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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이브레드 유민주 대표 |
온라인 유통의 트렌드가 진화하고 있다.
공동구매로 ‘최저가’를 외치며 인기를 얻었던 소셜커머스는 시장이 커지자 오픈마켓과 차별성이 없어졌다.
소셜커머스는 가격이 구매를 결정하게 한다. 그래서 의도치 않게 소비자에게 원하지 않는 물건을 싸다는 이유로 충동구매 하도록 하는 경향이 있었다.
합리적 구매를 원하는 소비자들은 소셜커머스의 저품질에 불만을 품는다. 오픈마켓의 정보 과잉에도 피곤해졌다.
이런 소비자의 불만을 해소시키며 등장한 전자상거래 방식이 큐레이션커머스다.
◆ 소셜커머스가 지고 큐레이션커머스가 뜬다
큐레이션커머스는 전문가가 실용성과 경제성을 갖춘 제품을 골라 소비자에게 추천해 주는 전자상거래다.
소비자는 전문가의 네트워크와 안목을 통해 품질을 보장받는다. 또 전문가마다 다른 스타일을 추천하기 때문에 다양한 스펙트럼의 검증된 제품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국내 큐레이션커머스 업체들은 2012년부터 등장해 소비자들의 인기를 받으며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뷰티 큐레이션커머스 업체 미미박스는 2012년 시작해 현재 회원 수 32만 명을 보유하고 있다.
미미박스는 소비자로부터 일정 금액을 받고 상품박스를 정기적으로 배송한다. 상품박스는 구독자가 가입 때 작성한 프로필을 기반으로 선별되고 테마에 따라 구성된다.
미미박스는 국내 504개의 뷰티 브랜드와 제휴를 맺고 있다. 거래액은 2012년 10억 원에서 지난해 50억 원으로 증가했다. 400% 성장했다. 지난 1월 미국시장에 진출했고 올해 매출 목표를 400억 원으로 잡고 있다.
헤이브레드는 동네 인기 빵집의 빵들을 소비자에게 배달해 주는 큐레이션커머스 업체다. 헤이브레드의 빵집 선정 기준은 엄격하다. 인공 첨가제가 들어가지 않은 재료를 사용하는 곳, 셰프의 경력이 검증된 곳, 개성있는 빵을 생산해 내는 곳이어야 한다.
헤이브레드는 2012년 9월 창업 이후 판매한 빵만 30만 개, 20억 원어치에 이른다. 홈페이지 방문자는 일일 3천~4천 건이다. 이 가운데 200~300건이 주문으로 이어진다.
유민주 헤이브레드 대표는 “온라인을 중심으로 입소문 마케팅 효과가 커지면서 올해 월 평균 20%씩 성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소셜커머스 업체들은 적자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티몬과 위메프, 쿠팡 등 대표적 소셜커머스 업체들이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광고 등 마케팅에 수백억 원대의 돈을 쏟아 붓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티켓몬스터와 위메프는 지난해 광고선전비와 판매촉진비로 각각 218억 원, 629억 원을 썼다. 이 때문에 티켓몬스터는 지난해 708억 원, 위메프는 360억 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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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이박스에서 큐레이터들이 직접 제품을 골라 소개한다. |
◆ 바이박스, 큐레이터가 골라주는 박스를 사다
큐레이션 서비스가 적용된 전자상거래를 가장 잘 보여주는 국내업체는 바이박스다.
바이박스는 제일기획 PD 출신의 전세운(45) 대표와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의 멘토로 유명한 홍익대학교 패션학과 간호섭 교수가 지난해 5월 공동창업했다.
바이박스의 마케팅 전략을 책임지고 있는 양현강 이사는 “전문가가 직접 선택한 제품을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시스템을 갖춘 바이박스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큐레이션커머스”라고 소개했다.
바이박스에 큐레이터가 있다. 초기에 패션 아이템을 주로 취급하기 때문에 스타일리스, 디자이너, 모델이 다수였다.
그러나 최근 리빙, 키즈, 아웃도어 분야까지 영역을 확대하면서 요리연구가, 화가, 홍석천과 같은 방송인도 큐레이터로 활약하고 있다.
바이박스의 가장 큰 특징은 ‘스페셜 세트 박스’ 코너다. 바이박스는 전문가와 협업을 통해 디자이너 제품을 골라 박스 하나에 담아 선보이고 있다.
‘사랑하는 그녀에게’, ‘보고 싶은 그대에게’, ‘여자의 선물, 남자의 물건’ 과 같이 계절과 주제에 맞게 감각적으로 박스를 구성했다. 미술관 전시라면 한정된 기간에 특정주제로 기획된 특별기획전인 셈이다.
전 대표는 “박스 하나에 3~5개 아이템을 담는 데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다”며 “바이박스는 3~5개 아이템 가운데 하나만 잘 팔리면 어쩌나 하는 걱정보다 아이템들이 스타일링이 됐을 때 어떤 스타일이 나오고 그 가치가 뭔지에 대해 소비자가 알아가는 것을 지향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여성 패션잡지를 보면 신발, 의상, 가방, 액세서리 등을 나열하면서 스타일링을 해주는 코너들이 많은 데 이것이 사실 소비자가 원하는 것”이라며 “하지만 기존 쇼핑몰들은 자신있게 이를 제안해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바이박스는 소비자가 필요를 파악하고 틈새시장을 공략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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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이박스 전세운 대표 |
전 대표는 바이박스의 슬로건을 ‘논픽션 스타일 박스’로 내세웠다. 그는 “바이박스가 가장 현실적 스타일링과 가격을 제안하기 때문에 논픽션 스타일박스라고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바이박스는 합리적 소비를 추구하며 오픈마켓, 소셜커머스와 차별성을 추구한다. 전 대표는 “매출이나 회원을 늘리기 위해서 광고비를 과다하게 들이는 일들은 절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바이박스는 입소문으로 올해 2월 3천 명의 회원이 가입했다. 한번 회원으로 가입한 구매자는 재구매율이 높고 충성도가 높다. 회원 가운데 25~35세의 여성 비중이 70%가 넘어 타겟층이 명확하다.
전 대표는 “바이박스는 패션 라이프 스타일 글로벌 플랫폼을 지향한다”며 “바이박스를 통해 아마존닷컴의 제프 베조스, 구글의 에릭 슈미트를 만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