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병용, 롯데마트 비상경영에 들어가다  
▲ 노병용 롯데마트 대표이사<뉴시스>

노병용 롯데마트 사장이 비상경영을 선언했다. 창사 이래 매년 증가하던 매출이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18일 롯데마트에 따르면 롯데마트는 최근 임원회의를 열고 비상경영을 선언했다. 노병영 사장은 “상황이 너무 어렵기 때문에 모든 임직원들이 서로 고통을 나누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사태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노 사장은 또 “신규 채용을 최대한 자제하고 예산집행도 일단 보류하라”고 주문했다고 롯데마트는 전했다.

롯데마트가 비상경영 체제로 전환한 이유는 실적악화 때문이다. 롯데마트의 지난해 매출은 6조46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0.1% 감소했다. 감소폭은 적지만 지난 1998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매출 감소를 경험했다.

매출감소는 기본적으로 경기악화에 따른 소비 위축 탓이다. 지난해 롯데마트를 포함한 유통업계 전반이 불황을 겪었다. 롯데마트와 함께 ‘빅3’으로 꼽히는 이마트와 홈플러스 역시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줄어들었다.

백화점업계도 마찬가지다.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감소했다. 현대백화점만 매출이 3% 증가했다. 그러나 지난해 100일이 넘는 세일기간을 고려하면 보잘 것 없는 수준이다.

그만큼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지 않았다는 뜻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은 2.8% 증가했지만, 민간소비는 1.9% 증가해 GDP증가율을 밑돌았다. 작년 GDP 대비 민간소비 비중 역시 50.6%로, 2003년의 55.7%와 비교하면 소비심리가 얼마나 위축됐는지 알 수 있다.

내수 부진에 더해 롯데마트가 겪고 있는 또 다른 어려움은 대형마트 규제정책이다.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2012년 4월부터 대형마트들은 한 달에 2번 의무적으로 휴업해야 한다. 또 심야영업도 할 수 없다. 롯데마트의 한 관계자는 “의무휴업에 따른 실적 부진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신규 출점도 쉽지 않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직접 나서 상권영향평가서를 의무적으로 제출하도록 하는 등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 1개를 출점한다면 각종 보고서와 평가서를 줄줄이 작성해야 하며 전통시장이나 인근 상인 눈치를 보고 상생협약까지 맺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규제는 쉽게 완화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9월 민주당 이언주 의원이 제출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에 대형마트 의무휴업을 월 2회에서 4회로 늘리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지난 1월 김진표 민주당 의원이 대형마트 등의 출점제한구역을 기존 ‘전통상업보존구역’에서 ‘도농복합 형태의 시지역 전체’로 확대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내수부진에 더해 해외실적도 신통치 않다. 롯데마트는 중국(107개), 베트남(6개), 인도네시아(36개)에 매장이 있다. 국내 점포 수(108개)보다 많다. 하지만 지난해 롯데마트 해외사업부의 영업손실은 830억 원이었다. 지난해 중국에서 매출이 부진한 점포 6개를 정리하기도 했다.


실적부진은 채용경색으로 이어졌다. 롯데마트는 지난해 정규직 신입사원 공채로 50명을 뽑았다. 창사 이래 가장 적은 규모다. 회사의 한 관계자는 “10명이 필요한 경우 10명을 채용하는 것이 아니라 8명을 채용하는 방식으로 일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롯데마트는 한 달가량 최대 50%까지 할인하는 이벤트를 하는 등 매출 증가에 온 힘을 쏟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