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행 현대자동차 사장이 4개월여 만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다시 만난다.

김 위원장이 대기업의 자발적 개혁 시한으로 못 박은 12월을 앞둔 상황에서 정 사장이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의 방향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정진행, 김상조 만나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안 내놓을까

▲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왼쪽)과 정진행 현대자동차 사장.


1일 현대차에 따르면 정 사장이 2일 열리는 김 위원장과 5대 그룹 간담회에 현대차그룹을 대표해 참석한다. 

김 위원장이 6월23일 삼성, 현대차, SK, LG 등 4대 그룹 경영진과 만난 뒤 4개월여 만에 롯데를 더한 5대 그룹 경영진과 다시 만나는 것이다.  

정 사장을 비롯해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하현회 LG 사장이  이번 간담회에 다시 참석한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6월 김 위원장과 간담회에 삼성그룹을 대표해 참석했지만 10월에 부회장 사퇴의사를 밝히면서 삼성그룹은 권 부회장을 대신해 김 위원장을 만날 경영진을 놓고 고심 중이다. 롯데그룹에서는 황각규 롯데지주 시장이 참석한다. 

김 위원장은 6월 주요 그룹과 간담회에서 “결코 독단적으로 움직이지 않고 최대한 인내심으로 기업인들의 자발적 변화를 기다리겠다”며 자발적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방점을 뒀다. 당시 정 사장은 “아주 안심하고 돌아간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주요 대기업 경영진들과 두 번째 간담회를 중간점검 차원에서 접근할 경우 간담회 분위기가 사뭇 달라질 수 있다.

또 김 위원장이 대기업의 자발적 개혁 기한으로 못박은 12월을 앞두고 대기업 경영진들과 또다시 만나기 때문에 대기업 경영진들은 그동안 쏟은 자발적 노력과 그에 따른 성과, 그리고 연말까지 추가적 계획 등을 준비하지 않을 수 없다.  

김 위원장은 언론 인터뷰와 공식석상에서 꾸준히 현대차그룹의 순환출자, 지배구조, 일감몰아주기 등을 지적해왔다. 김 위원장을 다시 만나는 정 사장의 발걸음도 무거울 수밖에 없다.  

김 위원장은 9월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시간 낭비하면 삼성과 같은 리스크에 직면할 것이니 삼성과 같은 상황을 자초하지 말라”며 현대차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에 속도를 내야한다는 뜻을 비쳤다. 그는 10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는 삼성그룹과 함께 현대차그룹에 유럽기업처럼 기업 전반의 전략을 짜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10월19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현대차그룹 계열사와 사돈기업인 삼표의 일감몰아주기가 도마에 오르자 김 위원장은 “현대차그룹이 일감몰아주기를 해결할 의지를 보이고 있으니 정확한 실태를 파악해 보겠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와 일감몰아주기 문제는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의 승계와 맞물린 탓에 현대차그룹이 지배구조를 개편하고 일감몰아주기를 해소하는 데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번 간담회 참석 대상이 5대 그룹으로 확대되기도 했고 김 위원장이 어떤 기조일지도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김 위원장이 간담회에서 발언하는 내용에 따라 후속조치가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