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균, 삼성전자 스마트폰 '치킨 게임' 시작했나  
▲ 신종균 삼성전자 IT모바일(IM)부문 사장 <뉴시스>

삼성전자가 물량공세를 펼치고 있다. 국내외에서 잇따라 신형 중저가 스마트폰을 출시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중저가 스마트폰시장에서 점유율을 크게 잃었다. 샤오미 등 중국 스마트폰업체들의 저가 공세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

삼성전자는 그물망처럼 촘촘한 중저가 라인업을 구축해 점유율 회복에 나서려고 한다. 수익성을 다소 포기하더라도 중저가 시장 주도권을 되찾겠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이런 전략이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을 잠식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 삼성전자 중저가폰 대거 출시

삼성전자는 새로운 중저가 스마트폰 ‘갤럭시A5’를 이동통신 3사를 통해 22일 국내 시장에 출시했다. 갤럭시A5보다 화면이 크고 성능을 높인 ‘갤럭시A7’은 이달 말 내놓는다.

삼성전자는 지난 9일 국내에 또 다른 중저가 스마트폰 ‘갤럭시 그랜드맥스’를 출시했다. 갤럭시 그랜드 맥스의 가격은 30만 원대로 각각 48만 원과 58만 원으로 책정된 갤럭시A5와 A7보다 저렴하다.

해외 주요 중저가 스마트폰시장을 겨냥한 신제품도 계속 내놓고 있다. 갤럭시A 시리즈는 지난해 말 중국을 시작으로 대만과 인도, 말레이시아, 러시아 등에 순차적으로 출시됐다.

삼성전자는 지난 20일 ‘갤럭시 그랜드 네오 플러스’를 인도시장에 출시했다. 14일 자체 운영체제(OS) ‘타이젠’을 탑재한 9만 원대 초저가 스마트폰 ‘삼성 Z1’도 인도에서 판매중이다.

이밖에 갤럭시A 시리즈보다 10만 원 정도 저렴한 ‘갤럭시E’ 시리즈도 출격을 앞두고 있다. 약 10~20만 원대로 추정되는 새로운 저가 스마트폰 ‘갤럭시J1’도 곧 출시할 것으로 점쳐진다.

◆ 중저가 시장 회복 절박한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연초부터 신제품을 적극적으로 내놓는 것은 이례적이다. 1~2월은 보통 스마트폰 업계의 비수기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스마트폰 업체들은 일반적으로 2월 말에서 3월 초 그해 출시할 전략 스마트폰을 선보인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4’에서 ‘갤럭시S5’를 공개했다.

따라서 1월은 전략 스마트폰 출시를 기다리는 대기 수요가 많은 달이다. 삼성전자도 이를 고려해 지난해 초 국내에 ‘갤럭시 코어 어드밴스’ 단 한종 밖에 신제품을 출시하지 않았다.

삼성전자가 비수기임에도 신제품 출시를 계속하는 이유는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점유율 회복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경쟁사들이 중저가 신제품을 내놓기 전에 물량공세를 벌여 시장선점을 노린다는 것이다.

중저가 스마트폰시장은 삼성전자가 반드시 사수해야 하는 마지노선이다. 전체 스마트폰 매출 가운데 70%가 중저가제품 판매에서 나온다.

특히 프리미엄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고 신흥국 스마트폰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중저가시장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올해 스마트폰시장에서 중저가 제품 비중이 52~55%에 이를 것으로 점친다.

송은정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제조사들이 삼성전자 중저가 제품보다 성능이 좋은 제품을 훨씬 낮은 가격에 내놓으면서 삼성전자의 브랜드 경쟁력이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며 “삼성전자는 당분간 고마진을 포기하고 시장 점유율 회복에 나서는 전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종균, 삼성전자 스마트폰 '치킨 게임' 시작했나  
▲ 삼성전자 모델들이 새로운 중저가 스마트폰 '갤럭시A5'와 '갤럭시A7'을 선보이고 있다. <뉴시스>

◆ 중저가 전략, 부작용 없을까?


하지만 삼성전자가 펼치는 중저가제품 강화 전략의 부작용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가장 큰 우려는 ‘갤럭시S6’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을 삼성전자의 중저가 신제품들이 잠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갤럭시S6은 이르면 3월 중순 이후 출시될 것으로 점쳐지는데 이를 기다리는 대기 수요를 최근 출시된 중저가 제품들이 흡수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한 예로 이달 말 출시되는 갤럭시A7은 두께가 6.3mm로 역대 갤럭시 시리즈 가운데 가장 얇다. 아이폰처럼 풀 메탈 바디를 채용했고 옥타코어 프로세서와 2기가바이트 램, 500만 화소 전면 카메라 등 프리미엄 스마트폰으로도 손색없는 성능을 갖췄다.

중저가 스마트폰 성능이 강화하면서 전통적으로 프리미엄 스마트폰 선호경향이 강했던 국내 소비자들도 소비 패턴을 바꿀 것으로 점쳐진다.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 시행으로 가격 부담이 커진 것도 변화를 예측하는 한 근거로 거론된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지난해 발간한 보고서에서 “국내 소비자의 51.6%가 중저가 스마트폰 구매를 긍정적으로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적정한 가격과 성능, 마케팅이 뒷받침 된다면 2015년 중저가 스마트폰이 국내 스마트폰시장에서 주류의 한 축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는 중저가 스마트폰이 프리미엄 스마트폰시장을 잠식하지 않을 것으로 자신한다.

김현준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전무는 지난해 10월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고가제품 구매자는 중저가 제품으로 수준을 낮춰 구매하지 않는 편”이라며 “일각에서 제기되는 카니발라이제이션(자기시장잠식효과)은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새로 출시된 중저가제품 사이에 뚜렷한 차별성이 없어 몇몇 모델들은 대량의 재고만 남긴 채 단종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갤럭시A와 E시리즈를 비교해 보면 가격과 성능 차이가 크지 않아 서로 경쟁하는 관계가 될 것”이라며 “갤럭시A 출시 이후 단종 수순을 밟고 있는 갤럭시알파처럼 일부 중저가 신제품들은 시장에서 도태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민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