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성민 SK텔레콤 사장이 시장 점유율 50%를 자신했다. SK텔레콤의 50%는 그냥 지켜지는 것이라고 했다. '과도하다고' 보일 정도인 이런 자신감의 뿌리는 무엇일까? 시장상황과 동떨어진 인식이라는 분석과 함께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을 둘러싼 셈법이 마무리된 상태에서 나온 자신감의 표출이라는 해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 “50% 이하로 떨어질 이유가 없다”는 자신감의 배경은
 
하 사장은 25일(현지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2014에서 ‘50% 점유율을 지속할 수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굳이 점유율을 지키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50% 밑으로 떨어지지 않는데 애써 50% 점유율을 지킬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말만 놓고보면 자신감이 과도해 보인다.
 
  SK텔레콤 점유율 50% 자신하는 하성민의 셈법  
▲ 하성민 SK텔레콤 사장

이동통신 시장 점유율은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의 5대3대2 구도가 오랫동안 고착화되다시피한 모습을 보여왔다. 하지만 최근 조금씩 균열 조짐이 보였던 것도 사실이다. LG유플러스의 약진이 시작이었다. 지난 2011년 롱텀에볼루션(LTE) 서비스를 개시하면서 국면 전환에 총력을 기울였기 때문이다.
 
LG유플러스는 이를 바탕으로 빠르게 점유율을 늘렸다. 경쟁구도 변화의 전기를 마련한 것이다. LG유플러스의 지난해 12월 말 기준 이동통신 가입자 점유율은 19.88%를 기록했다. 상승세를 감안하면 20% 돌파도 가능하다는 예상마저 나오고 있다. 최근 주말마다 이동통신업체 사이에서 벌어지는 보조금 난타전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그래서 나온 시장반응이 ‘SK텔레콤의 50% 점유율 유지가 힘들어지는 것 아니냐’는 것이었다. SK텔레콤의 시장점유율은 2009년 50.62%, 2010년 50.63%, 2011년 50.57%, 2012년 50.28%를 기록했다. 50% 아래로 점유율이 떨어진 적이 없다. 하지만 지난해 말 가입자 점유율 50.02%를 나타내면서 간신히 턱걸이하는 수준으로 전락했다.
 
이 와중에 나온 것이 하 사장의 발언이다. 하 사장은 “50% 점유율은 지키는 게 아니라 지켜지는 것”이라며 “50% 이하로 떨어질 이유가 없고 그것을 가정할 이유도 없다”고 말했다. 이 발언의 배경으로 국회 통과가 유력시되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 지목되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해부터 끊임없이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은 무엇, 그리고 입법화는 언제
 
박인식 SK텔레콤 사업총괄(사장)은 지난 1월 기자간담회에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시장 정상화를 위해’라는 게 내건 명분이었다. 그는 “법제화로 통신시장의 구조를 개선하고 동시에 고가의 단말기 출고가를 현실화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SK텔레콤은 이후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통과를 위해 당국의 정책을 충실히 따를 것이라는 뜻을 내비쳤다. 동반자 관계의 업체와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개별적인 노력도 병행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기업이 규제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적극 지원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은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논의될 예정이었으나 여야 정치권의 대립으로 검토조차 되지 않았다. 2월 국회에 안건이 상정된 이후 다소 진전된 상태다. 지난 24일 여야 원내대표들은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을 포함해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에 계류된 법안을 통과시키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통과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은 휴대전화의 출고가와 이동통신 업체의 보조금 규모를 공개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휴대전화의 출고가와 보조금을 투명하게 공개해 판매가격에 붙은 거품을 빼겠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은 규제법안이지만 혜택은 고스란히 업체로 돌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SK텔레콤이 필요성을 역설하는 한편 법제화 노력에 적극적인 이유다. 실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이동통신 업체의 마케팅 비용이 감소하고 수익이 늘어난다.
 
양종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법안이 시행되면 이동통신업체는 가입자 유치를 위한 보조금을 줄여 마케팅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며 “특히 (1위 업체인) SK텔레콤이 기존 가입자를 유지하는데 도움을 받아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