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선구안 또 성공하나, 인수한 ARM 급성장 가능성  
▲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 <뉴시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인수한 반도체 설계회사 ARM이 사물인터넷(IoT)분야의 핵심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손 회장은 ARM의 인수를 통해 사물인터넷시장을 선점하려는 승부수를 던졌는데 이번에도 투자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30일 IT업계에 따르면 ARM은 전력을 평균보다 덜 소모하는 저전력반도체 설계에 강점을 보유해 사물인터넷(IoT)의 최대 수혜주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물인터넷 환경을 구축하는 데 쓰이는 네트워크장비의 수가 급격하게 늘고 있어 개별 장비와 전체 시스템의 전력소모량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되기 때문이다.

ARM은 저전력반도체 설계시장에서 점유율 90% 이상을 차지했다. 삼성전자,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퀄컴 등 글로벌 IT기업들이 스마트폰 등을 생산할 때 ARM의 반도체 설계도를 이용하고 있다.

ARM은 올해 들어 사물인터넷에 연계된 사업도 확대하고 있다. 손 회장이 “ARM은 플랫폼을 바탕으로 급성장할 회사로 20년 뒤 1조 개의 팔(ARM)을 전 세계에 뿌릴 것”이라고 말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ARM은 3월에 적은 전력으로 배터리를 오랫동안 교체하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협대역-사물인터넷’ 기술을 보유한 회사 2곳을 인수했다.

최근 자율주행차용 제품인 ‘말리-C71 영상처리장치(ISP)’도 내놓았다. 이 제품은 차량 안팎을 찍은 카메라 여러 대의 이미지 처리속도를 끌어올려 운전자의 졸음운전이나 열악한 기상조건 등에 자동차의 자율주행시스템이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인공지능(AI)분야에서도 모바일칩의 기능을 50배가량 끌어올린 ‘다이내믹’ 기술을 공개해 기선제압에 나섰다. 이 기술을 적용하면 슈퍼컴퓨터가 수행했던 초고속 연산과 머신러닝 등을 스마트폰과 가전제품 등 훨씬 작은 기기에서도 쓸 수 있다.

정희석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사물인터넷에 기반한 네트워크장비 제조회사 대부분이 앞으로 ARM의 반도체 설계를 채택할 것”이라며 “소프트뱅크가 지난해 ARM을 인수한 일을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손 회장이 지난해 7월 ARM 인수를 결정했을 때는 모험을 했다고 평가됐다. ARM은 2015년 기준으로 매출 1조5천억 원 정도를 올린 회사인데 무려 33조 원에 인수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손 회장은 당시 투자자들의 우려를 “ARM의 성장여력을 감안하면 싸게 샀다”며 “ARM을 인수한 것은 내 인생에서 가장 신나는 일”이라고 맞받아쳤다.

2월에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7’ 개막연설에서도 “사물인터넷시대는 신발부터 자율주행차 등 모든 분야에서 모바일칩이 탑재돼 보안과 연결성이 핵심기술이 될 것”이라며 “소프트뱅크가 ARM을 인수한 이유도 보안과 연결성 때문이다”이라고 강조했다.

소프트뱅크 주가는 4월 말 기준으로 ARM을 인수할 때보다 40%가량 올랐다. 투자자들도 손 회장이 ARM에 거액을 투자한 일이 성공할 가능성을 높게 점치는 쪽으로 돌아선 셈이다.

IT업계 관계자는 “손 회장은 이전에도 시장이 의구심을 품었던 중국 온라인쇼핑회사 알리바바와 핀란드의 게임개발회사 슈퍼셀 등에 투자해 성공을 거뒀다”며 “ARM 역시 손 회장의 투자 성공사례에 추가될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상당히 높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