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테슬라가 일본 파나소닉의 전기차 배터리 독점공급 원칙을 깨고 LG화학과 협력을 추진하면서 삼성SDI가 테슬라에 새 배터리 공급사로 진입할 기회도 커지고 있다.
전영현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이 그동안 테슬라 전기차에 사용되는 원통형 배터리 생산투자를 꾸준히 늘리고 고객사 확대에도 힘쓴 노력이 수주성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26일 증권사 분석을 종합하면 테슬라에 LG화학의 원통형 배터리 공급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블룸버그 등 외국언론은 테슬라가 중국 상하이공장에서 생산하는 ‘모델3’와 ‘모델Y’ 등 전기차 주력모델에 LG화학 배터리를 탑재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테슬라는 지금까지 전기차 배터리를 파나소닉에서만 사들였는데 처음으로 원칙이 깨진 것이다.
블룸버그는 관계자를 인용해 “테슬라의 배터리 확보계약은 LG화학과 독점으로 맺은 것이 아니다”며 “차량 생산을 시작하기 전까지 다른 배터리업체와 공급을 논의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전부터 테슬라에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혀왔던 삼성SDI가 LG화학에 이어 공급업체로 진입할 수 있다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삼성SDI는 테슬라 전기차에 사용되는 형태의 원통형 배터리시장에서 세계 시장점유율 1위 업체로 이미 다른 자동차기업과 원통형 전기차 배터리 공급계약을 맺으며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테슬라 에너지저장장치(ESS)에 사용되는 배터리를 삼성SDI가 공급하며 이미 거래를 튼 적도 있다.
테슬라가 그동안 파나소닉에서만 전기차용 원통형 배터리를 사들이고 있어 다른 공급사 진입이 사실상 차단되어 있다는 점이 삼성SDI의 배터리 공급에 가장 큰 걸림돌로 꼽혔다.
하지만 이제 이런 원칙이 깨지고 다른 배터리업체도 테슬라와 협력을 추진할 수 있는 문호가 개방된 만큼 삼성SDI가 충분히 LG화학을 뒤따라 공급사로 진입할 기회를 노릴 수 있다.
블룸버그는 “테슬라는 중국에서 생산하는 전기차에 다수의 배터리 공급사를 두려 하고 있다”며 “LG화학은 테슬라의 기술적 요구사항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어 더 빨랐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전영현 사장이 삼성SDI의 중국 원통형 배터리공장에 적극적으로 시설투자를 확대해온 점도 테슬라의 중국 공장에 배터리 공급을 추진하기 유리한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전 사장은 원통형 배터리를 생산하는 삼성SDI의 중국 톈진공장에 지난해 말 대규모 시설투자를 결정한 뒤 생산능력을 키우는 데 집중하고 있다.
삼성SDI가 올해 상반기 배터리 시설투자에 들인 금액은 9832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의 3배 가깝게 늘었다.
주로 전동공구와 노트북 등에 쓰이던 원통형 배터리 수요가 전기차시장으로 확대되면서 단기간에 수요가 급증할 가능성에 전 사장이 선제적 시설투자로 대응한 것이다.
김양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SDI 원통형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가 올해부터 점차 늘어날 것”이라며 “세계 1위업체인 삼성SDI가 전기차로 적극 사업 다각화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SDI는 이미 중국 충칭진캉자동차와 미국 루시드모터스, 영국 재규어랜드로버 등 업체와 공급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지며 원통형 전기차 배터리의 선두기업으로 꼽히고 있다.
삼성SDI 원통형 전기차 배터리의 공급 능력과 안정성도 다른 자동차기업과 계약을 통해 어느 정도 검증된 만큼 테슬라가 적극적으로 협력을 검토할 가능성이 높다.
▲ 테슬라 전기차에 탑재되는 배터리팩(왼쪽)과 삼성SDI의 원통형 배터리. |
김 연구원은 삼성SDI의 원통형 배터리 생산 증가율이 2023년까지 연평균 20.1%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전 사장이 원통형 배터리 시설투자를 꾸준히 확대해 공급능력과 원가 경쟁력을 키운다면 테슬라의 전기차 배터리 수주물량을 확보하는 일은 경쟁사보다 갈수록 유리해질 가능성이 높다.
삼성SDI 관계자는 “고객사와 관련한 부분은 언급하기 어렵지만 최근 중국을 중심으로 전기차에 원통형 배터리 채용이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독일 경제지 악티오낼은 삼성SDI와 테슬라 사이 전기차 배터리 수급협상이 이미 3년 전에 진행됐다 무산된 적이 있다며 다시 협력할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하지만 테슬라가 중국에 진출을 추진하고 배터리 확보망을 다변화하며 이전과 상황이 달라진 만큼 원통형 배터리에 들인 전 사장의 노력이 삼성SDI의 수주성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남아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