한다.
UAM기체는 하늘을 날아다녀야하기 때문에 항속거리를 늘리기 위해서는 배터리의 용량을 늘리는 것 뿐 아니라 배터리의 무게를 줄이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여기가 바로
정의선 현대차 회장의 ‘수소 뚝심’이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지점이다. 수소전지의 가장 큰 장점이 바로 가볍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수소차가 승용차 분야에서는 큰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는 것과 비교해 대형 상용차 시장에서는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대표적 이유로 수소전지의 가벼움이 꼽힌다.
현대차는 올해 5월에 AAM(Advanced Air Mobility) 테크데이 행사를 개최하고 처음으로 RAM 기체를 공개했다. 현대차가 지속적으로 RAM을 이야기하고 있는 바탕에는 수소에너지 경쟁력과 관련된 자신감이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현대차는 전기차나 자율주행 측면에서 아직 ‘패스트팔로워’로 평가받고 있지만, 수소 에너지 측면에서는 ‘글로벌 테크 리더’로 자리잡고 있다.
현대차는 매우 일찍부터 수소차 개발에 심혈을 기울여왔다. 그만큼 현대차는 수소차 기술력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앞서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21년 기준으로, 현대차는 세계 수소차 판매량의 무려 55%를 점유하고 있다. 2위인 도요타의 점유율인 34%보다 무려 20%포인트 넘게 높은 수치다. 세계에서 팔린 1만7642대의 수소차 가운데 현대차가 판매한 수소차는 9620대다.
물론 아직 RAM라는 것은 개념 수준의 사업이기 때문에 실제로 수소전지가 RAM 사업에 어떻게 활용될지 구체적 계획이 나온 것은 아니다.
현대차 관계자는 “수소 전지가 가벼움이라는 장점 때문에 UAM 분야에서 충분히 다방면으로 활용될 수 있다”며 “정확히 수소 에너지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답은 계속해서 기술을 고도해 나가는 과정에서 찾아나가게 될 것”고 말했다.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