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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위기탈출, 인텔과 아마존에서 배워야"

이민재 기자 betterfree@businesspost.co.kr 2014-11-18  14: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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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 위기탈출, 인텔과 아마존에서 배워야"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시장에서 승리하려면 인텔을 보고 배울 필요가 있다.”

삼성전자가 최근 대화면 아이폰을 들고 나온 애플과 초저가전략을 앞세운 중국업체에 세계 스마트폰 1위 자리를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주문이 제기됐다.

이제호 서울대 교수는 ‘한국 스마트폰 관련 기업이 승자로 남기 위한 조건’이란 논문에서 “삼성전자의 소프트웨어와 융합적 사고의 한계를 고려할 때 가장 승산있는 전략은 1990년대 인텔의 전략을 벤치마킹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교수의 논문은 한국전략경영학회의 학술지 ‘전략경영연구 제17호’에 실렸다.

◆ 인텔처럼 모바일부품 묶어 팔아라

이 교수는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시장의 강자라는 지위를 지키려면 인텔처럼 주요 부품을 하나로 통합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를 산업표준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텔은 컴퓨터의 두뇌라 할 수 있는 중앙처리장치(CPU)와 주변 칩 세트를 하나로 엮어 PC 아키텍처(설계방식)의 진화를 주도했다. 이러한 전략은 고객사들이 CPU뿐 아니라 그래픽 칩 등도 인텔제품을 사게 만들었고 덕분에 인텔은 세계 반도체시장의 최강자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 교수는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의 핵심부품을 단품이 아닌 묶음으로 판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의 두뇌인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비롯해 모바일 D램과 플래시메모리, 디스플레이 패널 등 주요 부품을 모두 생산하는 몇 안되는 기업 가운데 하나다.

삼성전자가 부품을 묶음으로 판매하면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 부품을 패키지로 구매하는 고객에게 가격을 할인해주면 단가는 낮아질 수 있겠지만 주문이 늘어 전체 매출은 더 늘어난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에 대한 의존도도 높일 수 있다.

이 교수는 삼성전자가 묶음 판매로 고객사를 확보한 뒤 통합 시스템 아키텍처 진화를 주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텔처럼 고객사들이 삼성전자 제품 말고 다른 대안을 찾을 수 없도록 일종의 ‘족쇄’를 채워야 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삼성전자는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가 쉬워지고 다른 경쟁사들도 삼성전자를 따라잡기 힘들어진다는 것이 이 교수의 설명이다.

◆ 타이젠 운영체제 아마존처럼 TV로 돌려라

이 교수는 삼성전자가 개발하고 있는 자체 모바일 운영체제(OS)인 ‘타이젠’에 대해 성공 가능성이 낮다고 전망했다.

모바일 운영체제시장이 이미 애플의 ‘iOS’와 구글의 ‘안드로이드’로 양분된 상황이기 때문에 후발주자인 타이젠이 끼어들 틈이 없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삼성전자가 계속 욕심을 낼 경우 자칫 ‘악순환의 늪’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밖에 삼성전자 임직원들이 독자적 플랫폼을 개발하거나 운용해 본 경험이 거의 없다는 점과 전략적 사고 역량에도 한계가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삼성전자가 타이젠을 계속 추진하고 싶다면 아마존처럼 먼저 틈새시장을 노릴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마존은 2007년 ‘킨들’을 출시하며 전자책시장에 뛰어들었다. 당시만 해도 세계 전자책시장에 절대 강자가 없던 상황이었다.

아마존의 전략은 주효했다. 아마존은 킨들을 통해 전자책 플랫폼시장을 지배할 수 있었고 이를 원동력으로 삼아 태블릿과 스마트폰, TV 등으로 생태계를 확장하고 있다.

이 교수는 타이젠을 스마트폰이 아닌 TV와 결합할 경우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 봤다. TV는 삼성전자가 8년째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사업영역이고 아직 구글이나 애플의 영향력이 덜한 시장이다.

이 교수는 삼성전자가 TV 콘텐츠 생태계를 구축해 고객을 확보하면 타이젠을 다른 사업영역으로 확대하기 쉬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생태계 구축을 위해 수익 대부분을 콘텐츠업체에 양보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또 엔터테인먼트사업에 전문성이 있는 인재를 TV 콘텐츠 생태계 구축의 적임자로 임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지금까지 제시한 사항 가운데 하나라도 충족할 자신이 없다면 현 플랫폼 전략을 과감히 포기하는 것도 현명한 선택일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이 교수의 조언과 비슷하게 타이젠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타이젠을 탑재한 스마트폰을 내놓겠다고 여러 차례 밝혔지만 아직까지 정식제품을 출시하지 않고 있다.

대신 타이젠 기반의 스마트 TV를 내년 초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는 내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의 소비자가전전시회 ‘CES’에서 타이젠 TV를 공개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민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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