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중공업이 8년 이상 공을 들인 수처리사업에서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해 고심하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효성중공업은 다양한 수처리 기술을 확보해 제품 및 환경 신기술 인증까지 획득했으나 수주를 올리지 못하고 있어 사업 철수설까지 나돌고 있다. 
효성중공업, 수처리사업 8년 공들여도 성과 미미해 고심

▲ 효성중공업의 ‘AMC(아세틸화 메틸셀룰로스) 소재 가압식 중공사막 수처리 모듈'.



수처리(멤브레인)사업은 하수나 폐수를 정화해 산업용수나 생활용수로 만들어 내는 기술을 말한다.

효성중공업은 이를 위해 중공사막 방식의 여과막을 개발했다. 중공사막 모듈은 머리카락 굵기 2천분의 1 크기의 미세한 구멍이 뚫려있는 빨대모양 중공사막을 모아 용기 안에 넣은 것으로 정수 시간은 빠른 반면 가격은 저렴한 것이 강점이다.

하지만 효성중공업 수처리 시스템의 수주 실적은 초라하다. 

지난해 환경 신기술 인증까지 받은 PVDF 소재 가압식 중공사막 수처리 시스템의 수주는 아직 한 건도 없다. 

효성중공업은 수처리 사업의 업황이 좋지 않은 탓이라고 설명했다.

효성중공업 관계자는 “최근 멤브레인 업황이 좋지 않다”며 “효성중공업의 수처리사업 철수설은 사실 무근이고 다른 모든 사업이 그러하듯 상시 사업성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있다. 최근 산업 폐기물에 따른 수질 오염 문제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LG화학, 롯데케미칼 등 국내 굴지의 업체들이 수 처리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롯데케미칼은 대구에 수처리공장을 5월에 준공한 뒤 현재 상업생산을 준비하고 있다”며 “업황 전망은 분분할 수 있지만 충분히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파악하고 끊임없이 연구개발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글로벌 수처리업체인 독일 랑세스의 멤브레인시설은 해수 담수화, 하·폐수 재활용, 발전소 보일러용수, 반도체 공정 등에 적용되고 있는데 국내에서도 화학, 제약 등 여러 산업의 생산공정에 활용되고 있다. 

효성중공업은 2009년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수처리사업에 뛰어들었다.

효성중공업은 2012년 ‘침지식 중공사막(UF) 수처리 시스템’ 인증을, 2013년에 ‘PVDF(폴리불화비닐리덴) 소재 가압식 중공사막 수처리 시스템’ 인증을 획득했다. 

2013년에 바로 전라남도 고흥군 호형정수장 수질 개선사업에 침지식 멤브레인 수처리 시스템 공급 계약을 맺으면서 효성중공업이 점찍은 신사업을 놓고 기대감이 높아지기도 했다. 

효성중공업은 2016년에는 PVDF 소재보다 높은 친수성을 가진 ‘AMC(아세틸화 메틸셀룰로스) 소재 가압식 중공사막 모듈’ 개발을 완료하고 제품 인증과 환경신기술 인증을 획득하는 등 더 나은 수처리 시스템을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해왔다.

하지만 수주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PVDF 제품이 시장에 안착한 뒤 출시 예정이었던 AMC 소재 가압식 중공사막 모듈은 상용화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효성중공업은 수처리사업 시장의 가파른 성장세에 기대를 걸고 있다. 

영국 물사업 조사기관인 글로벌워터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세계 수처리시장은 지난해 7386억달러까지 성장했고 2020년에는 8341억 달러(약 940조 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