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형건설사들이 하반기에 서울 강남권 재건축 수주전에서 치열한 자존심 대결을 펼친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가 내년 부활할 것으로 예고되면서 시공사 선정 등 연내 사업승인을 목표로 재건축 추진에 속도를 내는 ‘알짜’ 단지들이 많기 때문이다.

  반포주공 재건축사업에서 건설사 격돌, 삼성물산 왜 빠졌나  
▲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는 사업실패 가능성도 낮고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효과를 볼 수 있지만 건설사들 사이에서도 재건축 수주전에 임하는 데 온도차도 감지된다.

2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하반기 강남권 재건축아파트 수주전 ‘최대어’로 꼽히는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시공사 선정을 놓고 대형건설사들이 치열한 눈치싸움에 들어갔다.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재건축조합이 20일 연 현장설명회에 현대건설, 대우건설, GS건설, 대림산업, 현대산업개발, 현대엔지니어링, 포스코건설, 대우건설, SK건설 등 국내 10대 건설사 가운데 9곳이 총출동했다. 삼성물산은 유일하게 대형건설사 가운데 불참했다.

한강변을 끼고 있는 2090세대 규모의 대단지로 현재 지상5층인 아파트를 지하4층~지상 최고 35층 5388세대로 재건축이 추진된다. 총사업비가 7조 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되는 대규모 재건축사업으로 일찌감치 재건축 수주전의 최대 격전지로 꼽혔다.

이 아파트단지 조합은 건축심의와 시공사 선정을 거쳐 올해 안에 관리처분신청 인가를 받으면 올해로 유예기간이 끝나는 초과이익환수제 적용을 받지 않는다. 이 때문에 조합 측은 재건축 추진에 속도를 내고 위험부담을 덜기 위해 건설사와 공동사업으로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GS건설과 현대건설이 수주전에 가장 의욕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물산이 빠진 상황에서 두 회사의 주택브랜드 위상으로 볼 때 2파전 가능성이 높다.

GS건설은 강남권 재건축 수주전에서 강자로 꼽히지만 현대건설이 최근 강남구 개포에서 ‘디에이치’ 브랜드로 성공적 분양을 마친 만큼 만만치 않은 상대다.

인근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등 한강변 고급브랜드 특화전략을 펼쳐온 대림산업도 다크호스가 될 수도 있다.

삼성물산이 수주전에 나서지 않은 점도 업계에서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삼성물산은 5월 서초구 방배5구역 현장설명회에 참여해 재건축사업에 기지개를 켰다는 관측이 나왔으나 막상 6월 말 이뤄진 입찰에서 빠졌다.

삼성물산이 이번에 일찌감치 발을 뺀 것은 사업성이 높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사업초기 1500억 원에 이르는 입찰보증금과 막대한 공사비를 부담해야 하는 데다 조합과 공동시행방식으로 추진되면서 사업추진 과정에서 불거질 위험도 나눠져야 하기 때문이다.

  반포주공 재건축사업에서 건설사 격돌, 삼성물산 왜 빠졌나  
▲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재건축 조감도.
강남권 재건축사업은 건설사 입장에서 사업성이 떨어져도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효과가 크다. ‘래미안’ 브랜드로 주택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상을 지니고 있는 삼성물산으로서 이런 효과를 노려 격전지에 뛰어들 필요가 적다고 판단한 셈이다.

래미안은 부동산114가 지난해 실시한 ‘2016년 베스트 아파트브랜드’ 설문조사에서 종합 1위를 차지했다.

삼성물산은 통합법인으로 출범한 뒤 재건축 수주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서 주택사업 중단설 등이 최근 몇년 사이 꾸준히 흘러나왔다. 

하지만 당장 사업 자체를 중단하기보다 수익성이 높고 리스크가 크지 않은 곳을 중심으로 선별전략을 펼치려는 것으로 보인다.

반포주공1단지 입찰 마감일은 9월4일이며 이후 조합은 대의원회를 열어 총회에 상정할 건설사를 선정한 뒤 9월28일 시공사 선정총회를 열 계획을 세웠다.

이곳 외에 하반기 강남권 재건축시장 수주전으로 대형건설사들이 맞붙을 단지로 1340가구 규모로 재건축되는 서초동 서초신동아가 꼽힌다.

최근 강남권 재건축아파트가 집값 급등의 진원지로 꼽히면서 정부가 더욱 강도높은 규제의 칼을 빼들 가능성이 높아 올해 하반기가 지나면 입지 좋은 대단지들 가운데는 아예 재건축 추진 자체를 늦추는 곳도 적지 않을 것으로 부동산업계는 내다본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