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오너를 가장 가까이 가장 오랫동안 지켜보는 이는 비서도 가족도 아닌 바로 운전기사들이다. 

대표적 ‘을’인 이 운전기사들이 '갑'횡포를 고발하는 통로가 되고 있다. 

‘낮은 사람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그 사람의 진심을 안다’는 말처럼 운전기사들이 들려주는 평가는 오너가의 인성을 가늠하는 잣대가 되고 있다. 
 
대한항공 오너일가도 운전기사의 '갑횡포' 폭로에서 벗어나지 못해

▲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부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은 운전기사에게 “병신 같은 XX놈의 개XX들” 등 자주 욕설을 했다고 24일 SBS가 보도했다. 

운전기사 A씨는 “운전기사로 일하던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수시로 이 이사장의 폭언에 시달렸다”며 “터치(폭행)없이 욕만 주워 먹고 퇴근하는 날은 즐겁게 퇴근했다”고 폭로했다. 

운전기사에게 폭언 등 갑횡포를 일삼았다는 의혹을 받은 오너일가는 이 이사장 외에도 여럿 있다.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은 2014년부터 2015년 사이 운전기사의 어깨를 치거나 심한 말을 던진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가 3세인 정일선 현대비앤지스틸 사장의 2016년 수행기사들은 A4용지 140여장 분량의 ‘수행기사 매뉴얼’을 지켜야 했고 이를 지키지 않으면 경위서를 제출하며 사안에 따라 벌점이 매겨져 보수를 깎이기도 했다고 알려졌다.  

김만식 전 몽고식품 명예회장도 운전기사에게 폭언을 일삼아 물의를 빚었다.  

운전기사들의 폭로는 '갑'들의 부당한 처우에 대항하는 강력한 반격이 돼 왔다.  

하마평(下馬評)이란 본래 '마부들이 관리를 두고 나누는 인물평'을 뜻한다. 이들의 평가야말로 '모시는 이'의 진심을 반영한다는 점을 꿰뚫어본 표현이다. 

운전기사들 입에서 나온 평가는 왕조 시절 하마평처럼 세간을 휩쓸고 결국 오너가들은 검찰의 수사대상에 오르곤 했다. 최측근인 운전기사들의 평가는 그만큼 신뢰할 만 하다고 평가된 셈이다.  

검찰은 김 전 명예회장, 정 사장을 각각 벌금 700만 원, 300만 원에 약식기소했다. 이해욱 부회장은 사안의 중대성 때문에 약식기소되지 않고 1심 재판에서 벌금 1500만 원을 받았다. 

“비즈니스 파트너를 선정할 때 웨이터를 거칠게 대하는 사람은 피하라.” 

미국 방산업체 레이시언의 빌 스완슨 CEO가 내놓은 ‘웨이터 법칙’이다. 비즈니스 계약 체결을 위해 고려해야 할 사항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웨이터 등 '을'을 함부로 대하는 CEO들은 직원들도 험하게 다뤄 인재가 발붙일 수 없는 기업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