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은 경쟁사들과 비교해 온라인사업에서 대응속도가 늦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 때문에 이를 단번에 뒤집기 위해 11번가 인수에 여러 달 동안 공을 들여왔다.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14일 롯데그룹과 업계에 따르면 당초 인수가 거의 확실한 것으로 알려졌던 11번가 인수가 어려워지면서 롯데그룹도 내부적으로 당황스러워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가 무산됐을 경우를 대비한 마땅한 ‘플랜B’가 준비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롯데그룹은 여러 달에 걸쳐 11번가 인수를 추진했다. 최근 인수가 거의 성사되는 분위기였으나 막판에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면서 틀어졌다.
롯데그룹은 그동안 11번가를 인수를 전제로 그룹 온라인사업의 틀을 짜왔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그룹의 온라인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새로운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데 롯데그룹의 현안이 많아 플랜B는 거의 논의가 되지 않고 있다”면서 “유통사업의 중심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빠르게 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는 위기감이 계열사들 사이에 퍼져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계열사들이 더 이상 기다릴 수는 없다는 생각에 자체적으로 온라인몰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방안을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롯데그룹 계열사들이 운영하는 온라인몰은 롯데닷컴, 엘롯데(롯데백화점), 롯데아이몰(롯데홈쇼핑), 롯데마트몰, 롯데하이마트몰, 롯데슈퍼몰, 롯데인터넷면세점 등 모두 7곳에 이른다.
롯데그룹은 2년 전부터 신세계그룹의 ‘SSG닷컴’에 대응하는 그룹 내 통합 온라인몰 신설을 검토해왔으나 이 계획을 접었다. 통합했을 때 시너지가 생각보다 크지 않으며 통합을 위해 들이는 시간과 비용도 너무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다른 온라인몰을 인수하는 방안이 다시 논의될 것으로 점쳐진다.
하지만 사실상 11번가 같은 매물이 다시 나오는 건 쉽지 않아 보인다.
11번가의 연간 거래액은 지난해 기준으로 8조 원가량으로 추산된다. G마켓과 옥션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14조 원)에 이어 2위다. 올해 상반기 거래액도 역대 최대치인 4조2천억 원을 넘어섰다.
롯데그룹과 SK그룹의 거래가 다시 성사될 가능성도 일각에서 거론되고 있지만 최근 박정호 SK텔레콤 사장까지 나서 직접 매각설을 부인한 상황에서 SK그룹이 이른 시일 안에 다시 11번가 매각을 추진할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항상 다양한 인수합병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면서도 “11번가 인수에 대해서는 지금으로선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