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광물자원공사와 한국광해관리공단을 통·폐합해 출범하는 한국광업공단(가칭)이 북한 광물자원 개발사업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광물자원공사가 과거 북한에서 광물 개발사업을 추진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인데 해외 자원 개발에서 막대한 손실을 낸 전례가 있는 만큼 사업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광업공단, 북한 광물자원 개발사업 어떻게 추진할까

▲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4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국광업공단법에 북한 광물 개발 조항을 명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한국광물자원공사와 한국광해관리공단 통합을 결정하면서 한국광물자원공사의 해외 자원개발 투자 기능을 폐지하기로 했지만 북한은 예외로 둘 것으로 보인다.

북한 광물자원 개발사업은 노무현 정부 때 적극 추진돼 2007년 10·4 선언 이후 남북 경제협력의 주요 사업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3년 뒤 2010년 천안함 피격 사건에 대응한 대북제재 5·24 조치가 발효되면서 전면 중단됐다.

4월27일 발표된 판문점 선언에 10·4선언에서 합의한 남북 경제협력을 재개한다는 내용이 실리면서 북한 자원 개발사업을 둘러싼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의 광물자원 소비 규모는 세계 5위로 수요 광물의 92.5%를 수입에 의존하는데 북한에 매장된 광물자원을 채굴해 이용할 수 있게 되면 상당한 경제적 효과를 볼 수 있다.

북방경제협력위원회에 따르면 현재 북한에 42개 광종과 728개 광산이 개발돼 있다. 

금과 아연, 철광석, 마그네사이트 등이 매장돼 있고 한국 정부가 선정한 10대 중점 확보 희귀금속인 텅스텐과 몰리브덴도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한국광업공단이 북한 광물 개발사업을 본격화하기에 앞서 철저한 탐사작업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북한 광물자원의 잠재가치는 3천조 원가량에서 7천조 원가량까지 추산돼 사실상 그 규모가 어느 정도일지 가늠하기 쉽지 않다.

일각에서는 북한에 매장돼 있는 광물자원이 외부에서 예상하는 수준에 못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광물 자원 개발사업이 장기적으로 투자해 당장 이윤이 나기 어려운 구조를 지니고 있는 만큼 정밀 조사없이 사업을 진행했다가 대규모 손실을 볼 수 있다.

한국광물자원공사는 2003년 7월 북한의 명지총회사와 황남 연안의 정촌흑연광산을 공동 개발하는 합작계약을 체결하고 665만 달러를 투자했지만 2억8천만 원을 회수하는 데 그쳤다.

해외 자원 개발사업에서 발생한 대규모 손실로 자본이 잠식된 상태인데 이번 북한 광물 자원개발사업에서도 비슷한 실수를 되풀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광물자원공사는 멕시코 볼레오 광산사업 등에서 대형 손실을 봐 5조4천억 원에 가까운 부채를 떠안았다. 2022년까지 한국광업공단이 갚아야 할 한국광물자원공사의 차입금은 모두 4조5천억 원가량이다.

북한의 광물 개발사업 계약상대가 대부분 중국이라는 점도 위험요인이다.

북한은 2017년 기준으로 광물자원 사업계약 38건 가운데 33건을 중국과 맺고 있다. 33건 가운데 10건은 금과 은, 동, 철광석 등을 10~50년 동안 채굴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장기계약이다.

한국광업공단이 북한 광물자원 개발사업에 진출해도 사실상 채굴할 수 있는 광물자원의 규모가 크지 않을 수 있다. 금과 은, 동 등은 수익성이 높은 원재료로 광물 개발사업을 진행하는 데 핵심 자원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예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