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덕 포항시장이 2017년 발생한 포항 지진 피해 지원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삭발한 지 4개월 가까이 지나고 있지만 여야 대립으로 입법이 미뤄져 답답해 하고 있다.
지진 피해를 입은 포항시민들은 포항 지진이 자연재난이 아니라 포항 지열발전소가 촉발한 ‘인재’로 판명된 만큼 피해 보상을 위한 새로운 법적 근거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26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포항 지진 피해 지원책을 담은 법안 4개가 국회에 계류돼 있다.
가장 오래된 법안은 4월1일 제안됐다.
이강덕 시장은 4월부터 매달 국회를 방문하면서 지진특별법 제정을 건의해왔지만 아직까지 국회는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포항시 관계자는 “국회와 정부 부처 등 모든 네트워크를 동원해서 적극적으로 지진특별법 통과를 건의하고 요청해 왔다”며 “그러나 법 제정이 국회의 고유 권한인 만큼 지방정부로서는 노력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 시장은 4월2일 포항지진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시민 결의대회에 참석해 삭발까지 했다.
청와대 홈페이지에 지진특별법 제정 국민청원이 20만 명을 넘기는 등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했다.
당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한목소리로 지진특별법 제정을 약속하면서 특별법은 금방 국회를 통과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국회에서 여당과 야당이 강대강 대립을 이어가고 있어 지진특별법을 비롯한 각종 의안들이 언제 처리될지 알 수 없게 됐다.
이강덕 시장은 정부가 추진해온 포항 지열발전소가 포항 지진을 촉발한 만큼 하루빨리 특별법을 제정해 보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본다.
포항 지진은 2017년 11월15일 포항시 북구 북쪽 9km 지점에서 발생했다. 한국에서 발생한 지진 가운데 2번째로 큰 규모 5.4로 측정됐다.
포항시는 사유시설 5만8107곳, 공공시설 2만6467곳이 지진에 따른 피해를 입었다고 집계했다.
당시 포항시민들은 주택 규모나 시세와 상관없이 전파된 주택 900만 원, 반파된 주택 450만 원 등 ‘자연재난 구호 및 복구비용 부담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른 지원금을 받는 데 그쳤다.
그러나 최근 정부조사에서 산업통상자원부 주관사업인 포항 지열발전소가 포항 지진을 촉발한 것으로 밝혀져 보상규모를 새롭게 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게 됐다.
포항시 관계자는 “상가, 유치원, 종교시설 등 포항시 생활 기반시설들은 지진으로 피해를 입었어도 보상을 받지 못했다”며 “포항 지진이 ‘인재’로 판명됐으므로 자연재난과 비교해 보상기준이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 이강덕 포항시장(왼쪽)과 서재원 포항시의회 의장이 4월2일 포항시 북구 덕산동 육거리에서 열린 ‘포항지진 특별법 제정 촉구를 위한 범시민 결의대회’에 참석해 머리를 깎고 있다. <연합뉴스> |
지진특별법은 민간 보상뿐 아니라 포항시 전체의 경제적 부흥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포항 지진 및 여진의 피해구제 등을 위한 특별법안’은 국가가 침체한 포항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특별지원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국책사업 지원, 혁신산업단지 지정과 같은 내용도 포함됐다.
포항시는 새롭게 지진 피해내역을 집계하는 용역을 추진해 지진특별법에 따른 정부 지원을 확보할 근거를 준비하고 있다.
포항시 관계자는 “건물 붕괴 등 직접적 피해와 부동산 가격 하락, 관광객 감소 등 간접적 피해를 함께 추산하고 있다”며 “시가 전체적으로 재건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무엇보다도 먼저 지진특별법이 제정돼야 한다”며 “민간 피해 보상방안, 도시재건사업 등을 함께 녹여낸 법안이 마련돼야 포항시가 다시 부흥할 기반을 다질 수 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