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와 다이슨이 한 달 넘게 팽팽하게 이어온 법정 공방이 조만간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다이슨이 법원에 요청한 추가 감정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두 달 뒤면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다. 

이번 법정 공방은 다이슨이 국내 무선청소기시장에서 점유율을 되찾기 위해 반격에 나선 것으로 풀이되지만 LG전자가 오히려  무선청소기사업에서 경쟁력을 주목받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2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60부(김형두 수석부장판사)는 다이슨이 LG전자에 제기한 광고금지 가처분소송 3차 심문기일에서 다이슨이 1일 요구했던 추가 감정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다이슨은 해외 인증기관에 추가로 성능 검사를 진행할 것을 주장했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는 등 절차상의 문제가 있다”며 “다만 재판부가 결정을 내리기 전에 다이슨이 성능 검증과 관련해 낼 소명자료가 있다면 제출하라”고 말했다.

다이슨은 LG전자가 제품 성능을 인증 받는 과정에서 인증기관이 선택한 제품이 아닌 LG전자가 직접 제품을 골라 인증을 의뢰해 객관성이 떨어진다며 다시 제품 성능을 검증받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LG전자는 시중에서 판매되는 제품으로 인증을 받아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없는 데다 감정신청으로 소송이 길어진다면 즉각적 결정을 내려야하는 가처분소송의 취지에 어긋난다며 반박했다. 가처분신청은 본안소송 전에 빠르게 처분을 내려야할 때 사용되며 본안소송으로 판결이 내려지기 전까지만 효력이 발생한다. 

다이슨은 지난해 말 LG전자의 프리미엄 무선청소기 ‘코드제로A9’ 광고에서 흡입력, 모터, 필터성능 등을 과장하고 있다며 모든 광고를 중단하라는 가처분신청을 법원에 제기했다.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에 각각 한 차례씩 심문기일을 진행했다.

이번 3차 심문기일에서 재판부가 다이슨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LG전자에 유리하게 결정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졌다.  

재판부는 “인증기관을 달리 하여 소명자료를 내면 제출하더라도 고려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LG전자는 기존에 진행하던 대로 광고를 할 수 있는 기간이 늘어나 코드제로9의 홍보마케팅과 판매에 타격을 입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3차 심문기일이 마무리된 만큼 원래대로라면 1~2주 후에 선고가 내려져야 하는데 다이슨이 추가 자료를 제출하겠다고 하면서 두 달 후로 선고기일이 미뤄졌다. 결정이 내려지기 전까지는 그대로 광고를 진행할 수 있다. 

LG전자는 다이슨이 주름잡던 국내 프리미엄 무선청소기시장에 뒤늦게 뛰어들면서 판매량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다이슨이 광고 가처분신청까지 제기한 것도 LG전자에 입지가 밀리면서 다급해진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가격비교 사이트 다나와가 제공하는 자료에 따르면 LG전자는 지난해 12월 국내 무선청소기시장에서 점유율 43.9%로 다이슨(31%)을 앞질렀다. 다이슨은 지난해 5월까지 점유율 45%를 차지했지만 LG전자가 지난해 6월 코드제로A9을 내놓으면서 순위가 뒤바뀐 것이다.

다이슨은 전문 유통업체 게이트비전과 수입 판매회사 코스모글로벌을 통해 한국에서 청소기를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말 한국법인인 다이슨코리아를 설립하고 한국 가전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는 데 시동을 걸고 있다.

LG전자와 다이슨 소송의 결정은 4월6일 내려진다. 다이슨이 이 결정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항고할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