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진, 해외에서 네이버 가상화폐와 블록체인 진출기회 찾는다

이해진 전 네이버 의장(맨 왼쪽)이 2017년 10월20일 프랑스 스타트업 투자펀드 ‘코렐리아캐피탈’에 1300억 원을 추가로 투자한 뒤 벵자맹 그리보 프랑스 경제재정부 정무장관(가운데), 프뢰르 펠르랭 전 프랑스 디지털경제 장관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벵자맹 그리보 트위터>

이해진 전 네이버 의장이 글로벌사업을 총괄하며 일본과 유럽 등 해외에서 가상화폐사업의 투자 기회를 찾고 있다.

다른 IT 기업들과 비교해 늦은 셈이지만 준비작업에 철저하기로 이름난 이 전 의장이 이제 움직이기 시작한 만큼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국내보다 해외를 중심으로 가상화폐사업 투자를 늘려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네이버의 자회사 라인이 일본에서 가상화폐시장 진출을 위해 일본 금융청에 가상화폐교환업자 등록을 신청했다.

라인의 간편결제 라인페이와 연동해 가상화폐사업을 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라인페이 가입자는 지난해 기준 4천만 명에 이른다.

네이버 관계자는 “라인의 구체적 사업 방향을 전해 듣진 못했다”며 “라인의 메신저가 일본과 동남아에서 크게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에 이와 연계한다는 이야기는 있지만 아직 확정되진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유럽에서도 가상화폐사업 기회를 보고 있다. 박상진 네이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1월25일 2017년 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코렐리아캐피탈의 K펀드로 프랑스 가상화폐 기술업체에 53억 원을 투자하는 등 사업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네이버는 2016년 유럽에서 스타트업 투자펀드 코렐리아캐피탈에 1300억 원을 투자한 데 이어 지난해 또 1300억 원을 추가 투자했다. 지난해 6월부터 프랑스 파리에 스타트업 협력사들을 위한 공간 ‘스페이스 그린’도 마련했다.

이해진 전 의장은 2016년 의장에서 물러나 네이버의 글로벌사업을 담당하고 있는데 코렐리아캐피탈에 투자하는 데 깊게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가 국내보다 먼저 일본에서 가상화폐시장에 진출하는 것도 이 전 의장의 뜻이 반영된 것으로 업계는 본다. 이 전 의장은 라인 설립 당시 매주 일본을 찾을 정도로 정성을 쏟아부었다. 

네이버의 블록체인 관련 투자 가능성은 지속적으로 제기됐지만 지난해까지도 별 다른 움직임이 없었는데 드디어 이 전 의장이 행동에 나선 셈이다.

카카오가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에 투자하고 넥슨의 지주회사 NXC도 가상화폐거래소 코빗에 투자하는 등 1세대 벤처창업가들이 이끄는 회사들은 이미 가상화폐사업 투자를 하고 있어 네이버가 뒤처지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이 전 의장은 가상화폐사업이 세계 각국에서 어떻게 흘러가는지를 보면서 분석한 결과 국내보다 해외에서 가상화폐사업을 시작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 가상화폐를 향한 시선이 곱지 않고 각종 규제가 시행되면서 전망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현재 국내에서 블록체인을 비롯한 가상화폐 관련 사업을 하지 않고 있다.

블록체인은 정보를 덩어리 단위로 네트워크상에 저장하는 기술이다. 해킹이 불가능하고 서버를 구축하지 않아도 돼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차세대 보안기술로 가상화폐의 핵심기술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현재 국내에서 가상화폐나 블록체인 관련해 추진되고 있는 사업은 없다”며 “해외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이 전부”라고 말했다.

이 전 의장은 사업 시작 전에 철저히 준비하는 성격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런 그가 본격적으로 가상화폐사업을 시작하게 되면 움직임이 빨라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대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