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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안희정 충남지사가 23일 전남 광주 서구 빛고을 체육관에서 열린 더좋은 민주주의포럼 전국네트워크 발대식에 참석해 강연하고 있다. <뉴시스> |
촛불정국의 최대 수혜자가 이재명 성남시장이었다면 이어진 조기대선 정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은 누가 뭐라해도 안희정 충남지사다.
안 지사는 여야의 대선후보를 통틀어 가장 젊은데다(52세) 인물도 좋아 ‘스타성’을 겸비하고 있다.
그가 내놓은 ‘대연정 카드’는 비록 호불호가 갈리긴 하지만 중도보수층으로부터 ‘신선한 시도’라는 평가도 받았다.
안 지사는 이를 바탕으로 각종 대선후보 지지도 조사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아직은 1위와 지지율 격차가 크지만 역전을 노리지 못할 정도까지는 아니다.
그러나 안 지사가 최근 보여준 행동과 말을 보면 ‘금도’에서 벗어난 듯한 모습이 자주 목격돼 씁쓸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금도란 쉽게 말해 경쟁자끼리 싸우더라도 넘지 말아야 할 신사도적인 선을 말하는데 안 지사는 이 선에서 아슬아슬한 외줄타기를 하고 있다는 얘기다.
문 전 대표와 안 지사 사이에 벌어진 ‘전두환 표창’ 논란이 대표적이다.
상식적 수준에서 보면 이 사안은 논쟁거리도 되지 못한다. 인명진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의 말처럼 “부대장(전두환)으로부터 표창을 받았다면 군 생활을 잘 한 것”일 뿐이다.
유시민 작가는 JTBC '썰전‘에서 “정확한 워딩과 취지를 얘기하면 내가 열심히 군생활해서 표창을 받았는데 하필 여단장인 전두환이 반란수괴였다인데 이걸 자랑한다고 지적하면 보통 난독이 아니다”고 말했는데 바로 그거다.
말실수 혹은 해프닝 정도로 넘어갈 수 있었던 일을 안 지사 캠프에서 광주시민에 사과하라며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 것은 이번 주말로 예정된 호남순회 경선을 겨냥한 것이란 걸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안 지사는 문 전 대표를 향해 이중적이라고 비판하곤 했지만 사실 이 말은 안 지사가 새겨들어야 할 말이 아닐까 싶다.
안 지사는 ‘전두환 표창’ 논란으로 파장이 일자 21일 오후 페이스북에 “나 스스로도 되돌아 보겠다. 아름답고 품격있는 경선을 만들겠다”고 썼다. 그는 “경선캠페인이 네거티브로 흐르지 않도록 품격과 절제 있게 말하고 상대를 존중하자”고 덧붙였다.
하지만 ‘품격’과 ‘존중’은 오래가지 못했다.
불과 몇시간 뒤인 22일 새벽 2시경 안 지사는 페이스북에 “문재인 후보와 문재인 캠프의 태도는 타인을 얼마나 질겁하게 만들고 정 떨어지게 하는지 아는가. 사람을 질리게 만드는 것이 목표라면 성공해왔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문 후보 측이) 자신에게 관대하고 타인에게 냉정하다”며 “자신들의 발언은 정책비판이고 타인의 비판은 네거티브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롤러코스터 같은 말바꾸기는 23일과 24일에도 이어졌다.
페이스북 발언이 논란이 되자 안 지사는 23일 “마음의 서운함을 밝힌 것”이라며 “서운함을 밝힌 건 싸우자는 뜻이 아니고 정책대결을 통해 힘을 더 모으자는 취지”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호남경선을 하루 앞둔 24일 또다시 광주에서 기자들과 만나 “문 전 대표는 ‘나는 선이고 상대는 악’이라는 이분법에 빠져 있다”며 “확장성이 없어 국가통합이 불가능하다”고 비수를 날렸다.
어디까지가 진심이고 어디까지가 ‘계산된 발언’인지 파악하기도 쉽지 않다.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의 본질은 진의를 알아주기를 기대하기보다 끝없이 상대를 설득하고 대화하면서 '마음'을 구하는 데 있다. 안 지사는 혹 잊고 있는 것일까.
민주당 안팎에서 최근 “안 지사가 많이 변했다”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들린다. 사람은 물론 변할 수 있다. 더구나 대선 앞에서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되는 일도 한국의 정치풍토에서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두 사람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함께 수십년간 동고동락했던 동지 아니었던가. 경선과정에서 싸우고 경쟁할 수 있지만 최소한의 금도는 지켰으면 하는 마음이다. 아무리 대통령이 좋다지만 안 지사에게 그 정도의 ‘선의’는 있을 것이라고 본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