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사법 리스크를 앞에 두고도 삼성그룹 안팎에서 경영보폭을 적극적으로 넓히고 있다.
재벌 총수들은 그동안 사법 리스크에 직면했을 때 극도로 외부 노출을 꺼리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 회장은 사뭇 다르다. 코로나19 경제위기에서 경제회복을 바라는 여론에 기대 검찰의 판단을 압박하려는 전략도 보인다.
21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과 현대차 남양연구소에서 만나 미래 자동차 분야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이 부회장은 5월 삼성SDI 천안사업장에서 정 수석부회장을 맞이했는데 이번에는 현대차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 부회장이 삼성그룹 계열사가 아닌 다른 기업을 공개적으로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번 만남과 비교해 동행한 경영진은 더욱 무게감을 갖췄다.
앞서 동행했던
전영현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 황성우 삼성종합기술원장 사장에 이어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 대표이사 부회장,
강인엽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장 사장이 이 부회장과 동행했다.
검찰의 기소 여부 결정이 임박한 상황에서 대기업 총수가 이처럼 공개적으로 현장경영에 나서는 것은 흔치 않은 일로 여겨진다.
대기업 총수들이 사법 리스크를 안게 되면 대체로 몸을 낮추며 신중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삼성그룹 과거만 봐도 그렇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2007년 11월23일 삼성 비자금 의혹과 관련한 특검이 구성된 뒤 수사가 진행될 당시 대외활동을 삼가는 태도를 보였다.
특검 구성을 앞둔 2007년 11월19일에는 부친인 이병철 창업주의 추모식에 불참하기도 했다. 이전까지 해외에 있을 때를 제외하면 추모식에 빠졌던 적이 없어 이례적이라는 말이 나왔다.
하지만 이 부회장은 더욱 적극적으로 대내외 경영활동을 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6월부터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 생활가전사업부,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자 사내벤처 C랩, 삼성전기 등 5곳을 잇따라 방문했다.
삼성그룹의 여러 사업부문을 살펴보고 임직원들을 격려하면서 “경제위기에도 불확실성에 위축되지 말고 도전해야 한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대내외에 전달했다.
이 부회장은 삼성그룹의 총수로서 경영활동을 통해 코로나19로 어려워진 나라경제 살리기에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는 긍정적 여론을 형성하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전략은 실제로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검찰수사심의위원회는 6월26일 이 부회장과 관련해 수사를 중단하고 불기소할 것을 검찰에 권고했다.
검찰수사심의위원회는 법조계, 언론계, 시민단체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150~250명 가운데 무작위로 선발된 사람들이 참여하는 만큼 사회적으로 경제 살리기에 이 부회장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부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부회장이 이런 적극적 경영행보를 앞세워 검찰의 기소를 피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검찰은 삼성물산 합병 등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불법 의혹을 놓고 조만간 기소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경제위기 극복을 내건 이 부회장의 경영행보는 검찰에게 상당히 부감을 안겨줄 수밖에 없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