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제2의 애플 가능성 희박해져"  
▲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삼성전자가 스마트폰회사라는 고정관념에서 이제는 벗어나야 할 때다.”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2일 삼성전자의 현 상황을 진단하는 기사에서 이렇게 평가했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사업을 통해 고성장을 해왔지만 이제 애플과 중국업체에 밀려 과거의 영향력을 회복하기 어려운 상태라는 의미다.

특히 삼성전자는 여전히 부품사업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점도 이 말의 의미에 포함됐다.

◆ 삼성전자, 애플의 적수 아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그동안 투자자들은 삼성전자가 제2의 애플이 되지 않을까 기대해 왔다”며 “하지만 이제 그럴 가능성은 점점 희박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신문은 그 근거로 삼성전자의 최근 실적을 들었다.

삼성전자가 발표한 3분기 잠정실적을 보면 영업이익은 4조1천억 원이다. 이는 분기 영업이익 10조 원을 넘겼던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60%나 줄어든 것이다.

삼성전자의 이런 실적악화는 스마트폰사업의 부진에 있다. 3분기 IT모바일(IM) 부문의 영업이익은 1조7천억~1조9천억 원 정도로 예상된다. 2011년 2분기 이후 3년 만에 스마트폰사업 영업이익이 2조 원 밑으로 내려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가까운 장래에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사업이 회복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프리미엄시장에서 애플과 경쟁이 치열하고 저가시장에서 같은 안드로이드를 쓰는 중국업체들의 도전이 거세다”고 분석했다.

애플의 2014 회계연도 4분기(7~9월) 실적과 같은 기간 삼성전자의 실적을 비교하면 애플의 완승이라는 점을 쉽게 알 수 있다.

애플은 이 기간에 매출 421억 달러와 영업이익 111억 달러, 순이익 85억 달러를 기록했다. 매출은 삼성전자보다 2조6천억 원 가량 적지만 영업이익은 거의 세 배나 많다.

애플의 영업이익률은 26.5%다. 지난해 우리나라 제조업 전체 영업이익률이 5.7%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높다. 반면 삼성전자는 영업이익률 8.72%를 기록하며 3년 만에 한 자리로 떨어졌다.

◆ 부품사업에서 가능성 찾아야

월스트리트저널은 스마트폰사업과 달리 부품사업의 경우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 신문은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시장에서 기술력과 규모 면에서 강자라 할 수 있다”며 “한때 여러 업체들이 난립해 각축전을 벌였지만 지금은 수익을 내는 몇몇 업체들만 남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증권가를 중심으로 메모리 반도체사업 덕분에 삼성전자가 3분기 4조원 대 영업이익을 지킬 수 있었다는 평가와 닿아 있는 분석이다.

국내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은 3분기 약 2조3천억~2조5천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점쳐진다. 이 경우 2011년 2분기 이후 약 3년 만에 반도체사업 영업이익이 스마트폰사업 영업이익을 제치게 된다.

메모리 반도체만 놓고 보면 약 2조 원대 후반에서 3조 원대 초반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시스템반도체 사업부가 5천억 원대의 적자를 내면서 반도체 전체 실적을 끌어 내릴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애플이 아이폰6에 탑재되는 로직칩 생산을 대만 TSMC에 맡기면서 삼성전자는 주요 고객을 잃게 됐다”며 “다만 삼성전자의 기술력이 TSMC보다 한 수 위라는 점을 감안할 때 내년에 애플의 수주 일부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 제2의 애플 가능성 희박해져"  
▲ 이돈주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전략마케팅담당 사장이 지난달 24일 서울 서초사옥 다목적홀에서 열린 '갤럭시노트4 월드투어 2014, 서울' 행사에서 신제품 '갤럭시노트4'와 '갤럭시노트엣지'를 선보이고 있다. <삼성전자 블로그>

◆ 배당확대, 이재용 승계에 달려있어


월스트리트저널은 “삼성전자가 부진한 실적을 내고 있지만 주가는 여전히 저평가된 상태”라며 “주가가 실제 가치만큼 상승하려면 배당을 늘려야 하는데 이는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와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

외국인 주주들은 주가를 높이기 위해 삼성전자에 배당확대를 요구해왔다. 삼성전자는 주주환원을 늘리기 위한 정책을 마련하겠다고 대응해 왔다.

하지만 지난 7월 이뤄진 중간배당은 투자자들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와 같은 수준인 500원의 중간배당을 결정했다. 삼성전자는 “주주환원을 늘리겠다는 정책은 변함없다”며 “회사의 지속 성장을 위해 좀 더 기다려달라”고 당부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삼성전자가 배당확대를 계속 미루는 데 대해 오너 일가의 낮은 지분율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이 미미한 수준이기에 배당을 늘려도 이들이 얻을 이익이 적다는 것이다.

삼성그룹 오너 일가 가운데 삼성전자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이는 이건희 회장과 홍라희 리움 관장, 이재용 부회장 등 3명뿐이다. 이들의 지분율은 보통주를 기준으로 이건희 회장이 3.38%이고 홍라희 관장과 이재용 부회장이 각각 0.74%와 0.57%다.

삼성전자가 배당을 늘리면 주가상승이 예상된다. 이 경우 이재용 부회장은 보유자산이 늘어나고 더 많은 배당수익도 얻게 된다.

문제는 삼성전자 주가가 오를 경우 이건희 회장의 지분을 승계하면서 내야할 세금도 덩달아 뛸 것이라는 점이다.

이 부회장이 삼성그룹을 지배하려면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권을 확보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 이건희 회장의 지분을 물려받아야 한다. 하지만 주가가 지금보다 크게 오를 경우 지분을 온전히 유지하면서 50%에 이르는 막대한 상속세를 내기 어려울 것이란 게 월스트리트저널의 분석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민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