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쇼핑과 신세계가 인천종합터미널 부지를 놓고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롯데쇼핑은 이곳을 포함해 인근을 대규모 ‘롯데타운’으로 조성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신세계 역시 백화점 신규출점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알짜점포를 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 신세계백화점 인천점.
3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최근 신세계가 인천종합터미널 임차계약이 끝나는 시점까지 백화점을 철수하지 않을 경우 명도소송이나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고 통보했다.
명도소송이란 매수인이 부동산에 대한 대금을 지급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설을 점유한 자가 인도를 거절하는 경우 제기하는 소송이다.
신세계는 1997년 인천광역시와 인천종합터미널 부지를 놓고 20년 장기 임대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롯데쇼핑이 2012년 인천광역시로부터 터미널 부지를 매입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당시 롯데쇼핑과 신세계가 최종협상자로 선정됐지만 인천시는 원래 백화점을 운영하고 있는 신세계가 아닌 롯데쇼핑과 계약을 맺었다.
신세계는 인천광역시가 롯데쇼핑에 특혜를 줬다며 터미널 부지 소유권 이전등기 말소 청구소송을 법원에 제기했지만 1심과 2심 모두 패소했다.
신세계는 이에 불복하고 상고해 현재 대법원 심리가 진행 중이다.
신세계 관계자는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계약종료 시점과 관계없이 정상적으로 운영할 것”이라며 “절대 물러설 수 없다”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 인천점은 연매출 8천억 원대로 강남점, 센텀시티점, 본점에 이은 매출 4위의 알짜점포다. 대법원의 최종판결은 일러야 2018년 하반기에 나올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롯데쇼핑은 신세계가 나가면 곧바로 롯데백화점을 열고 주변을 대규모 롯데타운으로 개발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는데 신세계가 나가지 않을 경우 계획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롯데쇼핑은 ‘선택과 집중’을 위해 인근에 있던 롯데백화점 인천점과 부평점도 매각하기로 했다.
롯데쇼핑과 신세계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대립하고 있는 이유는 백화점업계에서 기존점 매출이 뒷걸음질하는 상황에서 신규로 점포를 낼 만한 부지가 마땅치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백화점의 경우 도시규모가 최소 인구 50만 명 이상이 돼야 출점할 수 있는데 국내에서는 이런 조건을 갖춘 지역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
롯데쇼핑은 올해 인천터미널점 한 곳만 출점하려 했는데 신세계가 나가지 않을 경우 올해 단 한 곳의 점포도 내지 못하게 된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3분기에 국내에서 기존점 매출이 지난해 3분기보다 2.6%나 감소했다. 기존점의 1~3분기 누적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3%나 줄었다.
신세계 역시 인천점을 포기할 경우 당장 매출 타격이 불가피하다. 특히 부천에 신세계백화점을 지으려던 계획이 무산되면서 기존점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신세계백화점은 지난해 주요 점포를 재단장하고 신규출점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나쁘지 않은 실적을 거뒀다”며 “내년부터 신세계백화점 대구점의 개장효과가 사라질 것으로 전망되는데 인천점까지 접게 될 경우 매출에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롯데쇼핑과 신세계의 입장차이가 좁혀지지 않을 경우 한 건물에 2개의 백화점이 들어설 수도 있다.
신세계백화점 인천점 매장면적은 본관 3만3천 ㎡와 테마관 3만1500㎡ 등 모두 6만4500㎡ 규모다. 이 가운데 이번에 계약기간이 끝나는 곳은 일부다.
신세계가 2011년 1450억 원을 투자해 테마관과 주차빌딩을 증축했기 때문이다. 신세계는 이를 인천시에 기부채납하며 2011년 3월11일부터 2031년 3월10일까지 20년 동안 임차하기로 계약을 맺었다. 아직 계약기간이 13년 넘게 남아있는 셈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