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협회장 선거에서 자산운용협회의 분리 문제가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투자협회장에 도전하는 후보 3명 가운데 황성호 전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대표와 손복조 토러스투자증권 회장이 자산운용협회 분리를 공약했다.
▲ (왼쪽부터) 황성호 전 우리투자증권 대표와 손복조 토러스투자증권 회장. |
황 전 대표는 금융투자협회장 후보 공개모집에 지원할 뜻을 밝혔을 때부터 자산운용협회의 분리와 독립을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손 회장은 금융투자협회에 소속된 증권, 자산운용, 부동산신탁, 선물을 업권별로 구분해 협회를 분리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이 2009년 시행되면서 증권, 자산운용, 부동산신탁, 선물 등의 협회가 합쳐져 금융투자협회로 출범하기 전으로 돌아가겠다는 것이다.
황 전 대표와 손 회장은 자산운용협회 분리를 추진하는 이유로 자산운용사들의 규모 확대를 공통적으로 들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자산운용사 수는 지난해 9월 기준 195곳에 이른다. 2016년 같은 기간 153곳보다 27.4% 증가했다.
자산운용사들이 운용하는 자산 규모도 지난해 9월 기준 950조 원으로 2016년 같은 기간 901조 원에서 5.4% 늘어났다.
자산운용사들이 금융투자협회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높아지고 있는 반면 금융투자협회가 증권사 위주로 운영되고 있는 점도 분리 공약에 힘을 싣고 있다.
현재 회원사 241곳을 업권별로 살펴보면 자산운용사 169곳, 증권사 56곳, 부동산신탁회사 11곳, 선물회사 5곳이다. 자산운용사들이 전체 회원사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자산관리(WM)사업을 강화하기 시작하면서 자산운용사에서 운영하는 공모 또는 사모펀드와 직접 경쟁하게 됐다”며 “금융투자협회가 두 업권의 엇갈리는 이해관계를 조율하기 힘든 만큼 자산운용협회를 분리하자는 말도 나온다”고 말했다.
투자자 소수의 자금으로 주식과 채권 등에 투자하는 헤지펀드의 경우 2015년까지 자산운용사에만 허용됐지만 지난해 인가제에서 등록제로 바뀌면서 증권사들이 잇달아 뛰어들고 있다.
증권사가 발행해 증시에 상장되고 원자재 등의 기초자산 성과에 따라 수익을 지급하는 상장지수채권(ETN)도 자산운용사에서 발행하는 상장지수펀드(ETF)의 경쟁상품으로 꼽힌다.
다만 황 전 대표나 손 회장이 금융투자협회장에 당선되더라도 자본시장법을 개정해야 자산운용협회를 정식으로 분리할 수 있는 만큼 공약을 이루는 일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점쳐진다.
자본시장법 284조는 ‘협회가 아닌 자는 금융투자협회, 증권협회, 선물협회, 자산운용협회 또는 이와 유사한 명칭을 사용하면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증권업 규모가 자산운용업보다 아직 월등히 크고 증권사 상당수가 자산운용사를 계열사로 두고 있는 점도 자산운용협회 분리의 효과를 떨어뜨릴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금융투자협회는 25일 회원총회를 열어 금융투자협회장 선거를 실시하고 이날 다음 회장의 선출절차를 마무리한다. 회장 후보는 황 전 대표, 손 회장, 권용원 키움증권 사장 등 3명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