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경영권의 운명을 가를 수도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을 놓고 적대적 인수합병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박찬구 회장의 의중이 아시아나항공의 경영권 향방에 중요한 변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적대적 인수합병에 노출된 아시아나항공, 박찬구 뜻이 궁금하다

▲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왼쪽)과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대표이사 회장.


아시아나항공 주가는 최근 기내식 논란에 더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갑횡포 논란, 박세진 금호리조트 상무 자격 논란 등 오너리스크의 영향으로 크게 떨어졌다.

주가는 6월 중순까지 1주당 5천 원 정도 했으나 7월 들어 4천 원 초반에서 맴돌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주가가 떨어지자 아시아나항공의 적대적 인수합병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최대주주인 금호산업의 아시아나항공 지분은 33.47%(6869만 주)인데 17일 종가 기준인 주당 4300원 기준으로 2953억 원을 들이면 금호산업을 제치고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SK그룹이 아시아나항공의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고 알려지기도 했지만 SK그룹 지주사 SK는 한국거래소의 공시요구에 “SK그룹은 아시아나항공의 인수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부인했다.

SK그룹이 아시아나항공의 인수 검토 사실을 부인했지만 여전히 아시아나항공은 다른 대기업이나 사모펀드 운용사의 적대적 인수합병 대상이 될 가능성은 남아있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영권을 노린 적대적 인수합병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박찬구 회장의 움직임이 중요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박찬구 회장이 이끄는 금호석유화학이 아시아나항공의 지분 11.98%를 들고 있는 2대주주이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영권을 노리는 대기업이나 사모펀드가 박찬구 회장의 지원을 받으면 아시아나항공의 경영권을 손에 넣는 노력이 크게 줄어들게 된다.

박찬구 회장은 형제 사이의 오랜 법정 다툼을 끝내기는 했지만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가치가 낮아진 점을 놓고 부정적 평가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찬구 회장은 박삼구 회장과 다툼 끝에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금호석유화학그룹으로 완전히 갈라섰으면서도 아시아나항공의 지분을 포기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금호산업이 금호석유화학에 아시아나항공의 지분을 처분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박찬구 회장은 언론과 인터뷰에서 “형제가 갈등하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아시아나항공을 놓고 주주 행동에 나서는 것은 아시아나항공이 더 이상 나빠지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박찬구 회장은 올해 3월에 아시아나항공의 빚을 갚기 위해 금호아시아나 광화문 사옥을 매각한 것을 놓고 “잘 됐으면 안 팔았을 텐데 안타깝다”고 말하기도 했다.

금호아시아나 광화문 사옥은 예전 금호그룹을 대표하던 건물로 2008년 준공식 때 박찬구 회장과 박삼구 회장이 함께 참석했던 추억이 깃들기도 한 건물이다. 당시 박삼구 회장은 “이 건물이 500년 영속 기업의 터전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이 더 이상 나빠지지 않기를 바라는 박찬구 회장의 바람과 반대로 아시아나항공은 현재 경영상황이 좋지 않다.

아시아나항공의 재무상황은 크게 악화됐다. 2018년 1분기 기준으로 부채비율이 598.94%에 이른다.

영업이익률도 낮다. 2018년 1분기 기준으로 4.01%에 그친다. 저비용항공사인 제주항공은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은 11.97%다.

아시아나항공이 2018년 1분기 매출 1조6천억 원, 영업이익 643억 원을 거둘 때 저비용항공사인 제주항공은 매출 3086억 원, 영업이익 464억 원을 거뒀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금호석유화학은 보유하고 있는 지분 가치의 극대화에만 관심이 있다”며 “금호석유화학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주도적으로 뛰어들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