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한국당 김성태 비상대책위원장이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예결위회의장에서 열린 비상의원총회에서 모두발언을 마친 뒤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는 심경으로 기꺼이 모든 것을 수용하고 받아들인다. 이번 선거는 국민이 한국당을 탄핵한 선거였다.“
"국정농단 원죄에도 불구하고 반성과 자성에 이르지 못한 저희 잘못이 크다. 국민의 성난 민심과 분노, 채찍질을 달게 받겠다. 이번 선거는 당이 더 이상 이대로 가면 안 된다는 준엄한 경고로 받아들인다.“
15일 자유한국당 비상 의원총회에서 김성태 원내대표가 한 말이다. 만시지탄이다.
왜 진작에 이런 인식을 하지 못했을까? 때늦은 한탄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6.13 지방선거에서 한국당은 궤멸됐다. 단순한 패배가 아니라 ‘촛불혁명의 심판’ 수준이었다. 촛불 민심은 여전히 한국당이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고 봤다. 완전히 폐허가 돼야 정신을 차린다고 여긴 것이다.
세계는 촛불집회를 “정치시위 역사에서 전혀 새로운 동력과 방식을 창조해 냈다“고 평가했다. 그 힘은 무서울 수밖에 없다. 시간이 좀 흘렀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사람의 인식에 깊이 뿌리내렸다.
그런데도 한국당은 몰랐다. 한마디로 ”보수가 어디 가겠는가, 시간이 흐르면 다시 모일 것“이라고 안이하게 생각했다. 그 결과가 한국당의 궤멸이다. 보수층조차도 한국당이 부끄럽다고 여겼다.
한국당의 궤멸을 낳은 데 일조한
홍준표 전 대표는 ”모두가 제 잘못“이라며 퇴진을 선택했지만 원통한 마음만 보일 뿐이었다. 홍 전 대표는 ”나라가 통째로 넘어갔다“고 말했다.
촛불 민심을 또 다시 분노하게 할 말이다. 그래도 그 다음날 한국당 의원들이 ”잘못했다“고 무릎을 꿇은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한국당은 달라져야 한다. 말이 아니라 실천으로 입증해야 한다. 진정성을 보여주기 위해 인내해야 한다. 고단한 길일 것이다.
영국 노동당이 1997년 총선에서 사상 최대 승리를 거두며 정권을 교체한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그들은 ‘영국병’이라는 비효율과 시대착오성을 단죄받아 1979년 정권을 뺏긴 뒤 오랜 시간 와신상담을 했다.
스스로를 포함한 기존 좌파세력을 뼈아프게 비판하는 동시에 보수당이 낳은 신자유주의의 폐해를 극복할 길을 찾으려 진실하게 노력했고 영국 국민은 마침내 노동당 압승으로 화답했다.
한국당이 환골탈태 하기 위해서는 먼 외국의 좌파 정당도 타산지석으로 삼을 정도로 용감해야 한다.
한국당에게 이런 당부는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날 듯이 우리 사회가 진정 힘있는 비행을 하기 위해서는 건강한 보수도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국 정치학의 석학 최장집 교수는 오른손과 왼손이 경쟁하면서 협력하고 타협할 때 민주주의가 발전한다고 했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온전한 오른손이 먼저 필요하다. [비즈니스포스트 오은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