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규 KB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이 ‘리딩 금융그룹’ 경쟁에서 신한금융그룹에 밀리지 않기 위해 추가 인수합병을 추진할 수도 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그룹은 국내 금융그룹들 가운데 가장 많은 자산을 보유하고 있지만 신한금융그룹이 ING생명을 인수하면 순위 역전을 피하기 힘들다.
두 금융그룹 지주사의 상반기 연결기준 자산을 살펴보면 KB금융지주 463조3373억 원, 신한금융지주 453조2819억 원이다. KB금융지주가 신한금융지주를 10조 원 정도 앞서고 있다.
그러나 신한금융지주가 현재 시장에 매물로 나온 ING생명(자산규모 31조5374억 원) 지분 59.15%를 인수하게 된다면 KB금융지주를 21조4820억 원 차이로 따돌리고 선두를 되찾게 된다.
KB금융지주는 2017년 2분기부터 다섯 분기 연속으로 국내 금융회사들 가운데 순이익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신한금융지주에서 ING생명을 인수하면 이 순위도 흔들릴 수 있다.
KB금융지주는 상반기 연결기준 순이익 1조9151억 원을 올려 신한금융지주(1조8170억 원)를 981억 원 차이로 앞섰다.
신한금융지주가 ING생명 지분 59.15%를 사들인다면 현재 순이익 규모로 볼 때 ING생명의 상반기 순이익 947억 원 가운데 560억 원을 지배주주 순이익으로 인식해 격차를 421억 원으로 좁힐 수 있다.
다만 KB금융지주의 현재 자금 여력 등을 감안하면 윤 회장이 인수합병을 당장 급하게 추진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KB금융지주는 상반기 기준으로 자회사에 출자할 여력을 보여주는 이중 레버리지비율 125.4%를 나타내 신한금융지주(122.7%)를 앞질렀다.
이중 레버리지비율은 자회사에 출자한 총액을 자기자본으로 나눈 것으로 이 비율이 100%를 넘어서면 부채를 활용해 자회사에 출자했다는 뜻이 된다.
금융감독원은 금융지주사의 이중 레버리지비율 한도를 130%로 지도하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KB금융지주가 현재 자회사에 출자해 지분을 얻을 수 있는 여력은 8842억 원 정도다.
KB금융지주가 이익잉여금, 자회사 배당, 신종자본증권 발행 등으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수도 있지만 재무 건전성과 주주 가치 등을 감안하면 이런 방안을 추진하는 것도 쉽지 않다.
윤 회장도 7월 KB금융그룹 임원 워크숍에서 “2018년 안에 오버페이(지나친 지출)를 통한 무리한 인수합병을 시도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윤 회장이 KB금융그룹의 ‘리딩 금융그룹’ 위치를 지킬 뜻을 강하게 보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대규모 인수합병을 중장기적으로 추진할 가능성은 열려 있다.
그는 7월 경영진 워크숍에서 리딩 금융그룹의 위치를 굳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리딩 금융그룹의 조건으로 2위와 순이익 격차를 30% 이상 벌리는 것을 제시하기도 했다.
윤 회장이 높은 몸값의 ING생명 대신 인수합병시장에 추가로 나올 생명보험사 인수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중국 안방보험이 중국 정부의 해외자산 매각 지시에 따라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매각할 수 있다. 2021년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에 따른 자본 부담 때문에 다른 생명보험사들이 추가 매물로 나올 가능성도 있다.
KB금융그룹 관계자는 “현재 인수합병을 구체적으로 추진하고 있지 않다”며 “다만 새 국제회계기준이 도입되기 전까지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인수합병시장에 올라오는 매물을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