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과 가상현실의 만남은 오래 전부터 상상하던 꿈이다. 한국 SF소설 ‘팔란티어’, 일본 만화 ‘소드아트온라인’, 미국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 등은 모두 가상현실게임을 다루고 있다.
5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엔씨소프트가 국내 대형 게임회사 가운데 가장 먼저 가상현실게임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 엔씨소프트가 올해 출시하는 가상현실게임 '블레이드 앤 소울 테이블 아레나' 이미지.
현재 가상현실게임시장은 아직 태동기라고 말할 수 있다. 정보통신(IT)기술이 발달한 나라를 중심으로 가상현실게임이 싹트고 있긴 하지만 게임시장에서 그 비중은 아직 미미하기 때문이다.
플레이스테이션4라는 콘솔의 인기를 바탕으로 가상현실기기 가운데 가장 높은 판매량을 보이고 있는 PSVR의 세계 판매량은 2017년 말 기준 200만 대에 불과하다.
하지만 엔씨소프트는 가상현실게임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국내 대형게임회사 최초로 2016년부터 별도 가상현실 개발부서를 만들고 가상현실과 게임을 접목하기 위해 꾸준한 시도를 하고 있다.
특히 사용자가 실제 가상현실게임을 이용할 때 불편한 점이 무엇인지 살피고 그 단점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가상현실게임의 이용자 친화성을 높여가는데 주력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가상현실게임은 모든 시야를 디스플레이로 뒤덮기 때문에 사용자에게 뛰어난 몰입감을 제공한다. 하지만 그 반대급부로 화려한 그래픽이 멀미를 유발할 수도 있다. 또한 게임 안에서 칼을 휘두르거나, 스포츠를 즐기거나, 총을 쏘는 자세를 유지하게 되면 사용자가 쉽게 피로해질 수 있다.
엔씨소프트는 이런 이유로 현재 가상현실 기술 수준에서는 대규모 다중접속 온라인 역할수행게임(MMORPG)나 1인칭 총싸움(FPS), 액션, 어드벤쳐(ADV), 스포츠 장르의 게임을 급하게 보급하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했다. 현재 대부분 가상현실게임들이 1인칭 총싸움 장르나 어드벤쳐 장르를 선택하고 있는 것과는 다른 판단이다.
엔씨소프트는 이런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최초의 가상현실게임 ‘블레이드 앤 소울 테이블 아레나’를 올해 안으로 출시할 계획을 세웠다. 앤씨소프트가 선보일 가상현실게임은 전략게임이다.
온라인 역할수행게임은 변화하는 게임 상황, 함께하는 다른 사용자들의 행동에 실시간으로 대응해야 하기 때문에 매우 동적이다. 하지만 블레이드 앤 소울 테이블 아레나와 같은 전략게임 장르는 주어진 턴(turn) 시간을 활용해 전략을 결정하고 명령을 내리기 때문에 플레이가 정적이라는 특징을 지닌다. 야구나 축구와 같은 스포츠와 바둑, 장기 등 테이블 게임의 차이와 비슷하다.
이정환 엔씨소프트 디렉터는 “가상현실 버전 블레이드 앤 소울에서 캐릭터를 필드에 꺼내는 동작을 카드를 던지는 것처럼 만들었더니 피로도가 심해졌다”며 “대규모 다중접속 역할수행게임(MMORPG)이던 블레이드 앤 소울을 가상현실 버전에선 전략게임으로 바꾼 것은 피로도는 줄이고 몰입도를 높이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아직 가상현실게임분야에서 큰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 않은 국내 게임업계와 달리 해외 게임업계에서는 가상현실을 게임과 접목시키는 다양한 방법들이 연구되고 있다.
세계 최대 게임 유통 플랫폼 ‘스팀’을 운영하는 밸브는 오큘러스,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AMD 등 글로벌 기업들과 손잡고 가상현실 기기의 새로운 표준 규격인 ‘버추얼링크’를 7월 공개했다.
기존 PC용 가상현실 기기에는 영상, 음성 신호, USB 신호 등을 PC와 주고받기 위해 여러 가닥의 케이블을 연결해야 하지만 버추얼링크 규격이 적용되면 USB-C 케이블 하나만으로 가상현실 기기와 PC를 연결할 수 있다. 클라이언트 설치 시간도 획기적으로 단축될 수 있다.
밸브는 이 외에도 스팀에서 서비스하는 일부 게임들에서 가상현실 기기를 활용할 수 있도록 가상현실 기기 전문기업 오큘러스와 함께 ‘스팀VR’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게임업계에서는 가상현실게임이 완전히 자리잡기 위해서는 기술 발전이 더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미국의 게임개발사 베데스다의 유명 개발자 토드 하워드는 6월 말 스페인에서 열린 ‘게임랩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현재 가상현실게임은 2세대 단계에 와 있다”며 “3세대 가상현실게임이 출시되기 시작하면 그때 가상현실게임의 전성기가 찾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