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통업계에서 중국인 관광객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리스크 관리에 적극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 사드리스크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고 있지만 최종 배치가 결정되거나 실제로 배치가 이뤄진 뒤 상황이 급변할 수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유통업계 전반에서 중국인 관광객이 차지하는 매출비중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중국인 의존도 높아진 유통업계, 사드 리스크 노심초사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특히 지난해 서울에 신규 시내면세점들이 일제히 문을 열면서 근처 백화점과 종합쇼핑몰 매출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면세점을 이용하기 위해 방문한 관광객들이 근처 매장에도 들려 구매를 이어가기 때문이다.

특히 신세계면세점 명동점과 한 건물을 쓰고 있는 신세계백화점 본점은 중국인 관광객이 눈에 띄게 늘고 있는 추세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면세점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중국인 관광객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아지고 있다”며 “사실상 중국을 제2의 내수시장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 본점은 그동안 중국인 관광객이 몰리는 명동에 위치했다는 이점을 제대로 누리지 못했지만 지난해 5월 한 건물에 신세계면세점 명동점이 문을 열면서 크게 달라졌다. 면세점을 찾는 관광객이 늘면서 백화점을 찾는 관광객 수도 많아졌다.

국내 백화점들에게 중국인 관광객은 큰 손으로 떠오른 지 오래다.

특히 내수침체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이런 추세는 더욱 확대되고 있다. 국내 백화점은 춘절과 국경절 등 중국인 관광객이 늘어나는 시기에 맞춰 중국인 관광객에 특화된 상품을 판매하고 할인혜택을 제공하는 등 중국인 관광객 모시기에 힘을 쏟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의 소비성향이 바뀌면서 백화점뿐만 아니라 대형마트와 편의점, 드러그스토어를 찾는 사람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들 역시 중국인 관광객을 위한 맞춤 프로모션을 제공하고 있다.

유통업계는 그동안 사드리스크를 놓고 단체관광객이 줄어든 대신 개별관광객들이 늘어나고 있어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중국정부는 사드배치가 결정되자 ‘한한령(한류금지령)’을 내리고 전세기 운행을 제한하는 등 물밑에서 보복 행위를 벌여왔다.

그러나 아직까지 국내 유통사업자들이 느끼는 매출 손실은 크지 않다. 중국정부의 규제가 단체관광객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개별관광객은 여전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데다 국내 사업자들도 젊은층이 중심인 개별관광객에 맞춰 다양한 판촉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중국 춘절기간이던 1월20일부터 31일까지 롯데백화점, 현대백화점, 신세계백화점의 중국인 관광객 매출은 지난해 춘절기간보다 일제히 늘었다.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은 각각 16.5%, 27% 증가했고 신세계백화점은 82.5%나 증가했다.

  중국인 의존도 높아진 유통업계, 사드 리스크 노심초사  
▲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그러나 사드배치가 마무리되는 5~7월에는 상황이 급변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중국정부가 이미 비공식적으로 표면화한 한한령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한국산 제품을 겨냥한 불매운동도 본격적으로 벌일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의 관영매체들은 27~28일 일제히 관련 기사를 비중 있게 다루면서 반한감정을 부추기고 있다.

중국의 관영매체 신화통신은 27일 롯데상사의 이사회 의결 직후 “그 결정은 중국인 관광객들에 면세점 매출을 크게 의존하고 있는 롯데에 악몽으로 바뀔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환구시보는 28일 논평을 통해 “롯데를 공격해 한국을 벌하는 것을 제외하고 중국이 할 수 있는 다른 선택은 없다”고 밝혔다.

롯데면세점의 경우 지난해 시내면세점 매출의 80%가 중국인 관광객의 지갑에서 나왔다. 호텔신라가 운영하는 서울 장충동 신라면세점 역시 지난해 매출의 80% 이상이 중국인 구매에 따른 것이었다.

중국인 관광객은 2013년 432만 명에서 2014년 612만 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804만 명의 중국인이 한국을 방문한 것으로 집계됐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