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부영 현대자동차 노조위원장이 올해 임금협상 및 단체협약 교섭에서 파업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바꿨다. 

울산1공장 노조사업부의 ‘코나 파업’으로 파업의 효과를 확인하고 회사와 갈등의 골이 깊어지자 회사를 압박하기 위해 파업으로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노사 '코나 파업' 계기로 정면 충돌, 연내 임단협 타결 어려워

▲ 하부영 현대자동차 노조위원장.


1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사가 올해 안에 임금협상 및 단체협약 교섭을 타결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노조 집행부가 애초 파업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바꾼 데다 일용직 및 촉탁계약직 사용, 불법 및 탈법경영, 그룹 신사옥인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건립 등을 문제 삼으며 회사를 강도높게 압박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강성’으로 분류된 하부영 노조위원장이 10월부터 임기를 시작하면서 노조 집행부가 파업에 무게를 둘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렸다. 

하지만 하 노조위원장은 판매부진으로 재고가 쌓인 탓에 파업을 하더라도 회사를 압박하는 효과가 크지 않고 파업으로 노조가 여론의 뭇매를 맞을 수 있다고 보고 파업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세웠다. 파업 대신 회사의 문제점들을 지적하면서 명분으로 싸우겠다는 뜻을 누누이 밝혀왔다. 

그러나 노조 집행부는 ‘코나 파업’ 이후 파업으로 완전히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 코나 파업은 노조 집행부가 아닌 공장을 대표하는 노조사업부 차원에서 이뤄졌다.  

울산1공장 노사는 코나 생산라인을 확대하는 방안을 놓고 협의 중이었는데 협의가 장기화하자 회사는 노조의 동의없이 코나 생산라인을 늘리려고 했다. 이 과정에서 울산1공장 노사 관계자들 사이에 물리적 충돌도 있었다. 울산1공장 노조는 11월27일과 28일 이틀 동안 파업하면서 코나 생산에 차질이 빚어졌다.

노조가 파업하면 재고가 없는 신차를 생산하는 데 즉각적으로 차질이 빚어진다. 노조 파업으로 현대차는 2016년 말에 새 그랜저 출시일정을 미루기도 했다. 

회사가 코나 파업에 강경하게 대응하자 노조 집행부도 파업 카드를 꺼내들어 맞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회사는 코나 파업을 불법 파업으로 규정하고 노사충돌에서 있었던 노조의 불법행위에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에 코나를 수출하기 직전에 코나 생산라인이 멈추자 강경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미국에서 극심한 판매부진을 겪고 있어 코나 출시에 큰 기대를 걸고 있었다. 

윤갑한 현대차 사장은 코나 파업 중에 담화문을 내고 “현재 코나는 내수회복의 첨병역할을 하고 있으며 12월1일 미국 수출을 앞두고 있다”며 “코나 양산은 단순히 울산1공장만의 문제가 아닌 엔진, 변속기, 소재, 시트공장 그리고 영업 및 정비직원 등은 물론 관련 협력회사의 미래까지 걸린 문제”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노조 집행부는 5~8일 부분파업하기로 결정했다. 한번 파업을 시작한 노조가 또다시 파업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회사에 일괄제시안을 내놓으라고 요구하면서 교섭도 거부했다. 

노사는 앞서 올해 안에 교섭을 타결하자는 데 합의했지만 노조 파업으로 해를 넘기기 전에 타결하는 데 시간이 촉박할 것으로 보인다. 

노조는 기본급 15만4883원 인상, 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회사는 어려운 경영상황 탓에 노조의 요구가 과도하다며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임금협상 교섭 장기화로 타결 시점이 해를 넘기면 노조 입장에서 노조원 성과급 정산 문제 등이 있고 회사 입장에서도 생산차질은 물론 이미지 하락 등의 문제가 있어 노사 모두에게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