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부동산대책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강력한 규제책을 내놓자니 시장급랭이 걱정되고 관망하자니 집값 상승세가 우려되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딜레마에 처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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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 |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부동산 규제방안을 놓고 미묘한 시각차를 드러내는 점도 변수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가 가장 우선적으로 검토하는 카드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와 총부채상환비율(DTI) 강화 조치가 될 확률이 높다.
최근 들어 가팔라진 가계대출 증가세를 억제할 수 있는 직접적인 정책수단이기 때문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언론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는 LTV와 DTI를 비롯해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전월세 상한제 등 다양한 카드를 검토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 중에서도 LTV와 DTI 강화가 새 정부의 첫 부동산 대책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LTV와 DTI 규제를 강화하면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집을 사기가 어려워진다. 주택시장은 일정 정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된다.
문제는 이런 규제책을 도입할 경우 급등하는 집값을 단기적으로 잡을 수는 있지만 회복 조짐을 나타내는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경제정책을 이끌 경제부총리 후보자와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부동산 규제를 두고 미묘한 온도차를 드러낸 것도 이러한 배경과 무관치 않다.
김현미 국토부장관 후보자는 “(박근혜 정부에서)LTV와 DTI 규제를 푼 것이 가계부채 문제를 불러왔다”고 말했다. 김현미 후보자는 19대 국회 기획재정위에서 활동하며 “박근혜 정부가 빚내서 집사기를 종용한다”며 LTV와 DTI 완화 조치를 비판하기도 했다.
반면 김동연 후보자는 7일 인사청문회에서 ‘부동산 대출 규제완화로 가계부채가 폭증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일부 작용했다고 얘기할 수 있지만 다는 아니다”고 대답했다.
김현미 후보자의 발언과 온도차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규제완화가 가계부채 증가의 한 요인이 됐지만 다른 원인도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해석될 수 있다.
문재인 정부가 쉽사리 규제의 칼을 빼들지 못하는 데는 참여정부 시절의 ‘실패’가 트라우마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참여정부는 집권 초기 부동산시장이 과열되자 2003년 투기과열지구 지정을 시작으로 종합부동산세 도입과 양도소득세 중과세,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등 강도높은 규제책을 잇달아 내놓았다. 하지만 2006년 서울의 아파트값는 1년 동안 무려 23.4%나 올랐다.
정부의 부동산대책이 오히려 불붙은 주택시장에 기름만 부은 꼴이 된 셈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는 단기적으로 성과를 내려 하지 말고 과거의 실패를 거울 삼아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