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이 오너일가의 갑횡포와 비리 의혹의 확산 여파로 앞으로 자본 확충 작업에 차질을 겪을 수도 있다.  

13일 투자금융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이 신종자본증권 3370억 원(3억 달러)어치를 발행하는 작업을 아직까지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박삼구 '오너 리스크'에 돈 구하기 차질빚나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신종자본증권은 주식처럼 만기가 없거나 길면서 채권처럼 해마다 일정한 이자를 주는 금융상품으로 자기자본으로 인정된다.

아시아나항공은 애초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기 위해 6월7일 수요예측을 진행했지만 주문이 2억 달러를 밑돌아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미뤘다.

그 뒤 7월 수요예측을 다시 진행하는 등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해외채권을 발행하기 위한 외국환거래신고서를 기획재정부에 제출하지 않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7월 안에 추진한다는 계획에 변동이 없다”며 “미국 중국 등 세계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고 기재부와도 발행계획을 지속적으로 조율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이 오너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정부의 승인을 받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해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미루고 있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박 회장은 기내식 공급회사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배임·횡령 등 의혹을 놓고 검찰 수사선 위에 올라 있다.

또 도자기 등 밀수 의혹도 불거져 나와 앞으로 관세청 수사를 받게 될 가능성도 있다. 관세청 관계자는 “아직 밀수 시기 등을 놓고 구체적 제보가 없는 만큼 박 회장의 밀수 의혹을 조사하고 있지 않다”면서도 “하지만 앞으로 구체적 제보가 나오면 수사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은 KDB산업은행 등 채권은행단에 자발적 자구계획을 내고 이를 토대로 양해각서를 맺어놓고 있다.

자발적 자구계획에서 비핵심자산을 매각하고 전환사채와 영구채를 발행하는 등 방식으로 유동성을 확보하기로 했다.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기로 한 것도 자구계획 이행의 핵심 수순이다.

아시아나항공이 자발적 자구계획을 이행하지 못하면 채권은행단의 지원을 받기 힘들어질 수 있다.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안에 채무 1조9천억 원을 갚아야할 것으로 추산된다.

아시아나항공은 2017년 말 별도 기준으로 유동부채 2조1236억 원을 보유하고 있다. 유동부채는 1년 이내에 상환해야하는 부채를 말한다.

아시아나항공 유동부채 가운데 단기차입금 4500억 원은 만기가 연장될 것으로 한화투자증권이 바라봤다.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들어 유동성을 늘리는 데 힘을 쏟아왔다.

상반기 에어부산 지분과 인천 제2격납고 담보대출, 자산유동화증권 발행, CJ대한통운 지분 매각, 금호아시아나그룹 사옥 매각, 전환사채 발행 등을 통해 9200억 원가량을 조달했다.

앞으로 자산유동화증권을 발행하고 아시아나IDT 등 자회사 상장 과정에서 구주매출을 실현하는 등 방식으로 4천억 원을 더 확보하고 영업활동을 통해 생기는 현금으로 나머지 5800억 원가량을 확보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올해 안에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지 않으면 미래 매출 등을 담보로 자금을 끌어와야 할 가능성이 있다.
 
아시아나항공, 박삼구 '오너 리스크'에 돈 구하기 차질빚나

▲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이 박삼구 회장의 경영퇴진을 요구하며 집회를 열고 있는 모습. 


산업은행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자구계획을 이행하지 않으면 만기 연장이나 신규 자금 지원 등 추가 지원을 검토하지 않게 될 것”이라면서도 “아시아나항공은 자구계획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회장이 금호아시아나그룹 내부와 외부에서 경영 퇴진 압박을 지속적으로 받고 있어 아시아나항공의 자구계획 이행이 상반기처럼 속도를 내기 쉽지 않은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와 그 하청회사 등 직원들은 아시아나직원연대 카카오톡 채팅방이 생긴 뒤로 박 회장이 지인에 아시아나항공이나 금호아시아나그룹 일감을 몰아줬다는 등 비리 의혹을 지속적으로 제보하고 있다.

아시아나직원연대는 대한항공직원연대와 연대해 14일 오후 7시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사랑채 앞에서 갑횡포 뿌리뽑기와 오너일가의 경영퇴진 등을 요구하는 촛불집회를 연다. [비즈니스포스트 박경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